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책임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② “사회공헌으로 소비자 믿음 얻으면, 경영도 든든해지죠”

책임 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2>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
내년 30주년 맞는 캠페인…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 사회적으로 관심 모으자
직원들도 자부심 느껴 경영 힘들 때도 계속했죠
이젠 열심히 가꾼 숲을 문화공간으로 만들려고요
실버상품 산업 확대 위한 ‘액티브 시니어’ 캠페인
반나절만 근무할 수 있는 육아 단축근무시간제 등
사회 책임 경영으로 저출산 고령화도 풀어야죠

“사회 없이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가. 사회를 외면하고 기업만 성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유한킴벌리 본사에서 만난 최규복(57)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각종 조사에서 ‘존경받는 기업’ ‘사회공헌 잘하는 기업’으로 손꼽히는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대표주자다.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 유한킴벌리가 이 가치를 지켜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흥미진진한 답을 기대했으나, 최 대표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유한킴벌리는 화장지·기저귀·생리대 등 주요 생활위생용품 사업에서 선두를 달리는 등 매출 실적도 좋고,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좋다. 사회공헌은 기업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사회공헌을 많이 하면 경영 실적이 좋아지는가’라고 묻는다면, 이 둘은 별개의 차원이다. 우리 회사가 경영 실적이 좋은 것은 경쟁사보다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사회책임 경영과 경영 실적이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다. 다만, 사회공헌을 하다 보면 사회나 소비자가 좋은 점수를 주다 보니까 비즈니스에 도움을 받는다. ‘유한킴벌리는 신뢰 있는 기업이구나’라는 외부의 시선이 있으면, 직원들도 거기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좋게 만들고 착한 활동을 한다. 사회책임 경영을 추구하면, 외부와 내부가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회사 내부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커뮤니케이션도 쉬워지고, 자연히 경영 실적이 좋아진다.”

―우선 내년이면 30년을 맞는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 캠페인부터 얘기해보자. 일부 사회공헌 전문가들은 “화장지나 기저귀를 위해 유한킴벌리에서 베는 나무를 생각해보면, 나무 심기 캠페인은 사회공헌이 아니라 당연한 의무다” 혹은 “유한킴벌리가 대대적인 TV 광고를 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사람들의 뇌리 속에 이렇게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인가”라고 비판한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는 “현재 1조4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2020년까지 5조로 확대키로 하고, 실버상품으로 제품군을 과감히 확대하겠다”며 ‘액티브 시니어’ 캠페인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유한킴벌리 제공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는 “현재 1조4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2020년까지 5조로 확대키로 하고, 실버상품으로 제품군을 과감히 확대하겠다”며 ‘액티브 시니어’ 캠페인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유한킴벌리 제공

“우리 자재 중에는 나무 펄프가 있기도 하지만, 이는 해외 경제림에서 공정한 가격을 주고 사온다. 반면 캠페인은 우리나라 국유지에 나무를 심는다. 우리가 베어내는 나무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숲을 기부하는 활동이다. 이는 전혀 별개다. 캠페인 초창기 광고가 많았던 것은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대규모로 시작한 첫 번째 환경 캠페인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기업과 사회가 전혀 무관심했던 환경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한 효시 캠페인이다. 이후 환경 단체도 많이 생기고, 기업과 정부도 환경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어떻게 30년 가까이 한 프로그램이 유지될 수 있었나. 흔히 CEO가 바뀌면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바뀌는 경우도 많은데….언제까지 계속할 계획인가.

“나를 포함해 그동안 4명의 CEO가 있었다. 캠페인이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1700명 직원들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다 보니 내부 공감대가 이뤄졌다. 회사가 경영이 어려울 때에도 ‘캠페인 하지 말자’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또 30년 가까이 프로그램이 계속 진화해왔다. 처음에는 국유림에 나무를 심다가, 학교 숲 가꾸기, 몽골 사막화 방지 숲 조성하기, 북한 숲 복원, 환경교육 프로그램, 여성환경리더 양성까지 발전했다. 내년에는 30주년을 맞이해 ‘숲과 사람이 공존하는 문화 공간’을 만들지를 고민 중이다.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면서 시니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액티브 시니어’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른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경영 모델인데,’액티브 시니어’ 캠페인의 목적이 사회공헌인지, 시장 확대를 위한 마케팅인지 헷갈리는 측면도 있다.

“CSV는 비즈니스 그 자체다. 기업과 사회가 함께 손을 잡고 성장하는 비즈니스다. CSV 비즈니스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고, 액티브한 시니어들을 위한 산업을 창출해보려 한다. 일본은 시니어산업이 16%인 데 반해 우리는 5%밖에 안 된다(2010년 기준). 만약 우리가 시니어산업에 그냥 뛰어들려면, 내부 신제품개발팀에서 제품을 만들어서 팔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시니어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니어들을 이 산업에 참여시켜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함께일하는재단과 함께 ‘액티브시니어 생활용품 사업’ 공모를 통해 소기업을 제대로 상업화시키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유한킴벌리와 함께일하는재단은 10개의 소기업을 선정, 시제품 개발비, 파일럿 사업비, 제품개발 및 제품 생산과 관련된 사업비 등을 1개 기업당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7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여성 임원 비율이 18%에 달하고, 육아휴직률 91%이다. 가족친화 경영, 유연 근무를 포함한 스마트워크 경영 등을 도입했는데, 다른 대기업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결정이다.

“작게 보면 ‘사원 복지’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푸는 기업의 사회책임 경영이다. 지난 1일부터 ‘육아 단축근무시간제’를 도입했다. 육아를 하는 여성들은 반나절만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여성들 진출이 워낙 많아서, 기업 문화가 바뀌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사회공헌을 위한 NGO 파트너십이 탄탄한데, 외부 협력단체와의 파트너십은 어떻게 이뤄지나.

“생명의숲, 함께일하는재단, 여성재단, 환경재단 등 모든 사회공헌을 외부 NGO와 함께 한다.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지, 숲의 전문가는 아니다. 전문가 그룹과 사회공헌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래야 정부·기업·NGO 등 사회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가고, 기업과 NGO가 함께 성장한다. 협력사와의 관계에서도 똑같다.”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기 위한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제일 중요하다. 사회와 단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치를 충실히 하면 이윤은 따라온다. 이윤이 난 것을 탐욕이라고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도 문제가 있다. 이윤이 나야 투자도 하고 성장한다. 이윤은 성장을 위한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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