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화)

[하트하트재단과 함께 하는 장애인식 개선 캠페인 ‘해피스쿨’] ③ 학교가 두려웠던 장애인들의금·의·환·교(錦衣還校)

하트하트재단과 함께 하는 장애인식 개선 캠페인 ‘해피스쿨’ <3>
소통법 익히려 배운 악기로 괴롭힘 받던 학교 찾아 연주
입학조차 거부당했었는데… 이젠 예술강사로 환영받아
수업 마친 아이들 ‘장애인도 친구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뀌어
“부정적이던 장애인 호칭 10년만에 선생님으로 변해”

“발달장애인은 몸은 크지만 생각은 느리게 자란대요. 애니메이션에서 수아가 바이올린을 멋지게 연주한 것처럼 실제로 음대에 진학한 형·오빠들도 있대요.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이젠 남한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된 거죠. 잘생긴 선생님을 앞으로 모셔볼게요.”

지난 5일 오전 서울 동작구에 상도초등학교 4학년 6반. 이을숙 강사의 소개에 홍정한(23·발달장애3급)씨가 교실 뒷문에서 뚜벅뚜벅 걸어왔다. “플루트를 배운 지 8년 되었고, 하루에 4시간씩 연습한다”는 간단한 소개를 끝낸 후, 곧장 플루트를 입에 대고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연주를 시작했다. 50개의 눈동자는 일제히 정한씨의 손가락과 입을 향했다. 3분가량의 짧은 연주가 끝나자,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하트하트재단의 해피스쿨예술강사로 활약중인 하트 미라콜로 앙상블. 왼쪽 사진은 지난5일 상도초등학교에서 하트하트재단 예술강사 이성민씨가색소폰을 불고있는 모습 /하트하트재단제공

올해 정한씨는 벌써 22번째 학교를 찾았다. 정한씨의 직업은 ‘해피스쿨(Happy School)’의 예술강사다. 해피스쿨은 하트하트재단(이사장 신인숙)과 S-Oil이 함께 지난해부터 실시해온 장애 인식 개선교육 캠페인으로, 정한씨와 같은 발달장애인 예술강사들이 직접 학교까지 찾아가서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하트하트재단에서 운영하는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청소년 오케스트라인 ‘하트하트오케스트라’에서 실력을 쌓아 음대까지 졸업한 전문 연주자다.

◇’장애인’이라고 거부당했던 학교, 이제는 ‘예술강사’로 환영받아요

현재 하트하트재단에 소속된 해피스쿨 예술강사는 총 7명. 이들에게 ‘학교’는 늘 환영받지 못하는 곳이었다. 박경주(51)씨는 아들 성민(24·자폐성장애2급)씨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장래희망란에 ‘일반인’이라는 세 글자를 썼다. 아이가 평범해지길 원하는 마음에서였다. “문제가 생기면 제가 100% 책임지겠습니다”는 각서를 쓰는 것은 기본이었다. “내가 성민이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까?” “내년에도 성민이가 우리 반이 된다면 잘해줄 것입니까?” 박씨는 전교생 600명을 대상으로 ‘거절할 수 없는’ 단답형의 설문지를 만들어 매년 각 반에 뿌렸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성민씨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한씨의 엄마 정은희(52)씨도 학교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졌다. “우리 정한이 좀 잘 부탁드려요.” 고개를 조아리며 매일 발이 닳도록 학교 문턱을 넘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약 10년. 성민·정한씨 모자는 상처를 남겼던 학교를 다시 찾았다. 왕따와 친구들의 괴롭힘, 그리고 장애인이라고 거부했던 학교였다. 이번엔 달랐다. 성민씨의 양 손엔 색소폰이, 정한씨의 손엔 플루트가 쥐어졌다. 연주가 끝나고 나면 팬레터도 받는다. ‘해피스쿨’이 2년째 일궈내고 있는 기분 좋은 변화다.

“입학조차 거부당했던 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환영을 받고 있다니요. 기회가 된다면 모교를 찾아가 ‘해피스쿨’을 진행하면 어떨까요? 제가 아무리 아우성쳐도 잘 움직이지 않던 사회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요.” (성민씨 어머니 박경주씨)

해피스쿨이 시작된 이후 어머니들은 “지난 20년의 고통이 사라지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들은 대부분 ‘언어치료’의 대안으로 악기, 미술 등 문화예술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성민·정한씨도 그렇게 음악을 배웠다. 정은희씨는 “언어를 못하니깐 사회에 소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플루트’를 배우게 되었다”면서 “지금까지 잘 따라와 준 것도 고맙지만 ‘장애 인식 개선’의 메신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며 눈물을 훔쳤다.

◇장애 인식 개선의 아이콘이 된 ‘예술강사’

캠페인 첫 해인 작년에는 16개 학교, 8500명을 대상으로 수업이 진행됐지만 올해는 신청 학교도 30개교(1만5000명 대상)로 두배가량 늘었다. 상도초등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연이어 ‘해피스쿨’을 신청한 학교다. 현재 전교생 1500명 중 12명이 장애인이기도 하다. 상도초등학교의 한 특수학급 교사는 “올해엔 예술강사들이 교실로 직접 찾아가서 연주도 들려주고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실천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 교육적 효과가 큰 것 같다”면서 “통합 교육을 지도하다보면 어려움이 많은데 피부에 닿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고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트하트재단 장진아 사무국장은 “발달장애 아이들의 호칭은 바보, 멍청이, 심하게는 정신병자까지 부정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면서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불릴 수 있을지 아무도 몰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피스쿨 수업을 받은 아이들의 변화는 고무적이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홍시온(10·상도초4)군은 “집에 가서 동생들에게 ‘발달장애인’에 대해 배운 대로 알려줄 것”이라면서 “우리 반에도 발달장애 친구가 있는데 앞으로는 잘하는 점을 찾아서 칭찬해주겠다”며 다짐을 말했다. “말을 느리게 해도 인내심을 가지겠다”, “고운 말을 사용하겠다”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줄을 이었다.

하트하트재단 아동사업개발부 김진아 부장은 “수업 중간에 ‘장애인도 OO가 될 수 있다’고 선언하는 부분이 있는데, 음악가·과학자 등 직업을 중심으로 한 답변이 이어지다가 어느 아이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답했던 것이 인상에 남는다”며 “발달장애 아이들 스스로가 만들어나갈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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