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아직은 일할 때”… 다양한 전문 재취업 교육이 해법

노인 일자리 대안은
우후죽순 시스템 허다… 맞춤형 일자리 프로그램
‘시니어직능클럽’ 호응… 취업·봉사 병행도 고려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은퇴한 후 현재 대전교원 시니어직능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무전(70)씨는 현재 검정고시가 필요한 아이들을 가르친다. 최씨는 “교사 출신들은 가르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검정고시에 응시하려는 학생들 외에도 학교에 강사 파견을 나가는 등의 활동을 하는데, 주5일제 수업이 확산되면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노인복지 이슈 중에서 가장 급한 것은 노인이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공급자 중심의 노인 일자리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현재 노인복지 이슈 중에서 가장 급한 것은 노인이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공급자 중심의 노인 일자리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인 생산적 복지, 세계적인 흐름

노인 복지의 패러다임이 ‘돌봄’ 중심에서 ‘일자리’ 중심의 생산적 복지로 변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04년부터 정부는 바둑을 두는 노년(老年)의 모습보다 ‘서빙’하는 노년의 모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책적 차원에서 ‘노인 일자리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 이는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능동적 노화(Active Ageing)’의 개념을 전파하며 중고령자들의 취업 활성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으며, 미국도 사회보장제도만으로는 노후를 맞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 고령층의 취업 욕구가 커져가고 있다.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노인이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현재 노인 복지의 이슈 중에서 가장 급한 어젠다”라며 “최근 정부 부처와 지자체들이 노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사업을 양산해 내지만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노인 일자리 시스템이 공급자 중심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 부처는 많지만 모두 색깔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제한적 일자리, 확대가 관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작년부터 ‘시니어인턴십’ ‘시니어직능클럽’ 등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시니어인턴십’은 기업이 노인 인턴을 고용하면 1인당 3개월씩 임금의 절반(최대 45만원)을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AJ렌터카, 맥도날드, 홈플러스, 메가박스, CJ택배 등 1195개의 기업이 작년에만 3643명의 노인을 고용했다. 렌터카 입·출고 관리나 차량 상태 점검, 유통업체 매장의 상품 진열이나 캐셔, 택배요원, 영화관 검표원 등 주로 힘든 노동이 필요없는 서비스 업종에서 신청이 많다. 이 중 20.8%는 정부 지원이 끝난 후에도 직원으로 계속 고용됐다.

‘시니어직능클럽’은 전문 경력을 보유한 퇴직 노인을 직능별로 묶어 경력을 살린 맞춤형 일자리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니어직능클럽, 국립공원관리공단 시니어직능클럽·대한지적공사 시니어직능클럽, 대한의사협회 시니어직능클럽, 대전문화예술 시니어직능클럽 등 총 8개가 있다. 작년 이 사업에 참여한 814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3.82점(5점 만점)을 받을 정도로 호응이 높다. 정종보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전략개발실 국장은 “일자리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참여하는 노인들의 학력이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일이 제한적이었다”며 “최근에는 은퇴자들의 연령·학력 등이 다양한 만큼 은퇴자들의 직무 경험을 살리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일자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체계적인 교육이 중요

전문가들은 노인 일자리 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요소를 ‘교육’으로 꼽는다. 체계적인 교육 없이 ‘힘없는 노인들의 소일거리’ 정도로 여겨지는 노인 일자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탈피할 수 없다는 것. 박영란 교수는 “아파트 경비 자리에 전직 기업 임원이나 교장 출신 노인들이 몰릴 정도로 국내 재교육 시스템은 취약하다”고 말했다.

전기보 행복한은퇴연구소 소장은 “시니어직능클럽처럼 자기 경험을 살린 일자리는 10%밖에 안 되는 고소득 전문직에 해당한다”며 “보험상품 판매를 위한 보험·금융 상품 교육이나 문화재 해설사를 위한 문화재 교육 등 직업으로 활용할 만한 다양한 전문 재취업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은 비영리 단체 ‘익스피어런스 웍스(Experience Works)’에서 40년이 넘게 노령자에 대한 교육·직업 훈련 프로그램인 시셉(SCSEP)을 운영하고 있다.

◇제3섹터 일자리도 대안

취업과 봉사의 병행도 고려할 만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중년층(46~59세)의 생활 실태 및 복지 욕구 조사'(2010)에서 중년층의 44%는 “향후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손유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노인 일자리의 답은 노인들이 최대한 일하는 현장을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정년 연장이나 ‘계속 고용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대안이지만 제도화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사이에 ‘사회적 기업’ ‘해외 원조’ ‘마을 기업’ 같은 제3섹터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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