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토)

1살 기부 여든까지… 벌써 1000번째 아이가 참여했어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애첫기부’
캠페인 벌인 지 5년째 돌잔치 대신 기부하니 총 6억1500만원 모여
기부자의 재능기부로 기념사진 찍어줬더니
SNS로 퍼져 참여 늘고 자연스레 나눔 계속해

미상_사진_기부_생애첫기부_2013지난 13일, 서울시 명동 가톨릭회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아이의 돌·생일잔치 대신 기부를 선택하는 ‘생애첫기부’ 캠페인에 참여한 1000번째 가족 탄생을 축하하는 기념식이었다. 임지환(36)·민지혜(36) 부부가 첫째 딸 서연(4)의 생일을 맞이해 백혈병·희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또래 아이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 부부는 지난해 12월, 순산한 둘째 아들 진욱군의 이름으로도 ‘생애첫기부’를 결정했다. 민지혜씨는 “임신한 후 계속된 출혈, 유산될지도 모른다는 통보 등 힘든 과정을 거쳤다”면서 “난치병을 앓고 있는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이 공감되어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생애첫기부’ 운동을 벌인 지 5년째. 지금까지 1000가족이 참여하면서 기부금이 총 6억1500만원 모였다. 한 부인이 아이의 돌반지 7개를 내밀며 좋은 곳에 써달라고 요청한 게 계기였다. 2008년 14가족이 2040만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엔 33가족(3138만원), 2010년엔 55가족(4388만원), 지난해에는 400가족이 2억1971만원을 기탁하는 등 매년 약 2배가량 성장세를 보였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생애첫기부' 캠페인에 참여한 1000번째 주인공인 임지환ㆍ민지혜씨 가족.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생애첫기부’ 캠페인에 참여한 1000번째 주인공인 임지환ㆍ민지혜씨 가족.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캠페인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캠페인에 참여하는 부부들의 니즈(needs)를 잘 살핀 것이다. 먼저, 돌잔치 대신 기부를 하다 보니 정작 아이들은 변변한 돌사진조차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무실 한편 공간에 사방으로 스크린을 4개 설치해 사진 촬영 시, 간편하게 스튜디오로 변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모금팀 정문선 간사는 “처음엔 기록 차원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최대한 멋지게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생애첫기부’ 기념사진이 부모들의 개인 블로그, 육아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져나가며 자연스레 소문이 났다. 아이가 커서도 나눔의 경험을 기억할 수 있도록 감사장과 기념액자도 함께 주어진다. 기념액자 또한 5년 전 아들 이준수(6) 이름으로 ‘생애첫기부’에 참여한 이종혁(44)씨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것이다. 디지털 이미지 출력업을 하는 이씨가 지금까지 기부한 액자는 300개가 넘는다.

정문선 간사는 “첫 기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분이 늘고 있다”면서 “서로의 나눔 이야기를 통해 도전도 받고 가족끼리 후원처도 함께 결정하는 등 자연스러운 나눔교육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미시간재단협의회에 따르면, 어릴 때 나눔 활동에 참여한 아이 중 77%가 자신이 속한 단체와 지역사회에서 리더로 성장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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