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월)

“직접 체험하는 기회 적은 아이들 책 통해 다양한 세계 접했으면”

강원 명진학교 박홍식 교장 인터뷰
공공도서관 10%만 장애인 자료실 있어
보조기구·점자책·확대독서기 등 설치
지역 장애인 정보 접근권 향상에 도움될 것

강원 명진학교 박홍식 교장
강원 명진학교 박홍식 교장

시각장애인들의 ‘책 읽을 권리’가 화제다. 작년 6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채택한 국제조약 때문이다. 이 조약은 시각장애인 등 책을 읽기 힘든 독서 장애인에게 콘텐츠를 다른 형태(점자 등)로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으로 현재 미국·EU·중국 등 67개국이 서명을 마쳤다. 반면 국내는 공공 도서관 중 장애인 자료실을 설치한 곳이 10%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전국 도서관 장애인 서비스 현황, 2011년). 강원 명진학교가 하트하트재단의 도서관 환경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홍식(43·사진) 교장을 만나 시각장애인 도서관 환경 개선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봤다.

―명진학교는 강원도에서 유일한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다. 이번 개선 사업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장애 특성에 맞춘 도서관 환경이다. 저시력 학생 중에는 밝은 곳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어두워야 집중을 잘하는 친구도 있다. LED 조명으로 바꾸면서 한층 밝아졌고, 조명 밝기도 아이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약 5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천장에 일부 포함된 석면도 제거했다. 서가 배치도 문제였다. 도서관 중앙에 있던 책꽂이들이 벽을 따라 재정비되면서 이제 부딪치거나 넘어질 위험도 사라졌다. 9000여권의 책도 분류와 상관없이 꽂혀 있었는데, 정리 정돈도 새롭게 했다. 특히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찾을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주도적인 독서가 가능해질 것이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 도서관에 없다면 학교에 직접 신청도 할 수 있다.”

―변화된 도서관이 시각장애 아동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독서는 꿈을 꿀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만들어준다. 정안인(正眼人)과 달리 시각장애인들은 직접 체험의 폭이 좁다. 독서는 간접 체험이 가능한 도구 아닌가. 책을 통해 다양한 세계도 접할 수 있고, 아이들이 꿈과 비전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정안인보다 독서력·표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는데, 명진학교 졸업생 중에는 ‘김유정 소설 입체낭송대회’에서 대상을 세 번이나 탄 학생도 있다. 정보 격차를 줄여주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시각장애 인구는 25만명이지만, 점자도서관은 전국 36개소에 불과하다.

“시각장애인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적다. 그래서 강원 명진학교는 지역에 있는 시각장애인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지역 도서관’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보조기구, 확대독서기, 점자책(약 2700여권) 등 ‘시각장애인 맞춤형 도서관’으로 조성된 만큼 지역사회 내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권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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