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소극적 후원자였던 김씨, 열혈 기부맨 된 사연

후원자를 위한 이색 서비스
싱글 멤버간 데이트하고 카툰 콘텐츠 통한 모금 유명인과의 만남 행사 등
후원자 특성에 맞춰 차별화된 이벤트 마련
후원이라는 공감대에 쉽게 마음 열고 참여해 더 적극적인 활동 나서

“자~ 첫인상이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 뒤에 서주세요.”

지난해 연말 KBS 조우종 아나운서의 사회로 국제 아동 후원 단체 ‘플랜코리아’의 특별한 송년 모임이 열렸다. ‘플랜코리아’에서 20~30대 싱글 남녀 후원자를 대상으로 ‘The 짝’이라는 행사를 준비한 것. 남녀 각각 9명씩 총 18명의 후원자가 참가했다. 첫인상 선택부터 시작해 자기소개, 도시락 데이트, 애장품 경매 등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마지막 최종 선택 시간에는 무려 일곱 커플이 탄생했다. 행사 참가비와 애장품 경매 수익 100만원은 전액 ‘라오스 미니 도서관 지원사업’에 기부됐다. 이 행사를 기획한 이재명 PD는 “내가 즐거워야 남을 도울 마음도 생기는 것”이라며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후원자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①‘지온보육원 푸른 숲 조성 프로젝트’ 모금에 성공해 추첨을 통해 뽑힌 3명의 후원자가 펀드레이저였던 가수 이소은씨와 저녁식사 시간을 가졌다. /위제너레이션 제공 ②플랜코리아의 ‘The 짝 1기’ 행사 참가자들의 모습. ③지난 연말, 청담동 카페에서 열린 ‘플랜코리아’의 ‘The 짝’ 행사 현장. /플랜코리아 제공

①‘지온보육원 푸른 숲 조성 프로젝트’ 모금에 성공해 추첨을 통해 뽑힌 3명의 후원자가 펀드레이저였던 가수 이소은씨와 저녁식사 시간을 가졌다. /위제너레이션 제공 ②플랜코리아의 ‘The 짝 1기’ 행사 참가자들의 모습. ③지난 연말, 청담동 카페에서 열린 ‘플랜코리아’의 ‘The 짝’ 행사 현장. /플랜코리아 제공

◇후원자 특성에 맞는 모임으로, 즐거움도 두 배…’플랜코리아’

지난 2일 양재 시민의 숲 근처 카페에 ‘The 짝’ 행사에 참여했던 후원자 10명이 ‘플랜코리아’ 로고가 박힌 단체 티셔츠를 입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날 양재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본 후 경기도 가평으로 1박2일 엠티를 떠났다.

후원자 대부분은 ‘같은 단체에 후원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일까’ 알고 싶어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후원자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금세 마음은 열렸다. 수줍음이 많았던 남자 6호, 신택현(34)씨는 이젠 새로운 후원자 모임 아이디어까지 생각해냈다.

“직접 만나는 게 크더라고요. 막연히 혼자 기부한다는 생각이었는데 같이 후원하는 이들을 만나니 공감대도 형성되고…. 앞으론 연령을 나누지 말고 후원자 전체가 모여서 체육대회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이날 엠티에서는 지속적인 후원자 모임을 위한 연간 계획도 세웠다. 회장으로 선출된 최민준(30)씨는 “함께 봉사활동도 가는 등 의미있는 모임도 가질 예정이다”고 했다.

◇기부하면 만나고 싶었던 유명인과의 저녁식사도…’위제너레이션’

해외 결연 아동을 돕는 NPO들의 활동이 비슷해지면서 수혜자뿐 아니라 후원자를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도 중요해지고 있다. 소극적이던 후원자를 NPO 활동이나 행사에 적극 참여시켜 ‘열광팬’으로 만드는 이색 서비스도 늘고 있다. 온라인 기부 플랫폼 ‘위제너레이션’ 웹사이트(http://wegen.kr)에 접속하면 배우 안내상씨, 방송인 사유리씨 등 유명인이 펀드레이저인 모금 캠페인을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에 시작한 이 서비스는 지금까지 스타 캠페인을 비롯해 총 20여건의 모금이 진행되었다. 사유리씨는 백혈병 소아암 환아 수술비 지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목표 금액인 350만원 모금에 성공할 경우 그 금액의 두배를 매칭하여 기부할 예정이다. ‘위제너레이션’ 홍기대(28) 대표는 “한국은 특히 유명인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영향력이 큰 편”이라며 “이 에너지를 사회공헌으로 모으면 사회를 변화시킬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원(34)씨는 가수 이소은씨의 트위터를 통해 ‘지온보육원 숲 조성’ 모금 캠페인에 참여했다. 정씨는 “좋아하는 가수가 10여년간 후원하고 있는 단체의 일이라 신뢰가 갔다”며 “목표 금액도 달성해 이소은씨와 저녁식사를 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고 했다. 한상대(28)씨는 ‘노숙인 돕기 Do손 캠페인’에 후원을 했다. 나눔 전도사 송주현씨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한씨는 “강연에 감동을 받아 영등포역 근처 노숙인 분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숙인자활기업 ‘Do손’은 모금액으로’희망세탁소 헌옷 기부 캠페인’의 내용을 담은 옷걸이 6000개를 제작해 서울지역 세탁소 곳곳에 배포했다.

◇카툰 형식의 콘텐츠로 네티즌들의 관심과 감동까지…’부스러기사랑나눔회’

“사실 전 불쌍하거나 아픈 아이들을 보면 너무 힘들거든요. 길을 지나가다 아프리카 아이들 뼈 앙상한 사진들이 있으면 고개를 돌려요. 만화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접하니, 간접적이긴 해도 스토리도 꼼꼼하게 알 수 있고 저에겐 딱 필요한 서비스 같아요.”

정지현(26)씨는 ‘부스러기사랑나눔회’의 기부 커뮤니티 ‘드림풀'(dreamfull .or.kr)을 통해 열두 살 영호의 사연을 접했다.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만화 캐릭터에 눈길이 가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아이의 얼굴이 나오지 않아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정씨는 작은 돈이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라인 기부에 참여했다.

지난해 ‘부스러기사랑나눔회’는 안정혜 작가의 도움으로 카툰 형식으로 아동 이야기를 구성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 콘텐츠는 ‘드림풀’과 네이버 ‘해피빈’에 게재됐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상희 부장은 “사연에 따라 사진을 노출하기 힘든 경우가 있어 시범적으로 시작한 것”이라며 “카툰의 형식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면서 전체 평균을 넘는 모금액을 달성했다”고 했다. 카툰 모금함의 경우 전체 평균 모금액의 3.5배에 달하는 금액이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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