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자선 넘어 투자의 개념으로… CSR도 전략이다”

CSR 아시아 공동설립자리처드 웰포드
CSR 효과 당장 안보여도 기업에 핵심적 영향 끼쳐
中 CSR 분야 발전 빨라 연도별로 성과 분석하는 차이나 모바일처럼 장기적인 전략 필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지난 10년간 아시아에서 급격히 발달해왔다. CSR의 성공사례와 중요성을 인식하는 단계는 넘어섰다. 다만, 많은 기업에서 어떻게 CSR을 전략으로 만들고 이를 조직 내에 정착시킬지 고민하고 있다. CSR은 기업활동의 부수적인 영역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전략적 영역이 되어야 한다.” 리처드 웰포드(Richard Welford) ‘CSR 아시아’ 회장이 밝힌 최근의 트렌드다.

CSR 아시아 공동설립자 리처드 웰포드
CSR 아시아 공동설립자 리처드 웰포드

웰포드 회장은 아시아에 9개 지점을 둔 CSR 컨설팅 회사인 CSR 아시아 공동설립자 겸 회장이다. 국제무역과 CSR을 20년 이상 연구해온 인물로, 옥스팜·보디숍·나이키·HP·HSBC·디즈니 등 다수 기업과 비영리단체의 CSR 활동 개발과 전략을 지원했다. 국제무역, 환경보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관한 책 15권과 논문 100편을 발표, CSR 분야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대표 전문가로 불린다. 웰포드 회장은 오는 4월 10일 ‘더나은미래’가 주최하는 ‘해외진출 기업의 글로벌 CSR전략’ 콘퍼런스 참석을 앞두고, 이메일 인터뷰에 응했다.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이 늘면서 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기업 CSR 활동은 어떤가.

“중국에서의 CSR 분야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6억명에 가까운 고객을 소유한 중국 최대의 이동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China Mobile)’은 정교한 CSR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반면 CSR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환경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회사들도 있다.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는 이런 회사들은 특히 지배구조가 취약한 편이다.”

―예로 든 ‘차이나 모바일’ 등 CSR을 잘하는 기업의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하다.

“차이나 모바일은 중국 시골 지역의 농부들에게 모바일 장치를 이용한 ‘정보화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홍콩의 양대 전력공급업체 중 하나인 CLP는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 발전방식을 없애는 40년 장기계획을 실시해오고 있다. 이러한 CSR 프로그램을 회사 차원의 전략으로까지 못박은 점이 훌륭하다.”(차이나 모바일은 ‘중국 시골의 전파 소외지역 해소를 위한 유무선 통신망 구축’과 ‘정보화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10~20년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 CSR 프로젝트다. 차이나 모바일은 5대 CSR 프로그램에 대해 주요 이슈별 성과지표(KPI)를 제시하고, 연도별로 평가결과를 분석해 CSR 성과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농촌지역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농업정보 제공 웹사이트에 올라온 서비스 이용자수, 정보량 등을 분석하고, 통신망 구축과 관련해서는 통화연결률 등을 지표화해 그 결과를 측정하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CSR에 대한 CEO나 고위임원들의 관심이나 인식은 높지 않은 편인데….

“CEO들은 CSR을 통한 전략적인 이득이 매우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CSR 전략을 가진 회사들이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훨씬 경영실적이 뛰어나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많다. 앞으로 고위임원이 CSR 담당 부서에 배치되고, 전략적인 CSR이 늘어나는 등 변화가 있을 것이다.”

(왼쪽)중국삼성은 자폐증·뇌성마비 등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집선애지광행동’이라는 복합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삼성 제공, (오른쪽)포스코가 2006년 강진으로 참사를 빚은 인도네시아에 긴급 구호용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왼쪽)중국삼성은 자폐증·뇌성마비 등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집선애지광행동’이라는 복합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삼성 제공, (오른쪽)포스코가 2006년 강진으로 참사를 빚은 인도네시아에 긴급 구호용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하지만 CSR을 잘하면 매출이 늘어나거나, 소비자들이 CSR을 잘하는 기업의 제품을 산다는 것에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CSR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아이를 가진 소비자들은 제품이 안전한지 확인하기를 원한다. 아시아 전역에서 녹색 소비자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사람은 자신이 구매한 제품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성 있는 제품이길 원한다. 아동 노동을 착취해 만든 물건인지 아닌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유럽 못지않게 아시아에서도 지속가능한 소비자 운동이 이뤄질 것이다. 기업이 CSR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 위기 관리 능력이 높아진다. 제품을 생산하는 전 과정에서 건강과 안전, 인권, 환경문제 등 다양한 위기가 발생하는데, 비윤리적인 행위가 드러나면 하룻밤 사이에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 이런 위기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중국은 2008년 발생한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기업의 CSR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 싼루그룹은 뉴질랜드 폰테라그룹이 43% 지분을 가진, 한때 중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회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싼루그룹의 분유에서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인 공업용 멜라민이 나왔고, 이 분유 때문에 어린아이 4명이 목숨을 잃고 6만여명이 피해를 봤다. 예전에 개발도상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의 CSR은 제조공장의 인권문제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제품 책임과 건강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에선 전략적인 CSR을 고민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CSR에 대한 관심이 높은가.

“앞선 기업들은 CSR과 기업의 브랜드(brand), 평판(reputation), 신뢰(trust)가 밀접하게 관련돼있음을 알고 있다. CSR의 효과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업의 핵심적인 부분에 영향을 준다는 걸 확신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이해관계자(주주·종업원·소비자·공급업체 등)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훨씬 더 예민해지는 추세다. CSR이 의무적으로 변한 지역이 많아지고, 정부와 주식시장으로부터 오는 압박,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제출 요구 등으로 인해 앞으로 기업들은 CSR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웰포드 회장은 “CSR을 전체 조직에 단단히 박기 위해서는 내부 정책과 절차, 행동 규칙에서 CSR의 중요성을 밝히고, 조직 내에서 ‘CSR 영웅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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