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추장문화 남아있는 가나 사회공헌을 의무로 여기죠”

구장연 AK가나우드 사장

“가나에는 마을마다 외국 기업이 지켜야 할 사회공헌 규칙이 있습니다. 이를 따르지 않는 기업은 해당 지역에서 비즈니스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11년 동안 가나에서 합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구장연 AK가나우드 사장의 조언이다. AK가나우드는 지난 2002년 수도 아크라에서 북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아킴 오다 지역에 설립됐다. 현지인 300명을 채용한 중소기업이다.

AK가나우드 구장연 사장이 축구 대회에 참석한 현지 직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AK가나우드 제공
AK가나우드 구장연 사장이 축구 대회에 참석한 현지 직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AK가나우드 제공

2008년부터 2년 연속 토고·가나·예멘·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여하는 ‘아프리카 비즈니스 상(Africa business award silver)’을 받았고, 가나 수출기능청은 지난해 AK가나우드를 ‘가나 합판 부문 골드어워드’로 선정했다. AK가나우드가 마을 주민과 화합해 아킴 오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가나의 추장 문화를 잘 이해하고 소통한 덕분”이라면서 “가나에서 외국인으로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지역사회 책임을 어느정도 다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수도 아크라를 제외한 가나의 대부분 지역에는 추장, 족장 문화가 뿌리 깊게 남아 있다. 대통령·국무총리가 당선 직후 가장 먼저 추장(나나·Nana)을 찾아갈 정도로 이들의 권한은 막강하다. 구 사장은 “추장과 마을 유지(엘더)들의 허가 없이는 해당 지역의 나무를 벌채·수출할 수 없고, 산림청에서도 벌목권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각 지역에서 기업이 지켜야 할 사회공헌 규칙도 추장과 마을 유지들의 합의로 결정한다. 이들은 기업의 개발 사업이 지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훼손과 보상의 정도를 세밀하게 따져 제시한다. 벌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야생 동물 보호 비용, 나무를 이동할 때 훼손되는 농지의 관리 비용 등 다양하다. 외국 기업일수록 조건은 더 까다롭다.

AK가나우드는 아킴 오다 지역에서 원목 채취 허락을 받는 대신 우물과 수동식 펌프를 설치하고, 전봇대를 세워 전기를 공급했다. 고아들을 위한 학교와 주민이 모일 수 있는 마을회관도 지었다. 구 사장은 “매년 회사 시무식 때 열리는 체육대회가 마을 축제로 발전했다”면서 “지역 방송국이 체육대회를 중계방송할 정도”라고 했다.

그는 “가나는 수십년간 해외 원조를 받은 나라이기 때문에 기업이 어떤 의중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지 금방 파악한다”면서 “가나에서는 지역 주민과 화합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이 비즈니스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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