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해외에선… 전국 아동권리 상황 세세히 모니터링, 뜻있는 기업의 펀드 받아 활동하기도

영국 중앙정부안에는 ‘놀이국(Play County)’가 있다. 이곳은 많은 예산을 들여 전국의 놀이터를 개선하는 사업을 한다. 그 놀이터는 아동을 위한 곳이지만, 어른이 놀 수 있는 시설도 갖추고 있다. 세대를 초월하는 놀이터를 통해 가족이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영국에서는 아동권리 옹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첫 번째 요소가 예체능 교육과 놀이문화를 강조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충분히 놀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아이들처럼 어디서나 휴대폰만 붙잡고 있는 광경은 보기 드물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4년 개정된 영국의 아동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아동권리 커미셔너(Children’s right Commissioner)’의 등장과 ‘지방정부의 역할’이다. 아동권리 커미셔너는 전국 아동들의 권리 상황을 세세히 모니터링하고, 의회와 협력하면서 아동권리 증진에 힘쓰는 단체다. 정부에서 출연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역할은 독립되어 있다. 의회에서 임명받은 대표는 우리나라의 장관급으로, 기구 별도의 조사권도 가지고 있다. 국가 위탁으로 운영되면서 국가의 영향력에 의해 움직이는 국내 모니터링 센터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아동의 권리 옹호를 위한 영국의 교육 정책은 아동들에게 충분한 놀이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조선일보 DB
아동의 권리 옹호를 위한 영국의 교육 정책은 아동들에게 충분한 놀이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조선일보 DB

황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아동들이 이른 시기에 성상품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사회적 문제인데, 일부 언론이나 관심 있는 학자에 의해서만 연구될 뿐, 정책개발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영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는데 아동권리 커미셔너가 이 문제를 의회에 보고해, 현재 영국 의회가 조사에 한창이고, 학부모 단체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한 요소다. 영국에서는 중앙 정부의 정책을 지자체가 그대로 활용한다. 중앙정부가 아동 권리옹호에 대한 어젠다(Agenda)를 세워놓으면 지방 정부가 그것을 철저히 지킨다. 지자체 간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예산 차이가 엄청난 국내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황 교수는 “영국 역시 중앙과 지방이 예산 분담을 하지만 지방의 재정상황이 좋지 못하면 중앙정부가 보전해주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 도-농 간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영국은 지역, 계층, 인종 등을 떠나 영국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최상의 출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베스트 스타트(Best Star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은 아동에 대한 권리옹호를 전문적으로 하는 민간단체도 많다. 미국의 ‘칠드런스 디펜스 펀드(Children’s Defense Fund)’나 영국의 ‘옥스팜(Oxfarm)’, 국제 모니터링 기구 ‘차일드 워치(Child watch)’ 등은 독립적인 위상과 재원을 확보해, 아동관련 자료 조사부터 문제제기, 정책 제안 등을 활발히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동 옹호를 전담하는 단체들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봉주 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국내에는 아동관련 단체들이 관변단체 성격이 강해, 아동 옹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에서는 기업이 아동 옹호단체에 큰 펀드를 주고 그 돈이 시드머니(seed money)가 돼서 움직인다”며 “우리 기업들도 뜻있는 단체가 운영이나 행정적인 걱정 없이 정부 정책을 견제하며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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