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포항 탄소저장 사업 중단… ‘기후기술 확보’ 역행 논란

경북 포항 앞바다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시설이 지난달 27일 철거에 들어갔다. 2017년 첫 가동 이후 6년 만이다. CCS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속에 저장하는 기술로 대기 중에서 열을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특히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데 핵심 기술로 꼽힌다. 포항 CCS 시설은 당시 세계에서 세 번째 소규모 실증 성공 사례로 화제를 모았고, 연간 5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문제의 발단은 2017년 11월 포항 지열발전소 가동에 따른 5.4 규모의 지진이다. 지진 발생을 우려한 주민들이 CCS 폐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실증사업에 참여한 한국지구물리학회 등은 2019년 조사단을 꾸려 포항지진과 CCS 사업의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포항 시민들은 여전히 철거를 요청했다. 결국 정부는 183억6000만원을 들인 설비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27일 경북 포항 영일만에 설치된 '포항 해상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설비'가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경북 포항 영일만에 설치된 ‘포항 해상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설비’가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CCS는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까지 낮추기 위한 파리기후협정에서  약속 이행 방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 100%(RE100) 도입, 에너지 사용의 전기화(Electrification) 등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로 인해 단계적으로 전환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시멘트 등 탄소를 배출량이 많은 제조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CCS가 해결책으로 2013년 처음 논의됐다.

그럼에도 CCS 기술은 아직까지 초기단계다. 지질 안정성 검증, 주민 수용 문제 등 고려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CCS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호주, 캐나다 등 13개국이다. 미국에서는 1972년 발베르데 천연가스 발전소(Val Verde Natural Gas Power Plant)에서 활용하기 시작해 2021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또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4년간 탄소 포집 기술 경연대회에서 1Gt(기가톤)의 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한 팀에게 1억달러 상당의 기부금을 내건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CCS가 초기단계에 그치고 있지만 설비 도입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스테이터스 리포트 2022(Global Status Report 2022)’에 따르면 지난해 CCS 시설 설비와 관련된 프로젝트는 196개이다. 이는 2021년(136개)에 비해 44% 증가한 수치다. 또 2017년부터 꾸준히 연간 포집 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2017년 59.55Mt(미터톤)에서 지난해 포집 용량은 243.94Mt로 증가했다.

CCS 도입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는 반대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초기 실증 단계여서 관련 설비를 설치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설치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CCS에 대한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저장량 성장률이 약 10%가 돼야 CCS 기술이 탄소중립에 기여한다 밝히고 있다. 하지만 1996년 세계 최초의 CCS인 노르웨이 슬라이프너 지역 가스전의 경우 연평균 성장률이 8.6%에 그친다.

기후솔루션은 “지난해 발표된 IPCC 보고서에 따르면 CCS 기술은 아직까지 비용이 많이 들고, 감축 잠재력도 재생에너지 대비 현저히 떨어진다”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대신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에 CCS를 덧붙여 산업의 수명을 연장한다면 넷제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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