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8일(일)

환경과 인간의 삶을 돌이켜보다… 연극 무대에 오른 ‘기후위기’

기후위기를 전면으로 다룬 작품들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경북 영덕에서 열린 ‘2022 국제환경연극제’에서다. 국제환경연극제는 지구촌 환경 문제를 공유하고 생태예술을 다루는 예술인들이 교류하는 국내 유일의 공연 예술 축제다. 이번 연극제에는 미국·영국·독일·스페인·일본·홍콩·태국 등 해외 7개국에서 온 공연단체 8곳과 국내 공연단체 24곳이 무대를 채웠다.

지난 1~7일 경북 영덕에서 열린 ‘2022 국제환경연극제’에서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다양한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임태경 청년기자
지난달 1~7일 경북 영덕에서 열린 ‘2022 국제환경연극제’에서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다양한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임태경 청년기자

국제환경연극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 2회를 맞았다. 특정 무대에서 진행된다기보다 영덕야성초등학교, 영덕교육지원청, 영덕군 청소년야영장, 인문힐링센터 여명 등 영덕군 일대를 공연장으로 활용했다. 특히 연극제에는 전문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지역 청소년, 문화활동가, 주민들도 퍼포머로 참여했다. 이번 연극제의 총감독을 맡은 장소익 연출가는 “영덕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은 동해안에서도 손꼽히는 지역이라 기후위기를 예술로 풀어내는 무대로 잘 어울린다”라며 개최지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1일 오후 6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공연 준비가 진행됐다. 개막 공연은 영덕교육지원청에서 출발해 영덕야성초등학교까지 약 600m 거리를 걸으며 진행되는 거리음악 퍼레이드였다.

청년문화예술공동단체 ‘님(NIM)’의 북소리를 시작으로 대지의 여인을 상징하는 대형 인형탈과 물새로 분장한 학생들이 뒤따랐다. 행진이 진행되자 한산했던 거리는 관람 인파로 북적였다. 흥이 오른 일부 주민들은 물새들의 몸짓을 따라 하며 행렬에 합류하기도 했다. 그렇게 약 30분간 거리를 돌아다니며 영덕야성초등학교에 도착하는 것으로 개막 공연이 끝났다.

학교에는 색다른 퍼포먼스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구를 감싼 대지의 여인을 뒤따르던 물새들이 원형으로 여인을 둘러싸는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환경연극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야외무대에서는 가수와 소리꾼들의 공연을 시작으로 초청 작품들이 펼쳐졌다.

이날 오후 8시에 맞춰 영덕야성초등학교 앞마당에서는 국내 초청 작품인 ‘크락션’이 시작됐다. 금설복합예술소의 크락션은 어느 공원을 오가는 사람들 속 많은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한 작품으로, 쌓이고 쌓인 쓰레기 속에 ‘버려진 꿈’을 조명했다. 버려진 것은 환경이기도 했고, 우리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개막일의 마지막 공연은 온앤오프무용단의 ‘웜바디’였다.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환경과 나를 돌아보는 퍼포먼스다. 생태계는 결국 자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도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기후위기로 잃어버린 생태계의 삶의 속도를 되찾기 위함과 더불어 나 자신의 마음 생태계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몸의 움직임으로 승화했다.

연극제 2일 차에는 영덕교육지원청 초연관에서 ‘환경과 공동체 예술’에 관한 주제로 환경포럼이 진행됐다. 포럼에서는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난개발, 코로나19 등 전 지구적 재난 상황에서 해체위기에 놓여 있는 지역 공동체 문제를 다뤘다. 동시대의 삶과 사회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공동체 예술의 현주소와 함께 조명하면서 우리 시대 문화예술이 나아가는 바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장소익 연출가는 “관객들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생명·평화의 가치를 느끼고, 예술문화를 통해 힐링과 재충전의 시간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환경연극제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오랫동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생태전환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힘 써온 국내외 예술가들이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행사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임태경 청년기자(청세담1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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