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풀씨아카데미 수료생 70% “환경활동가 되고 싶어요”

풀씨아카데미 5년 임팩트 측정보고서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아도 체계적으로 공부할 기회는 별로 없어요. 교육 프로그램도 길어봤자 일주일짜리 단기 과정이 대부분이고요. ‘풀씨아카데미’에서 12주간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또래들이 함께 모여 고민하고, 환경 이론과 실제를 배운 경험은 무척 새로웠어요. 진로를 정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정도로요.”

5년 전 환경 분야 공익활동가 양성 프로그램 ‘풀씨아카데미’ 1기로 활동한 김미현(33)씨는 꿈을 이뤘다. 학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아카데미 수료 이후 본격적으로 환경 전문가의 길을 걷기로 했다.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석박사 과정 장학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석사과정도 밟았다. 지금은 민관 협력 온실가스 감축 기구인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서 근무하고 있다.

숲과나눔은 최근 교육 프로그램 ‘풀씨아카데미’의 지난 5년 성과를 담은 임팩트 보고서를 발표했다. 풀씨아카데미는 2018년 재단 설립 직후 시작한 환경 분야 공익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2030세대 청년을 대상으로 12주에 걸쳐 진행된다.

지난 1일 완성된 ‘풀씨아카데미 임팩트 평가 결과 보고서’는 1~5기 수료생 129명을 대상한 린 데이터(lean data) 방식의 추적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린 데이터란 이해관계자에게 전화, 온라인 설문 등으로 신속하게(lean) 자료(data)를 수집해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을 뜻한다. 이번 조사 응답자들의 소속은 대학생(44%), 대학원생(9%) 등 학생이 가장 많았다. 이어 기업(12%), 비영리조직(10%), 취업준비(9%), 사회적기업·소셜벤처(4%), 프리랜서(4%), 학교·연구기관(3%), 정부·공공기관(3%), 스타트업(2%) 순으로 나타났다. 비영리조직으로 진출한 응답자는 전체의 10% 수준이었지만, 응답자 절반 이상이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은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료생 5명 중 1명은 공익 활동을 위해 비영리 영역으로 진출한 셈이다.

지난해 10월28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달걀책방에서 풀씨아카데미 5기 수강생들이 '궁동산의 자연적 가치 관찰과 기록'을 주제로 한 명유미 하드보일데에그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지난해 10월28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달걀책방에서 풀씨아카데미 5기 수강생들이 ‘궁동산의 자연적 가치 관찰과 기록’을 주제로 한 명유미 하드보일데에그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환경 문제에 맞설 인재를 키워라”

최근 비영리단체에서 기획한 사업이 얼마나 사회적 변화를 일으켰는지 파악하는 임팩트 측정이 잇따라 시도되고 있다. 그간 기부금 사용 내역과 수혜자 수를 파악하거나 장학 사업으로 얼마의 장학금을 몇 명에게 전달했는지 등 양적 지표 측정에서 벗어나자는 움직임이다.

재단은 임팩트 측정 영역을 크게 공공성 실천·확대, 수강생의 성장, 네트워크 확장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공공성 실천·확대 부문의 핵심은 환경 부문 사회 진출이다. 수료 이후 환경 분야 공익활동가로서 활동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7%가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소속을 확인하는 질문에서 비영리조직(10%)과 사회적기업·소셜벤처(4%)에서 일한다는 비율의 두 배 이상이었다. 재단은 “청년들은 공익활동가를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개념이 아닌, 더 넓은 의미의 직업으로 여기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풀씨아카데미 5년 임팩트 측정보고서

지속성도 관건이다. 현재 환경 분야 공익활동가로 활동하는 응답자는 100% ‘활동을 지속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또 공익활동가로 활동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던 인원의 74%는 ‘앞으로 환경 분야 공익활동가로 활동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도 물었다. 교육을 통한 인식 변화가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응답자의 66%는 수료 이후 환경 분야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활동으로는 ‘환경 분야 학업·연구’(27%), ‘환경 분야 취업·창업’(24%), ‘캠페인 참여’(18%), ‘자원봉사’(9%) 순으로 나타났다.

수강생의 성장 영역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이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를 물었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응답 평균값은 7.26점으로 나타났다. 또 주변에 권유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평균 9.22점으로 응답했다. 이지현 숲과나눔 사무처장은 “MZ세대가 환경에 관심은 많지만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전문성을 키우고 해당 분야로 진출하도록 돕는 교육과정은 거의 없다”며 “특히 환경 분야에 젊은 활동가들이 거의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교육이 환경 분야 진출의 루트가 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기 교육으로 임팩트 못 내… 3개월 과정의 힘

재단이 정의한 풀씨아카데미의 임팩트는 ‘환경 분야 인재 배출을 통한 시민사회 생태계 저변 확대’다. 풀씨아카데미 3기 수료생인 증명(30)씨는 중국인 유학생이다. 그는 “교육 기간이 3개월이나 될 정도의 교육 프로그램이 드물어서 선택하게 됐다”며 “현재 정치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는데, 환경과 사회운동이라는 주제로 이론에 머물지 않고 현실과 결합한 연구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팩트 측정의 본질은 변화의 증거를 모아 사업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개선점을 찾는 데 있다. 이번 조사에서 풀씨아카데미가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 ‘각 분야 전문 강사진과의 만남’(75%)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응답자들은 ‘단기 교육이 아닌 12주간의 교육’(64.7%),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 교육’(55.8%), ‘이론 교육, 현장 체험, 워크숍으로 구성된 커리큘럼’(51.4%) 등을 주요 차별점으로 꼽았다.

다만 주요 임팩트 측정 영역이기도 한 ‘수강생 간 네트워크 형성’은 39.7%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지금까지 교류를 이어가는 수강생 수를 묻자 전체의 62%가 1명 이상이라고 답했지만, 0명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38%나 됐다. 이지현 사무처장은 “수료자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다질 후속 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실질적인 결과를 받아 들었다”며 “12주 교육과정을 통한 배움이 지속하기 위한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기획해 올해 상반기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후속 모임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87%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지현 사무처장은 이번 임팩트 보고서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으로 임팩트의 증거를 모으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료생들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면 향후 측정 항목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꾸준히 데이터를 모을 계획”이라며 “인재 양성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인 생태계 저변 확대라는 임팩트를 확인하기 위해 수료생들이 만들어낸 활동을 추적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문일요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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