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장기 프로젝트 필요한 정서 치유… ‘마음톡톡’이 치유 모델로 자리 잡길”

김기태 GS칼텍스 전무
일시적 지원으로는 아이들 상처 낫지 않아
1회 평균 6만원 치료비…직원이 3만원 후원하면 회사에서 3만원 내는 등
든든한 社內 공감대 형성

김기태 GS칼텍스 전무
김기태 GS칼텍스 전무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GS칼텍스 사무실을 찾았을 때, 김기태<사진> 전무는 하얀 종이를 들고 있었다. 인터뷰 전날 기자가 보낸 질의서였다. 15개에 달하는 질문 밑에는 미리 준비한 답변들이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군데군데 노란색 형광펜으로 줄 친 흔적도 보였다. GS칼텍스 여수 공장에 사회공헌 전담팀이 꾸려진 건 2005년. 당시 김 전무는 사회공헌팀장을 맡아 여수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GS칼텍스 본사에 CSR 추진팀이 신설됐을 때도, 그는 CSR 담당 임원으로 다시 부름을 받았다. 8년 동안 GS칼텍스의 사회공헌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기 때문일까.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아동’,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주제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수 지역을 중심으로 CSR활동을 진행하던 GS칼텍스가 다시 본사 내부에 CSR 추진팀을 꾸린 이유는 무엇인가.

“여수에서의 경험을 살려 전국 단위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많았다. 지난 1년 동안 CSR 추진팀은 우리 사회가 미처 돌보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를 조사했다. 꼭 필요하지만 다른 기업에서 하지 못한 일, 그러나 GS칼텍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다. 그 과정에서 신체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지원을 통해 자립할 수 있지만, 정서적으로 상처를 크게 받은 아이들은 일시적인 지원만으로는 변화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동 정서 치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CSR 성과가 당장 눈에 드러나길 원한다. 아동 정서 치유 프로그램은 그 효과성이 금방 나타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를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결정하기까지 내부 설득이 어렵진 않았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GS칼텍스가 미래 세대인 ‘아동’ 지원 프로젝트에 집중해온 만큼 ‘어려워도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부족한 부분은 전문 기관과 협력해서 보완하자고 했다. GS칼텍스의 CSR 위원회도 큰 힘이 됐다. CEO가 위원장이 되고, 각 부서 본부장급 임원들이 위원으로 참석한다. 위원회에서 아동에게 도움이 되려면 3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해야 된다고 의견이 모이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아동 정서 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임직원의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일단 프로그램 명칭부터 사내 공모를 통해 ‘마음톡톡’으로 정했다. 지난 12월엔 한 달 동안 임직원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다. 아동이 한 번 치료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이 평균 6만원이다. 직원이 3만원을 정기 후원하면, 회사가 3만원을 매칭해 지원하기로 했다. 회사 로비에 기부자 명단을 적은 하트 모양의 ‘기부 보드(Board)’를 진열했는데, 한 달 만에 전체 직원의 43%가 참여했고, 총 6억2000만원이 모였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그 임팩트 측정도 중요하다. GS칼텍스는 ‘마음톡톡’의 효과성을 어떤 방식으로 측정할 계획인가.

“일단 3년 동안 ‘마음톡톡’을 진행하면서 치유되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단순히 치료한 아동 숫자만으로 성과를 평가할 순 없기 때문이다. CSR의 가장 중요한 평가 척도는 ‘지속성’과 ‘확대 가능성’이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마음톡톡’을 통해 아동 정서 치료 모델이 확립되고, 정부 정책에 반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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