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거리의 청소년 꿈 이루도록… ‘요리사관학교’ 10월 엽니다”

베트남 직업교육 사회적기업 ‘코토’ 한국지부 만드는 오진권씨
4평짜리 가게로 시작해 음식 체인으로 성공하자 오랜 꿈 이루기로 결심
베트남 ‘코토’ 기사 본 뒤 지미 팸 대표 만나 계획
거리 청년 등 20명 채용 ‘코토 인 서울’ 문 열기로

지난 13년 동안 가난한 청소년 700명을 일류 요리사와 웨이터 등으로 성장시킨 베트남 최초의 직업교육 전문 사회적기업 ‘코토(KOTO)’의 한국 지부가 만들어진다. 코토 한국 지부를 세우는 인물은 ‘요식업계 미다스의 손’이라고 하는 ㈜이야기가있는외식공간 오진권(63) 대표다. 오 대표는 ‘놀부 보쌈·부대찌개’ 창업자이자, 현재는 해산물 뷔페 레스토랑 ‘마리스꼬’를 포함, ‘사월에보리밥’, ‘오리와꽃게’, ‘노랑저고리’ 등 9개 음식 체인점과 20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연 매출 약 270억원에 정직원만 500명이 넘는다.

지난 3일 코토 지미팸 대표를 한국으로 초대한 오진권 대표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오 대표는 “지미 대표와 협력해 한국에 ‘코토 인 서울(KOTO in Seoul, 이하 S코토)’을 세우기로 결정했다”면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을 이제야 이룰 수 있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성공한 CEO인 그가 베트남에서 시작된 사회적기업의 한국 지부를 설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진권 ㈜이야기가있는외식공간 대표(오른쪽)와 베트남 최초 사회적기업‘코토(KOTO)’를 설립한 지미팸 대표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두 사람은 올해‘코토 인 서울(KOTO in Seoul)’을 설립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단계별 사업 계획을 세웠다.
오진권 ㈜이야기가있는외식공간 대표(오른쪽)와 베트남 최초 사회적기업‘코토(KOTO)’를 설립한 지미팸 대표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두 사람은 올해‘코토 인 서울(KOTO in Seoul)’을 설립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단계별 사업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코토’ 이야기가 소개된 기사 <2012년 12월 11일자 더나은미래 E4면>을 보게 됐어요. 알고 보니 ‘코토’가 거리의 청소년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요리사가 되도록 지원하는 곳이더군요. 저 역시 어릴 때 ‘거리의 소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저 혼자 거리에서 노숙 생활을 했습니다. 구두닦이, 껌팔이, 좀약 장사 등 안 해본 일이 없었어요. 피를 팔아서(매혈·賣血) 끼니를 때우곤 했죠. 학벌도, 가진 기술도, 돈도 없었어요. 그래서 군에 입대했고, 우연히 취사반을 맡았는데 그때 요리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얼떨결에 간부 식당까지 맡게 된 그는 요리 학원을 다니며 끼니마다 정성을 다했다. 입맛이 까다로운 간부들 사이에서도 그의 점심 메뉴는 연일 화제가 됐다. 소질을 발견하자 ‘식당 운영으로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스물다섯 살 때 4평짜리 라면 가게를 시작한 그는 신림동에 5평짜리 보쌈집을 개업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손님들이 가게 밖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서 보쌈을 먹을 정도로 소문이 났다. 그렇게 ‘놀부 보쌈과 부대찌개’는 전국 직영점 20여개와 체인점 360개를 거느리는 국내 최고 프랜차이즈 회사로 거듭났다. 이혼과 함께 ‘놀부’의 경영권을 전부 포기하면서 어려움도 찾아왔지만, 그는 2003년 ㈜이야기가있는외식공간을 설립하면서 다시 일어섰다.

오 대표는 가난하고 배고픈 청소년들이 자기처럼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요리사관학교’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늘 마음에 품었다고 한다. “더나은미래 기사 말미에 ‘언젠가 모국인 한국에 코토 레스토랑을 세우고 싶다’는 지미 대표의 이야기가 실려있더군요. ‘바로 이거다’ 싶었죠. 다음 달, 베트남으로 지미 대표를 만나러 갔습니다.”

‘코토’는 베트남에서 최고의 요리 전문 학교로 꼽힌다. 가난하지만 꿈을 가진 16~22세 청소년들이 매년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한다. 숙식은 물론 교육비, 의료비, 용돈까지 지원하는데, 지금까지 배출된 졸업생 500명 모두 취업에 성공했다. 일류 호텔, 레스토랑 등 각 기업에서 코토 졸업생들을 앞다퉈 스카우트할 정도다. 지난 1월 12일부터 8일간 코토를 둘러본 오 대표도 “코토의 체계적인 시스템에 여러모로 감탄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코토 레스토랑에 제일 먼저 가봤습니다. 졸업생들이 일하는 곳이니만큼 요리를 직접 맛보고 싶었어요. 10가지 베트남 음식을 전부 먹어봤는데, 당장 한국에 들여와도 성공할 요리가 많았습니다. 그날 밤 지미 대표에게 ‘1년 안에 서울에 코토 레스토랑을 함께 만들자’는 약속을 했죠.”

S코토는 오는 10월쯤 문을 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 대표는 5월에 열리는 베트남 코토 졸업식 때 직접 면접을 진행해, 졸업생 4명을 선발키로 했다. 10월쯤엔 코토 졸업생 6명을 추가로 뽑는다. 여기에 국내에 거주하는 베트남 이주 여성 6명, 쉼터에서 지내는 위기 청소년 4명을 더해 총 20명의 직원이 S코토에서 일하게 된다. 이주 외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료 요리 강좌도 열 계획이다.

오 대표는 “S코토의 수익금은 전액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S코토 수익금의 10%는 베트남 코토로 보낼 것입니다. 코토 트레이닝센터가 계속 유능한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거든요. 지미 대표와 저는 S코토 설립 이후, 북한에도 코토 레스토랑을 세우기로 약속했습니다. 북한의 가난하고 배고픈 청소년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익금의 60%는 북한 코토 레스토랑을 위한 자금으로 적립해두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30%는 회사의 ‘맛있는 기부’ 캠페인을 통해 사회에 환원될 것입니다.”

오 대표는 자기가 운영하는 9개 체인점의 수익금 0.5~1%를 모아 ‘맛있는 기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연간 2억원에 달한다. 2006년 12월부터 무료 ‘밥퍼’집을 운영해 노숙인, 독거 노인에게 매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간부급 직원들, 지역 봉사단, 오 대표의 지인들이 팀을 이뤄 요일을 정해 봉사하고 있다. 음식은 마리스꼬, 오리와꽃게 등 체인점에서 직접 만든 밥과 반찬으로 제공한다. 매일 이곳을 찾는 사람은 약 150명에 이른다. 올해부터는 2.5t짜리 이동식 밥차를 활용해 더 많은 지역에 직접 개발한 메뉴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다. 오 대표는 음식점 개업 및 운영 관련 컨설팅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3년 전, 안산에서 샤브샤브 음식점을 운영하던 한 자영업자가 파산 위기에 놓인 적이 있었다. 자문을 요청받은 오 대표는 건물의 입지, 규모를 꼼꼼하게 따져본 후, 1인분에 7000원짜리 숯불구이 정식 조리법을 직접 만들어줬다. 한 달 수익이 20만~30만원에 불과하던 가게가 컨설팅 이후 하루 150만~2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오 대표는 “자문을 해서 성공한 음식점 대부분이 감사 표시로 ‘맛있는 기부’에 일정 수입을 자발적으로 기부해준다”면서 “‘맛있는 기부’의 개인 후원자 대다수가 이런 분”이라고 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가난과 실패로 좌절한 청소년들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더 많은 이가 희망을 찾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할 것입니다. 서울에 탄생할 ‘코토’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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