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6일(화)

영화가 외친다, 지구를 아껴달라고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현장

“여기 포스터에 ‘레디 클라이메이트 액션’이라고 적혀 있잖아요? 이 말처럼 우리 모두 기후 위기를 위한 실천을 해야 해요.” 지난 6일,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만난 장정숙씨가 포스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영화산업 종사자로 환경에 관심이 있어 영화제를 재차 방문했다고 했다. 장씨는 “이 땅을 자연 그대로 보전해 다음 세대들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말한 정영선 조경가의 말에 울림을 느꼈고 또 공감한다”며 영화 ‘땅에 쓰는 시’에 대한 후기도 들려줬다.

아시아 최대, 국내 유일. 미국의 수도환경영화제(DCEFF), 에스토니아의 맛살루자연영화제(MAFF)와 함께 세계 대표 환경영화제로 자리 잡은 서울국제환경영화제(SIEFF)에 붙는 호칭이다. 2004년부터 환경 분야 비영리단체인 환경재단이 주최하고 있다.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포스터.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환경의 날인 6월 5일에 개막한 이번 21회 영화제에서는 27개국 80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슬로건은 ‘Ready Climate Action 2024’다. 6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영화제 극장 상영을 진행한 메가박스 성수점은 초록 옷을 입었다. 녹색의 팸플릿과 포스터가 영화관 곳곳에 자리했다.

예술로 만나는 환경문제… 7인의 기후 전문가 참여해

서울환경영화제는 관객과의 대화(GV)에 상영작 속 환경문제를 해당 분야 전문가와 이야기하는 ‘에코토크’ 시간을 가진다. 올해는 ▲김영희 변호사 ▲노준성 세종대학교 교수 ▲리즈와나 하산 변호사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정재승 KAIST 교수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한제아 기후활동가 등 7명의 기후 전문가들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와 함께했다.

6월 6일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그린워싱: 기후 살인자’ GV에서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SNS

‘방가랑(줄리오 마스트로마우로 감독)’의 GV 시간에선 방글라데시 환경운동가 리즈와나 하산 변호사를 만났다. 환경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의 2009년 수상자이기도 하다. 영화는 유럽 최대 제철소가 있는 이탈리아의 공업 도시 타란토와 공해의 위험을 모른 채 천진난만하게 지내는 어린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리즈와나 변호사는 “영화를 보며 대기오염이 세계 최악 수준인 방글라데시가 떠올랐다”며 “산업이 환경오염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범죄 행위이며 이에 공동체들이 조직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IQ에어가 발표한 ‘2023년 세계 대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각한 국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 권고기준은 5μg/m³인데, 방글라데시 평균 농도는 기준보다 16배가량 높은 79.9μg/m3다.

‘그린워싱: 기후 살인자(클레어 테송 감독)’은 ESG를 표방하지만,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기업들의 민낯을 드러내는 다큐멘터리다. GV에 참여한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도 영화 속 글로벌 기업처럼 직접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대신 해외에서 탄소 배출권을 사 ‘탄소 상쇄’를 하려는 것이 문제다”며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ESG 경영을 마케팅으로만 활용하지 말고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이 티켓 無, 친환경 이벤트로 관객 사로잡아

이벤트 부스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제 SNS 계정을 팔로우하면 비건 올인원바를 주는 부스에는 네다섯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한 초등학생은 보호자의 손을 잡고 퀴즈 부스로 끌고 가기도 했다. 숫자 칸에 공을 던진 뒤 해당 퀴즈를 풀고 맞추면 상품을 받는 부스였다. 기자도 초등학생을 따라 줄을 서 보았다. 1번 칸을 맞추고 받은 문제는 ‘영수증은 재활용이 가능한가?’였다. 정답은 불가능, 합성재로 코팅된 종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답을 맞히니 반려견 사료 샘플을 선물로 받았다.

‘환경영화’와 ‘시에프’로 N행시를 짓는 부스 앞에서 팔짱을 낀 채로 한참을 고민하는 관객도 있었다.

한 관객이 N행시 부스에 ‘환경영화’를 주제로 글을 남겼다. /채예빈 기자

현장에서 시간표를 보며 온라인으로 영화를 예매하는 사람, GV에서 감독에게 전해줄 꽃다발을 품에 안은 사람, 텀블러에 콜라를 담은 채 입장을 준비하는 사람…. 영화제에 발걸음한 관객은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다양했다.

이틀 연속으로 영화제를 찾았다는 김채윤 씨는 “평소 환경에 관심도 많고 나중에 환경 영화를 만들어 출품하고 싶을 정도로 이번 영화제에 관심이 많다.”며 “영화제의 규모가 더 커져서 더 많은 관객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6월 7일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스태프들이 이날 상영 영화를 알리고 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SNS

독일에서 온 촬영감독 볼커 랭호프씨는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며 “동시에 영화제도 탄소발자국을 과도하게 남기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커 씨는 영화제가 스스로 그린워싱이 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우인 자원봉사자는 “영화를 좋아해서 스태프로 지원했는데 봉사를 계기로 환경에 관심이 생겼다”며 “특히 다회용기를 지향하고 종이 티켓도 발급하지 않는 영화제 현장을 보며 나도 일상에서 친환경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상영은 끝났지만, 영화제는 6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관람료는 2000원으로 ‘맹그로브 100만 그루 캠페인’에 100% 기부된다. 서울국제영화제 누리집(https://sieff.kr)에서 온라인 관람이 가능하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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