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SNS보다 중요한 건, 잘못된 관행 바꾸는 것”

[SNS 분석 전문가 장덕진 교수] 포스코·남양유업 사건 SNS 통한 ‘을’들의 반란… 독점적인 ‘갑’ 무너뜨려
사태 대응과 홍보는 일시적인 수단에 불과
SNS 활용 성과 높이려면 소통의 중요성 인식하고 담당자에 권한 부여해야

미상_사진_CSR_장덕진교수_2013최근 포스코에너지, 프라임베이커리, 남양유업 사태로 인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한층 높아졌다. SNS 분석 전문가인 장덕진(46)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많은 기업으로부터 “SNS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느냐”는 문의를 받기 바쁘다. 장 교수는 ㈜사이람에서 2012년 기업과 정부기관의 SNS 계정을 유형별로 분류, 성과를 분석한 자료를 인용하며 “SNS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대표가 SNS 중요성을 인식하고, 짧은 시간 내에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담당자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CEO들은 ‘젊은 사람이 이거 한다더라’ 수준으로 보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을 비롯한 최근 사태가 갖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

“과거의 시스템은 독점의 ‘갑(甲)’이 서로 분산된 ‘을(乙)’들에 압박을 가했으나, 지금은 을들이 SNS를 통해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다. 수퍼 갑은 결국 독점적 지위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예를 들면 지금의 민주당은 비효율적인 조직이기에 안철수 의원에게 휘둘리는데, 똑같은 현상이 기업에도 발생한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갖추더라도 자본주의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경제계의 민주당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이 SNS에 대해 문의할 때 사태 대응과 홍보에만 집중하는데, 룰을 고치지 않고서는 홍보의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기업에 억울한 일들도 물론 많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리스크 관리를 원한다면 동시에 기업의 비합리적인 관행을 투명하게 바꿔나가는 시도를 병행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많은 기업이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임직원 교육과 SNS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전파되는 정보의 특징은 무엇이며, 네티즌들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사건의 특징이 있는가.

“세 기업이 모두 공격을 받았지만, 포스코에너지가 가장 덜 타격을 입었고 남양유업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기업 간 피해 차이가 적게 발생한 이유는 세상을 바꾸는 3단계를 통해 볼 수 있다. 연결-공감-연대의 과정이다. 포스코에너지 사건의 경우,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고 공감할 수 있는데 연대할 것이 별로 없다. 포스코 철을 불매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남양유업은 한국의 자영업 현실과 결부되었을 때 평균적인 한국 사람들의 연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한편 삼성 불산 누출 사건 등의 경우 대기업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또 성장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 때문에 피해를 덜 입었다.”

―호텔 지배인을 지갑으로 폭행한 프라임베이커리 강수태 회장의 태도는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지만, 이튿날 강수태 회장이 회사를 폐업하겠다는 데에는 SNS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포퓰리즘적인 SNS의 한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전에 발생했던 ‘채선당 임신부 폭행 사건’ 같은 부작용 사례도 있지 않은가.

“지난해 ‘강호동, 집에서 숨 쉰 채 발견’이라는 트위터 오보 사건을 분석해봤다. 언론에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대한민국 전체 트위터 글 중 20개뿐이었다. 하지만 언론 보도가 된 후 시간당 200개씩 트위터가 업데이트됐다. ‘채선당 사건’의 경우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이 올라온 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리트윗(RT)이 이뤄졌다. 편집권이 없는 소셜 미디어에서 잘못된 정보가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그것이 장시간 유통되느냐, 또는 금방 수정이 되느냐의 문제다. 잘못된 정보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관해 유저(user)들에게 문의했을 때 빠른 시간 내에 수정된 사실을 봤다고 응답했다.”

―SNS는 예측도 불가능하고, 통제할 수도 없는 ‘진정한 민주주의’에 가깝기 때 문에 사실상 사후 대처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기업과 정부는 SNS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트위터는 곧 유행이 지나가겠지만, 새로운 서비스가 나타날 것이다. 사람들이 공감하고 연대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강화되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 박용만 회장의 트위터 활용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바로 큰 즉각적 기대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오프라인에서 이미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소셜 미디어에서도 갑의 이미지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기업이 트위터(SNS)를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계정을 올려 팔로하고 글을 쓰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나의 글을 팔로하고, 읽고, 멘션을 주고, 리트윗을 하는 것이 없으면 테니스 벽치기 트위터에 다를 바 아니다. 결국 불공정 관행 등을 고쳐나가지 않는 이상 좋은 기업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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