2024년 4월 29일(월)

발달장애인과 시니어가 함께 일하는 ‘더사랑’ 사업장 방문기

장애인 특성에 맞춰 업무 배분
시니어는 발달장애인 근무 지원

발달장애인 윤종혁(34)씨는 음식점 등에서 단순 노동직을 전전했다. 주로 설거지를 맡았는데 오래 서 있기가 어려워 일을 지속할 수 없었다. 휴식 시간을 가질 때면 일이 느리다며 상사에게 혼나기 바빴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놀림과 괴롭힘도 잦았다. 지난해 옮긴 새 직장 ‘더사랑’은 달랐다. 올해로 입사 2년을 맞은 윤씨는 “여기에선 일이 느리거나, 조금 쉰다 해도 혼내는 사람이 없어서 맘 편히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더사랑은 발달장애인과 노인 등 고용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앞장서는 사회적기업이다. 2011년 서울 중랑구에서 시작한 더사랑은 자체 쇼핑몰 ‘보킷’과 포장 업체 ‘굿패커’를 만들어 발달장애인과 은퇴 시니어의 경제 활동을 돕는다. 현재 발달장애인 22명과 시니어 7명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달 8일 발달장애인과 노인이 함께 일하는 더사랑 사업장에 방문했다.

지난달 8일 서울 중랑구에 있는 사회적기업 '더사랑' 직원들이 컬러 점토를 소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강다현 청년기자
지난달 8일 서울 중랑구에 있는 사회적기업 ‘더사랑’ 직원들이 컬러 점토를 소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강다현 청년기자

더사랑 직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하는 오전반과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오후반으로 나뉘어 하루 4시간씩 근무한다. 이곳에서는 발달장애인을 ‘청년직원’으로, 고령자를 ‘시니어 선생님’으로 부른다. 이날 오후반에서는 청년직원 10명이 나란히 앉아 점토 포장 작업을 하고 있었다.

더사랑 청년직원 김동혁(33)씨는 자신을 “10년 차 베테랑”으로 소개하며 작업 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동료 직원에게 농담도 건네며 능숙하게 작업을 이어나갔다. 조영화 더사랑 대표는 “장애인 일터는 우울할 것 같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사랑에서는 유쾌함만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조금의 신경만 써도 발달장애인에게 친화적인 업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근무만족도는 이곳을 ‘작은 천국’이라 부를 만큼 높다. 조영화 대표는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회사 생활을 통해 규칙적인 일과가 생기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며 “더사랑도 청년직원들이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을 만들고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더사랑 사업장의 2년 이상 근속자는 64%에 달하며, 10년 이상 장기근속자는 9명이다.

오후반의 두 번째 업무인 응급키트 제작이 시작됐다. 응급키트 한 개는 15명의 청년직원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발달장애인 청년들의 개별 특성을 고려해 작업 단계를 세분화했기 때문이다. 조영화 대표는 “다양한 구성품으로 이뤄진 응급키트를 만들기 위해 청년직원의 특성과 컨디션 등을 고려해 8개에서 10개 파트로 나눠 키트 제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사랑 직원들이 ’보킷‘의 응급키트 제작 작업을 하고 있다. 더사랑은 발달장애인 청년 직원의 컨디션과 특성에 따라 업무를 유동적으로 나눠 일을 진행한다. /강다현 청년기자
더사랑 직원들이 응급키트 제작 작업을 하고 있다. 더사랑은 발달장애인 청년직원의 컨디션과 특성에 따라 업무를 유동적으로 나눠 작업을 진행한다. /강다현 청년기자

시니어 선생님은 청년직원 두 명과 파트너가 된다. 60세가 넘는 노인으로 구성된 시니어 선생님들은 청년직원과 동료이면서 동시에 친구처럼 지낸다. 조영화 대표는 “시니어 선생님들은 오랜 기간 쌓아온 사회경험으로 청년직원들과 편안하고 능숙하게 친밀감을 쌓아나간다”라며 “덕분에 청년직원들이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고 제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사랑 설립 초기부터 근무하고 있는 이화자(63)씨는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며 작은 행복을 경험한다”며 “은퇴 후 일거리가 없어 찾게 됐지만, 일을 하지만 오히려 작은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사랑은 꾸준한 제품 개발과 협력업체 발굴을 통해 최근 3년새 발달장애인 12명을 고용했다. 조 대표는 “비즈니스를 통해 고용취약계층에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며 “늘어가는 우리 사회에 문제를 골머리 앓는 문제로 여기기보다 서로 도우며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다현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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