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희망 허브] 혼자선 포기할 뻔했던 꿈… 함께 준비하니 더 커졌어요”

인재들 희망 키우는 꿈의 사다리 프로젝트

강상수·이운혁씨
시각·지체장애 있지만 …’두드림 스타’ 지원으로 버클리 음대 입학하고 아주대 약학대 진학

진로 고민하던 함소이양
드림스쿨 프로젝트 참가…멘토 조언·체험 활동으로…선생님이라는 목표 생겨

뮤지컬 데뷔 안정윤양
해피뮤지컬 스쿨로 1년간 연기·노래 배워…정식 공연 작품 출연

1급 시각장애인 강상수(24)씨는 내년 11월에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난다. 전남 나주에서 자란 강씨의 어린 시절 유일한 친구는 음악이었다. 선천성 시각장애로 빛을 잃어가는 아이에게 엄마는 온종일 음악을 들려줬다. 강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실명했다. 다섯 살 때부터 쳤던 피아노가 ‘꿈’이 된 건 중학교 3학년 때다. 한 선교단체에서 찬양단 활동을 하면서,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꿈을 품었다.

미상_사진_꿈의사다리프로젝트_인재들_20132011년 1월, 강씨는 졸업을 앞두고 서울로 올라왔다. 돈을 모아 ‘서울재즈아카데미’에 가기 위해서다. 서울재즈아카데미는 버클리 음대의 학점 연계기관으로, 이곳의 수업을 들으면 버클리의 체류기관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학기당 320만원의 학비는 큰 부담이었다. 아르바이트과 연주연습, 유학준비를 병행하려고 하니,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강씨의 꿈이 주저앉을 위기를 맞았다.

강씨에게 ‘꿈의 사다리’를 놓아준 것은 ‘두드림 스타’ 프로젝트다. 지난 7개월 동안 500만원 학비를 지원받은 강씨는 서울재즈아카데미를 다니며, 음악공부와 유학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년 10월 말 서울재즈아카데미에서 진행된 버클리 음대의 ‘2012 입학 오디션’을 통해 ‘재즈피아노학과’ 입학이 확정됐다. 강씨는 “인터넷을 통해 사회복지 공부도 시작했다”며 “앞으로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고도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음악을 연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의 ‘두드림 스타’, 장애가정의 꿈에 투자하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국민은행이 함께 진행하는 ‘두드림 스타’는 8~29세 장애인 혹은 장애가정의 꿈을 키워주는 프로젝트다. 1년간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한다. 한수정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두드림 팀장은 “기간을 정해놓고 하는 지원 사업과는 다르다”며 “한번 두드림 스타로 선정되면 이들의 성장을 계속 지원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라고 했다.

대학(생명공학부)을 졸업했지만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이운혁(26)씨도 두드림 스타다. 그는 약사가 되어 개발도상국에 의료 선교를 가는 것이 꿈이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뇌병변 장애와 지체장애(4급·왼손 손가락 마비)까지 있는 이씨에게 멀어 보이는 꿈이다. 하지만 이씨는 한 달 80만원에 이르는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학원에 다니기 위해 일과 공부를 병행했다. 한 손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시험 준비를 했지만, 2년간 고배(苦杯)만 마셨다. 두드림 스타는 이씨의 학원비를 지원하며,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올해 이운혁씨는 아주대 약학대학교 신입생이 된다. 목 디스크 주사를 맞아가며, 하루 10시간씩 준비한 결과다.

◇월드비전의 ‘드림스쿨’, “꿈을 그려드립니다”

전북 군산에 사는 함소이(15)양의 꿈은 막연했다. 컴퓨터를 좋아해 IT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기도 했고, 아이들이 좋아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함양은 작년 10월말 서울 서초구의 서울교대를 찾았다. 함양은 “가슴이 뛰었다”며 “학교를 보고 나니까, 선생님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해졌다”고 했다. 함양의 꿈을 키워준 건 ‘드림스쿨’ 프로젝트다.

드림스쿨은 월드비전과 두산인프라코어가 함께하는 ‘아동 꿈 찾기 프로젝트’다.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하며, 기초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자녀가 우선적으로 선발된다. 서울, 인천, 창원, 군산 등 4지역 10개 기관에서 진행한다. 박소진(25) 월드비전 군산가정개발센터 간사는 “‘자아탐색 프로그램’ ‘대학탐방’ ‘직업인 인터뷰’ ‘직업 체험’ 등이 이뤄졌고, 8월에는 실천력을 기르기 위한 비전캠프가 열렸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직원이 일대일 멘토로 나선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막혔을 때는 문제 풀이 과정을 상세하게 써서 보내줬고, 친구와 싸웠을 때는 ‘대화로 풀어보자’고 말해줬어요. 항상 제가 처한 문제에 답을 찾도록 도와줬죠. 교사의 꿈도 멘토의 조언으로 더 명확해졌고요. 누군가 나와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다른 친구들도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함양은 자신의 멘토였던 박인철 두산인프라코어 연구원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박인철 연구원은 “그저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참여했는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나를 믿고 잘 따라준 소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우수 멘토-멘티로 뽑혀 올해 1월 필리핀으로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오는 특전을 누리기도 했다.

◇행복나눔재단의 SK해피뮤지컬스쿨, 꿈과 열정에 불을 붙이다

안정윤(22)양은 오는 6월 막이 오를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라는 작품에 뮤지컬 배우로 출연한다. 안양의 첫 무대다. 지난 7일 안양이 출연한 졸업공연을 본 극단 ‘간다’의 연출자가 직접 스카우트했다. 4개월 후면 ‘뮤지컬 배우’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안양은 중3때 ‘캣츠’를 본 이후 뮤지컬 배우의 꿈을 갖게 됐다. SK해피뮤지컬스쿨을 처음 접한 건 극동대 연극연기과 휴학 시절. “노래가 부족해서 뮤지컬 배우에 꿈을 접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다고 한다.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따로 노래를 배울 수도 없었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신문 광고를 통해 본 SK해피뮤지컬스쿨은 안양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SK해피뮤지컬스쿨은 재능과 열정을 지닌 학생들이 전문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도록 1년간 무료로 교육을 지원하는 것으로, 2008년부터 SK행복나눔재단이 진행하고 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는데, 올해 신입 교육생 모집에는 9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안양은 “어린 시절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지만, 이렇게 체계적이고 심도 깊은 교육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며 “혼자서는 돈도, 정보도 부족해 배울 수 없는 것들”이라고 했다. 매일 아침에 나가서 밤늦게야 돌아왔다. 수업을 마치면 개인연습도 이어졌다. 졸업 작품을 마쳤을 때, 13명의 졸업생 중 2명만이 프로 무대의 부름을 받았다. 그중 한 명이 안양이다.

안양은 “포기하고 싶을 때 기회를 준 뮤지컬스쿨을 되새길 생각”이라며 “기술적인 것을 잘하는 배우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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