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빗물 활용한 변기·전기車 무료 충전소… 자원 이용해 가구 만든 만큼 되돌려 놔야죠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지속가능성 매니저 나탈리아 한
20년 전부터 친환경 경영해온 이케아 올해 말, 한국 시장 본격 진출하기로
“당장은 투자 비용 많이 들지만 친환경적일수록 비용 절감 효과 커”
42개국 매장 전구 LED로 교체 나서

이케아코리아 제공
이케아코리아 제공

“세계를 호령하는 가구 공룡이 대한민국에 상륙한다.”

올해 말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스웨덴 기업 이케아(IKEA)는 전 세계 42개국 345개 매장에서 292억유로(약 44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세계 최대의 가구업체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은 국내 가구 시장의 궤멸로 이어질 것”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내 가구 업계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등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이케아코리아는 이색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친환경 매장 조성’ 프로젝트다. 현재 이케아코리아는 광명 매장에 6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태양전지, LED 조명, 빗물을 사용하는 변기, 전기자동차 무료 충전소 등을 설치하고 있다.

사실 이케아의 친환경 경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 매장에 30만대 이상의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했으며, ‘2020년까지 회사의 재생에너지 이용률을 100%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대외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국제 컨설팅 업체인 ‘평판연구소(Reputation Institute)’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CSR 렙트랙(Global CSR RepTrak) 100’ 순위에서 2012년부터 2년 연속 CSR 우수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케아가 성공적으로 친환경 지속 가능 경영에 ‘올인’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2일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의 ‘윤리적 공급망 관리: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나탈리아 한(Natalia Hahn·35·사진) 이케아그룹 리테일 및 익스팬션 지속가능성 매니저를 만났다.

― 많은 기업이 친환경 경영에 주목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고비용을 투자해야 하기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지속 가능 경영을 효과적으로 도입할 수 있던 이케아만의 비결은 무엇인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 경영을 비용 지출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친환경 정책을 실행하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으며 운영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적극적 비용 절감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LED 조명이 대표적이다. LED 조명은 백열전구 대비 최대 85%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이케아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조명을 2016년까지 전부 LED 전구로 대체하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LED가 아닌 전구는 점차 판매가 중단될 것이다. 작년 한 해에만 1200만 개의 LED 전구를 판매해 백열전구 대비 8600만 유로(약 1198억488만원)의 전기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물 사용을 최대 30% 줄이는 주방용 수도꼭지, 50%까지 줄이는 화장실용 수도꼭지를 선보이고, 자기장을 이용한 인덕션(전자유도가열) 기술을 통해 레인지의 화구나 주변 공기는 가열하지 않고 냄비만 가열해 열 손실을 줄이는 제품도 있다. 이외에도 제품을 배송할 때 나무 운반대 대신 종이 운반대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7만5000t 가까이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케아와 같은 거대기업에서 2020년까지 풍력에너지 및 태양에너지 같은 신재생에너지 이용률 100%에 도달하는 게 가능할 지 궁금하다.

“우리는 산림과 수자원, 에너지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당연히 우리가 환경을 이용한 만큼 돌려주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까지 이케아는 전 세계의 이케아 빌딩에 태양열 집열판을 30만대 이상 설치했다.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재생에너지 생산 분야로, 내년까지 총 150억유로(약 20조8962억원)를 투자해 에너지 자립형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또 전 세계로 제품을 배송할 때 트럭이나 컨테이너 안의 남는 공간을 줄이기 위해 공간 사용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62%인 트럭 공간 사용률을 7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더 심플한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예를 들면 비디아(VIDIA)램프에 사용해온 33개의 부품 중 24개를 줄여 더 쉽게 조립하도록 개선했다. 부품량이 줄자 포장 박스 부피도 줄고, 이로 인해 전체 포장 무게를 28% 가량 줄일 수 있었다. 한 이케아 디자이너는 엑토르프(EKTORP) 소파를 더 납작하게 포장해 포장박스를 기존 대비 절반 크기로 줄였다.”(이케아는 2015년까지 사업체 및 이케아 매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90% 이상을 재활용하고, 장기적으로 쓰레기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케아의 친환경 정책은 언제부터 시작됐고, 어떻게 회사 내부에서 적용되는가.

“이케아는 1990년대 중반부터 환경경영체계(Environmental Management System)를 도입, 자원 사용량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2012년 전사 차원의 지속 가능 경영 전략 ‘사람과 지구에 친화적인 전략(People&Planet Positive)’을 발표했다. 소비자와 지역사회, 기업 시스템에 친환경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2020년까지 원자재 사용 최소화, 에너지 절감, 자체 재생에너지 생산 등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이케아에선 친환경 아이템 개발과 유통 혁신을 위해 지속가능경영팀 산하에 혁신팀을 꾸리고 있으며, 재생 가능 에너지를 전담하는 팀도 따로 운영 중이다.”

―친환경 지속 가능 경영이 확산되기 위해 현장에서는 어떤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친환경 정책을 도입하면 기업의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말을 하는 것은 쉽지만, 실행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회사의 경영 시스템을 면밀히 분석하면 작더라도 친환경 활동을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 캐나다에서 지속 가능 경영 업무를 맡았을 때 매장의 재활용 비율을 늘리기 위해 매장의 전 계약 내역을 전면 재검토한 적도 있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인도 등에서 CSR 활동을 법적으로 의무화됐다. CSR 법제화 흐름이 기업에 가져올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매우 환영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기업들이 투명성 강화와 지속 가능성 경영을 갖추기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만, 더 많은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 이케아는 친환경 정책을 주기적으로 측정·평가해 공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의 매장들은 2개월에 한 번씩 ‘직원 몇 명이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해 교육을 받았는가’ ‘매장마다 재활용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 ‘사회적 분쟁 지역이나 보존 가치가 높은 숲에서 벌목을 한 케이스는 없는가’ 등의 내용을 조사해 본사에 리포트를 제출하고, 지속가능경영팀에서 이를 종합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최종 작성한다. CSR 법제화가 확대될 경우 지속 가능 경영 문화가 더욱 자리를 잡을 것이며, CSR 활동 측정 및 감사 업무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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