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희망 허브] 불황에도 예산은 그대로… 전략보다 진심이 먼저다

2013 주요기업CSR 계획·전망

‘경제 민주화’와 ‘일자리를 통한 복지’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2013년은 기업들이 좀 더 전문적이고 진정성 있는 CSR을 고민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더나은미래’는 국내 주요 15개 그룹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 ‘2013년 CSR 계획 및 전망’을 들어봤다. 15개 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설문에 참여한 그룹은 삼성·SK·롯데·포스코·현대중공업·GS·한진·한화·KT·STX·LS 등 총 12개 그룹이다. 두산·CJ그룹은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대자동차그룹은 “공식 답변이 어렵다”며 설문에 참여하지 않았다.

더나은미래가 국내 주요그룹 1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아동·청소년’분야와‘진정성’있는 CSR이 화두로 떠올랐다.
더나은미래가 국내 주요그룹 1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아동·청소년’분야와‘진정성’있는 CSR이 화두로 떠올랐다.

◇2013년 CSR 예산, 전년과 비슷

주요 그룹 12곳은 올해 CSR 예산이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확대될 것”이라고 답했다. “CSR 역시 경영 활동의 일환인 만큼, 대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곳도 많았다. 이들은 “향후 새 정부의 정책 기류를 지켜볼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며 “예산을 늘리지 않는 대신, 질적 성장을 위한 전문성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그룹은 올해 사회 복지 분야에서 사회 공헌 비용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양적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한 사회 공헌 사업을 확대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동·청소년’, ‘일자리’, ‘동반성장’에 주목

국내 주요 그룹이 2013년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아동·청소년'(중복 답변 허용)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사회공헌 비용의 80% 이상을 ‘청소년 교육’ 분야에 집중했던 LG그룹은 “2013년은 LG가 운영 중인 복지재단 4곳과 협력해, 청소년들이 자기 주도적인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비전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주요 그룹 12곳이 둘째로 중점을 두고 있는 CSR 분야는 ‘일자리’와 ‘동반성장’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기업의 CSR 전략이 일치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포스코그룹은 “취약계층의 일자리 문제는 이 시대 최고의 화두”라면서 “포스코가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이 확대되는 만큼, 2013년에는 다문화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대기업의 기술 및 노하우를 전수하고 일부 지원금을 주는 CSR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 밖에도 SK는 ‘사회적기업’, 한화는 ‘환경’, STX는 ‘다문화’, KT는 ‘은퇴자’에 초점을 맞춰 2013년 CSR 전략을 기획하고 있었다.

◇주요 그룹 12곳 중 8곳, CSR 인력 보강

2013년 CSR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사회공헌 전담 인력을 확충한 곳이 12곳 중 무려 8곳에 달했다. 각 계열사의 사회공헌 활동을 관리 및 홍보만 담당했던 지주 회사들이 2013년을 기점으로 ‘CSR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7월 CSR 전담 부서를 신설해 인력 4명을 배치했고, 2013년 3명을 충원했다. 이를 위해 6개월 동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그룹 내 CSR을 분석·평가하고 새로운 전략을 고민했다.

LS그룹 역시 지난해 주요 계열사 관리자급 8명으로 구성된 TF팀을 꾸려,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 스터디를 시작했다. 타 기업 CSR을 벤치마킹하고, 전문성 있는 NGO도 찾아갔다. 이들은 “그동안 계열사별로 사회 공헌 활동을 열심히 해왔지만, 그룹 차원의 공동 프로젝트가 없어서 아쉬웠다”면서 “각 계열사의 전문성을 살린 통합적인 CSR을 기획해, 그룹 차원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지속적으로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CSR팀의 명칭을 ‘CSV단’으로 변경, 부서를 확대했다. KT 측은 “기업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만나는 접점(공유 가치)을 찾고, 기업들의 협업을 통한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력) CSR’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SK그룹은 지난해 SK경영경제연구소 내에 ‘사회적기업 연구실’을 신설했고, 한화그룹은 전국 70여개 사업장에 사회 공헌 담당자를 배치했다. 그 외 그룹들도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11명까지 사회 공헌 전담 인력이 확충됐다.

◇’지속 가능성’과 ‘성과 측정’ 보완해야

지난 한 해 동안 CSR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12개 그룹 중 절반 이상이 “반(反)대기업 정서 확산으로, 사회공헌 활동의 진정성을 오해하고 의심받는 것”이 힘들었다고 답했다. “국민의 높은 기대 수준에 적합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하는 부담감이 높았다”는 답변도 있었다. 그렇다면 2013년, 더 진정성 있는 CSR을 위해 기업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12개 그룹의 절반 이상이 ‘지속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로 좋은 프로그램을 중단했던 경험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실행 전에는 충분히 검토·기획하고, 실행 후에는 면밀히 평가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 성숙한 CSR을 위해서는 사회공헌 활동의 가치와 영향 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기준과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CSR의 역할과 비중이 커지는 만큼, NGO의 역량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STX그룹 관계자는 “전략적인 CSR보다 중요한 건 ‘진정성’ 있는 CSR”이라면서 “앞으로 STX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공헌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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