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6일(화)

“해양폐기물도 귀한 자원”… 폐어망서 순도 98% 나일론 추출

[인터뷰] 정택수 넷스파 대표

“최근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생 플라스틱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린워싱’이 의심될 때도 많아졌습니다. 재생 플라스틱이라고 홍보했는데, 알고 보면 다른 소재를 섞었거나 아예 새 플라스틱인 거죠.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진짜’ 재생 플라스틱인지 확인하는 인증 절차가 중요해질 겁니다.”

최근 섬유, 자동차, 화학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재생 플라스틱에 주목하고 있다. 쓰임을 다한 나일론 등 플라스틱은 가공을 거쳐 다시 의류, 자동차 부품 등의 소재가 다시 쓰인다. 자원순환 스타트업 ‘넷스파’는 폐어망에서 순도 높은 나일론을 추출해 재생 플라스틱을 만든다. 지난 2020년 창업 이후 유치한 투자금은 45억원. 지난달에는 국제 인증기관인 UL솔루션으로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 인증(UL ECV-2809 OP)을 받았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서울소셜벤처허브에서 만난 정택수(31) 대표는 “재생 플라스틱을 제품에 활용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많아 해양폐기물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라며 “수요보다 매년 나오는 폐어망 양이 더 적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만난 정택수 넷스파 대표는 “폐어망에 사용된 나일론은 너무 얇아서 흐느적거리기 때문에 따로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넷스파는 이런 나일론을 자동으로 분리하는 기술을 상업화 단계까지 개발했다”고 말했다. /한준호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난 24일 만난 정택수 넷스파 대표는 “폐어망에 사용된 나일론은 너무 얇아서 흐느적거리기 때문에 따로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넷스파는 이런 나일론을 자동으로 분리하는 기술을 상업화 단계까지 개발했다”고 말했다. /한준호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바다 죽이는 폐어망의 변신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연간 약 4만4000t의 폐어망이 발생한다(2018년 기준). 이 중 일부는 바닷속에 버려져 ‘유령어업’의 주범이 된다. 물고기들이 물속에 방치된 폐어망에 걸려 죽거나 다치는 것이다. 유령어업으로 인한 수산자원 피해 규모는 연간 9만5000t 규모로 추정된다. 폐어망의 자원화는 폐기물의 체계적인 수거를 유도하고, 유령어업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폐어망에서 나일론을 추출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그렇다. 폐어망에는 나일론과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섬유가 얽혀 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직접 칼이나 가위를 들고 그물을 잘라내면서 나일론을 분류했다. 주로 인건비가 낮은 동남아, 중국에서 이 작업이 이뤄졌다. 이제는 넷스파가 개발한 기계가 이 작업을 할 수 있다. 사람이 하면 8시간 동안 20~30kg의 나일론을 생산한다. 넷스파 플랜트에서는 같은 시간에 12t을 추출할 수 있다. 폐어망 20t에서 12t 정도의 나일론이 나온다.”

-왜 하필 나일론인가.

“기업 입장에서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깨끗한 원료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 받느냐다. PE나 PP에는 다른 원료가 섞여 있다. 물성을 저해하는 원료가 많아서 원하는 양을 추출하기 어렵다. 반면 나일론은 단일 소재다. 고유 물성이 보호된다. 넷스파에서 생산하는 나일론은 순도 98%를 유지한다.”

-이번 인증은 어떤 의미인가.

“재생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재생 플라스틱으로 속여서 공급하는 업체들이 생겼다. ‘그린워싱’인 거다. 기업은 당연히 투명하게 관리된 제품을 원한다. 그러니 인증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도 인증받은 플라스틱을 썼는지가 이슈가 될 거다.”

-인증에도 종류가 많다.

“해양 플라스틱 분야에서는 컨트롤유니온의 ‘GRS 인증’과 이번에 넷스파가 받은 ‘UL 인증’이 대표적이다. 둘 중에서는 UL 인증이 더 까다롭다. 폐어망을 집하, 운반해서 재활용 소재로 만들기까지 전 주기를 추적하고, 모든 과정을 현장 실사해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하는지 확인하기 때문이다.”

넷스파는 국내 기업 최초로 UL솔루션의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 인증을 받았다. 정택수 대표는 “넷스파가 생산한 나일론이 투명한 과정을 거쳐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했다. /한준호 C영상미디어 기자
넷스파는 국내 기업 최초로 UL솔루션의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 인증을 받았다. 정택수 대표는 “넷스파가 생산한 나일론이 투명한 과정을 거쳐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했다. /한준호 C영상미디어 기자

재생 플라스틱 ‘대량생산’하는 공장

-올해 안에 공장을 가동한다고.

“지금까지는 파일럿테스트 단계였다. 올해 안에 부산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재생 플라스틱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더 많은 폐어망을 소화할 수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수급 받을 수 있게 된다.”

-재생된 나일론은 어디에 쓰이나.

“주로 섬유 생산에 사용될 것 같다. 효성티앤씨에서 화학적 재활용을 한다. 순도를 끌어올리고, 색을 빼서 의류로 생산한다. 자동차, 전자기기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R&D(연구·개발)에 활용하는 등 관심이 많다.”

-재생 플라스틱이 섬유로 사용되고 나면 재사용이 어렵다던데.

“패션 쪽 기업들도 그 부분을 고민 중이다. 의류업계에서는 나일론 100%로 단일 소재 의류를 생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면 옷을 폐기처분해도 나일론 소재는 순환경제 사이클에 들어올 수 있다. 엔지니어링 쪽에서는 아직 재생 원료를 부품에 활용하기 위해 연구하는 단계다. 다 쓴 제품을 다시 소재화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그다음 도전이 될 것 같다. 두 번째 도전에 성공하면 엔지니어링 부문에서도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이룰 수 있다.”

-넷스파의 다음 계획은.

“지금은 나일론을 플레이크 형태로 만든다. 앞으로 플레이크를 가공한 펠릿(pellet), 다른 소재를 혼합하는 컴파운딩(compounding) 형태로까지 진화시키는 게 목표다. 또 로프, 통발 같은 다른 해양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려고 한다.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어망을 8배나 더 많이 사용한다. 전 세계 사용량의 60~70%를 차지하지만 처리할 방법이 없어 매립, 소각해버린다.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해양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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