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한국에 되돌려 줄 것 있다”… 자선 콘서트로 봉사하는 女기자

‘클래쉬 5.0’ 공연 여는 엠마씨

미상_사진_자선_엠마칼카_2013“아이들을 돌보면서 가장 많이 했던 한국말이 ‘하지 마’, ‘하지 마’였어요. 애들이니 영어도 못하고, 저도 초보적인 수준이어서 처음엔 얼마나 진땀이 났는지 몰라요.”

2007년, 한국에 온 엠마 칼카(Emma Kalka·29)씨는 영어 교사, 아리랑TV 편집자를 거쳐 지금은 한 영어 신문에서 문화 및 연예 관련 기자로 일한다. 그녀는 “한국 사회에 되돌려줘야 할 것들이 있다”며 2년 전부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KUMFA)를 찾아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한부모 가정의 경험이 있던 개인적인 연결고리도 있었다. 이어 “한국에선 특히 미혼모에 대해 차별이 많은 것을 보고 도움이 더 필요한 이들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알음알음 봉사하던 엠마씨는 지난해 초, 친구 한나(Hannah)씨와 함께 ‘일’을 벌였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를 위한 자선 콘서트를 연 것이다. ‘힙합’을 좋아하는 한나씨와 ‘록’을 좋아하는 엠마씨는 둘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클래쉬(Clash·충돌)’라는 공연 콘셉트를 만들어냈다. 지인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오디션을 통해 외국인 및 한국인 인디뮤지션을 선발했다. 지난해 3월 10일, 첫 ‘클래쉬’에 200명이 넘는 관객이 참여했고, 입장권 판매수익과 경품 수익금 200여만원을 협회에 기부했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준비하고, 같이 즐기는 자선 콘서트를 만드는 것이 목표지요. 이름을 ‘클래쉬’라고 만든 이유도 그 때문이지요. 서로 다른 이들이 만나서 ‘충돌’을 일으키면서도 또 다른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날 것을 기대했거든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자선활동(charity)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어요.”

이후 엠마씨는 공연전문회사 대표인 제레미 론델(Jeremy Rondell)씨를 주축으로 ‘클래쉬’ 시리즈 공연을 준비했다. 한국인 아티스트로는 힙합 가수 스콜(SCOLL),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싱어송라이터 홍동균씨 등이 함께했다. 지금까지 총 4번의 공연이 열렸고 위안부 여성, 장애우, 북한 탈북자를 돕는 단체 등 다양한 곳에 기금을 전달했다. 엠마씨는 “한국 사회에서 특히 더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단체, 많은 관심이 필요한 곳을 중심으로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엠마씨를 비롯해 ‘클래쉬’를 준비하는 이들은 10명 정도다. 작년까지만 해도 2~3명이서 대부분의 일을 도맡아 하던 것과는 달리 올해부터 돕는 손길이 더해졌다. 외국인 중심이라 한국인 아티스트 섭외나 홍보가 힘들었던 점을 보완해 3명의 한국인도 합류했다. 올해 대학교에 입학하는 박세영(19)씨도 ‘클래쉬 4.0’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홍보·통역 등의 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박씨는 “우간다에서 온 아티스트도 공연을 하는 등 분위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며 “좋은 취지로 만들어지는 행사라 관심이 더 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모여 공연을 기획하고, 정보도 공유한다. 요즘에는 오는 4월 27일에 있을 ‘클래쉬 5.0’ 행사 준비에 바쁘다. 엠마씨는 “8시간씩 일하고 집에 들어와 아티스트도 섭외하고, 이메일도 쓰는 등의 일과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며 “봉사자들과 사람들이 공연도 즐기고 도움을 받는 자선단체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고 했다. “언제까지 이 행사를 계속할 거냐”는 질문에 엠마씨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한국에 있는 한이요. 이젠 ‘클래쉬’가 제 아기(baby) 같기도 하거든요. 모금 규모도 더 크게 만들고 싶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이런 자선 활동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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