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단순한 지원 아닌 양쪽 모두에 이익돼야 성공”

이젠 사회적기업가도 비즈니스 역량 중요
영리기업이 도와주면 마케팅·판로 개척 등 사업 원활해 질 수 있어
실질적 성과 있어야 양측 관계도 단단해져

김재구 사회적기업진흥원장
김재구 사회적기업진흥원장

“사람, 돈, 시장 중 사회적기업이 가진 것은 사람뿐이다.”

김재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이 영리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는 이유다. ‘1사1사회적기업 캠페인’은 이런 목소리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영리기업과 사회적기업의 파트너십을 통해 공생 발전을 도모하는 활동이다. 지난 6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김재구 원장을 찾아 ‘1사1사회적기업 캠페인’ 1년의 행보와 앞으로 나갈 방향을 들었다.

―캠페인이 시작된 배경은 무엇인가.

“사회적기업의 경영 컨설팅을 위해 초기에는 대기업 퇴직자들이 나서곤 했는데, 의외로 그분들에게 불평을 많이 들었다. 사회적 기업에서 (경영)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서, 컨설팅을 해주면 이를 잔소리로만 여긴다는 것이다. 국내 사회적기업가의 절반 정도가 시민사회단체나 비영리 기관 출신의 40~50대다 보니, 경영 지식이나 비즈니스 역량에 한계를 보인다. 심지어 ‘비즈니스’나 ‘수익’에 대한 얘기를 경계하는 모습도 있었다. 자신이 영리로 전향되는 것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사회적기업가들도 비즈니스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리기업이 나설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경영 전반은 물론, 회계, 마케팅, 제품 컨설팅, 판로 개척까지 범위도 방대하다. 이런 부분을 널리 알리고, 양측의 참여를 이끌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지난 1년 동안의 캠페인 활동을 평가한다면.

“캠페인이 처음 출범한 올해 먼저 적극성을 띤 곳은 대기업들이다.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사회 공헌이라는 판단을 했던 것 같다. 요즘 국민은 대기업이 일회성 기부나 재단을 만드는 정도로는 감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형식적이란 비판을 듣기 십상이다. 진정성은 전문성과 지속성에서 나오는데, 사회적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좋은 사회 공헌 형태가 될 수 있다. 올해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CJ, 신세계 등의 기업들이 참여해 사회적기업과 공생을 시도했다. 아직도 참여를 원하는 후보 기업이 많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나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내년이다. 아직은 틀을 갖추고 있는 단계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영리기업과 사회적기업이 파트너십을 맺을 때 유의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단순한 사회 공헌 형태를 넘어 파트너를 맺은 양사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네슬레(Nestle)’ 사례가 좋은 본보기다. 네슬레는 빈농이었던 인도 ‘모가(Moga)’ 지역에 냉장 트럭을 제공하고, 길을 닦아주고, 낙농 기술을 가르쳐주는 등의 활동으로, 이곳을 낙농 산업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켰다. 지역의 우유 생산성이 50배 증가하면서 네슬레도 신선한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이윤을 크게 늘렸다. ‘윈윈’하는 파트너십이다. 기업과 사회적기업 양측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기업은 자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제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탄소 배출 문제는 금융 기업에는 일반적인 것이지만, 자동차 회사에는 자사의 경쟁 우위를 결정짓는 핵심 이슈다. 요즘 사회적기업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보건, 가사, 교육,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젊은 세대의 사회적기업 아이템을 포함하면 범위는 더 넓어진다. 기업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함께할 사회적기업 파트너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 한편, 사회적기업은 무엇이 부족한지 진단하는 것이 첫째 과제다. 사회적기업 컨설팅을 해보면, 자기들이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모른다. 비즈니스에 대한 틀을 확실히 세워놓고, 그 과정에서 어떤 파트너의, 어떤 도움이 가장 필요할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자세의 변화도 필요하다. ‘우리도 영리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1사1사회적기업 캠페인’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파트너십을 통해 양측이 뭘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좋은 이미지’를 넘어 실질적인 이득이 있어야 파트너 관계가 단단해질 것이다. ‘네슬레’사례처럼 기업의 가치 사슬 안에서 이익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생겨야 한다. 궁극적으로 영리기업이 사회적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사회적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아직 융자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적기업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 그동안 사회적기업에 대한 평가가 주로 ‘사회적 가치 평가 모델(SROI)’로 얘기됐는데 이는 굉장히 낡은 패러다임이다. 제대로 된 평가 지표가 만들어지고 확산되면, 영리기업이 어떤 사회적기업을 파트너로 삼고 투자할지 판단도 쉬워지고, 사회적기업도 사업적 틀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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