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한국에서 온 편지… 잃었던 ‘의사의 꿈’ 되찾았죠

[굿네이버스 ‘희망편지 쓰기 대회’] 르완다 자말 이야기

가족 생계 책임진 자말, 굿네이버스 도움으로 학교 다닐 수 있게 돼
자말 응원 편지쓰기 211만2824명 참여
시각 장애인 박유진양 직접 편지 써 마음 전해

지난 3월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지면을 통해 소개되었던 아프리카 르완다의 자말(10)군. 2년 전 에이즈로 아버지를 잃고, 아픈 엄마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10㎏이 넘는 물동이에 물을 길어 나르며 돈을 벌던 소년. 그를 향한 희망의 편지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6월 중순, 르완다에서 자말을 다시 만났다. 한국에서 모인 희망편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 사이 자말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자말은 요즘 아침마다 물동이가 아닌 책가방을 메고 5분 거리에 있는 학교로 간다. 11시 40분 학교를 마치면 집에 돌아와 숙제를 하거나 어머니를 도와 식료품 가게 일을 한다. 집도 없어 월세로 버티던 자말의 가족에게는 식료품 가게를 겸한 새 집이 하나 생겼다.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 제공

자말의 엄마는 자그마한 가게에서 채소와 과일, 잡화 등을 팔 수 있게 됐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가게 운영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의 일부와 2%의 이자를 내야 한다. 빚을 모두 갚으면 자말 가족은 자립은 물론, 가난을 탈출할 수 있게 된다.

자말이 다시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된 건 수많은 한국의 후원자 덕분이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 르완다 지부의 백세현 사무장(39)은 “자말 가족에게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기금을 저금리로 대출해줘, 식료품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며 “앞으로 수익의 일부와 이자를 회수하고 이를 지역 사회에 환원하여 다른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 역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백 사무장은 “자말 가족 모두는 지금 같은 상황을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변화가 일어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열정적이고 아주 똑똑한 자말이 여러분의 응원 덕분에 앞으로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 제공

자말군은 한국에서 전해진 많은 친구의 응원 편지에 “이렇게 많은 분이 응원해주다니 정말 힘이 난다”고 무척 기뻐했다. 특히 시각 장애인인 경남 합천의 가회초등학교 박유진(11)양의 편지를 읽고는 “시각 장애인 친구가 나에게 힘을 내라고 편지를 써주어 깜짝 놀랐다. 친구가 힘든 상황에도 열심히 생활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해서 나도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자말군은 또 “친구들의 도움으로 새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앞으로는 월세에 시달리지 않아도 돼서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3개월의 기적을 만들어낸 건 한국의 응원 편지 열기다. 자말이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굿네이버스(회장 이일하·www.gni.kr)가 마련한 ‘제4회 지구촌 나눔가족 희망편지 쓰기 대회(3월 2일~6월 2일)’에는 전국 초·중·고등학교 3039곳이 참여했다. 어린이와 청소년 211만2824명이 깨알 같은 글씨와 따뜻한 마음을 담아 자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지난해보다 무려 34만여명이 늘었다.

자말이 직접 쓴 감사편지.
자말이 직접 쓴 감사편지.

“자말 오빠,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 병도 낫게 하고 아빠 몫까지 행복해야 해”라고 편지를 쓴 가회초등학교 박유진양은 알고 보니 시각 장애인이었다. 가회초등학교 주문오 교사는 “앞을 보지 못하는 유진 학생이 동영상을 듣고 자말을 응원하기 위해 담임 선생님과 함께 자를 대어 편지지 줄을 맞추어가며 직접 편지를 써서 전했다”며 “따뜻한 아이들의 마음이 자말에게 꼭 전해지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가수 윤도현씨 가족도 참여해 “우리 가족 모두가 자말이 꼭 꿈을 이루길 응원하겠다”고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굿네이버스는 교육과학기술부, 외교통상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제4회 지구촌 나눔가족 희망편지 쓰기 대회에 참여한 학생 중 10명을 선발, 7월 한 달간 전국 시·도 교육청별로 시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국대회 수상자 10명은 오는 7월 29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굿네이버스 인도네시아 사업장으로 봉사를 떠날 예정이다.
■수상자 명단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이인규(문시초·대상) 김기범(정평초·대상)
●외교통상부 장관상-고희윤(신구로초·대상) 전우진(용현초·대상)
●보건복지부 장관상-라유진(토성초·대상) 이도연(역곡초·대상)
●여성가족부 장관상-전유빈(동춘천초·대상) 심재원(부안초·대상)
●굿네이버스 회장상-김다혜(백석초·최우수상) 조윤서(한양초·최우수상) 이상 아동 10명
●빈영애(어양초·최우수 지도자상) 이상 교사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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