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장기 활동 위한 안정된 공간 필요”… 자산 운용 기준 세우고 소통해야

비영리단체 건물 소유 어떻게 봐야 하나

 

“사람들이 거주지를 찾을 때 전·월세로 할지 매매로 마련할지 고민하잖아요. 비영리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하면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운영이 가능할지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하는 것이죠.”

기부금 상위 10개 비영리단체들은 NGO가 보유한 부동산을 바라보는 후원자의 편견에 “조심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비영리단체가 건물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왜곡된 시선이 자칫 NGO의 신뢰도를 떨어뜨릴까 우려된다는 것. 비영리단체가 장기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려면 공간은 필수적이다. 이자로 나가는 비용이 월세보다 적고 빠른 시일 내 빚을 갚을 수 있다면, 건물을 자산화하는 게 낫다.

이희숙 동천 상임변호사는 “대형 NGO 몇 곳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비영리단체가 열악하게 일하고 있다”면서 “임대료가 오를 때마다 이사할 곳을 찾아야 하고, 재정 상황이 나쁠수록 점점 열악한 환경으로 사무실을 옮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간이 안정될수록 공익 활동 역시 더욱 힘을 받게 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주희 밀알복지재단 홍보팀장은 “단체가 강남에 있으니 ‘재단에 돈이 많으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20평 사무실 한번 와보시면 ‘아니구나’ 한다”고 했다. 비영리단체 한 관계자는 “매년 오르는 게 임대료이다 보니 전세 대신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는 것인데, 비영리에만 유독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나 비영리단체 업계 내부에서도 NGO의 부동산 소유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과연 어느 정도 규모의 건물 매입을 적정한 수준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비영리단체 종사자는 “수치를 놓고 보면 운영비를 절약하기 위함이 맞고, 목적사업에 부합한다고 하지만, 자산을 늘리는 것보다 임팩트를 높이기 위한 더욱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건물을 소유하는 것이 ‘덩치 키우기’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단체와 후원자 간 온도차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는 “사업을 하기 위해선 공간과 인력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선 후원자들이 건물이나 운영비 등에 기부하는 사례가 거의 드문 데다가, 후원금이 100% 목적사업으로만 쓰이길 바란다”면서 “해외에서는 후원금의 30% 상당을 비영리단체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 제고 캠페인을 진행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2013년 미국 대표 비영리단체 중간 지원 기관인 가이드스타, BBB와이즈기빙 얼라이언스, 채리티 내비게이터 등 3곳은 비영리단체 운영비를 둘러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오버헤드 미스(Overhead Myth)’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 바 있다.

각 단체의 ‘자산 운용 원칙’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소통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호윤 삼화회계법인 공인회계사는 “건물 매입 자체는 경영상의 의사결정일 뿐, 비영리단체가 건물을 산 것 자체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각 단체가 자산을 취득하거나 매각하는 등 의사결정을 할 때에 제대로 된 기준과 원칙이 없거나, 있어도 사전에 충분하고 명확하게 공유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어떤 사업을 할 때 임차료나 부동산 매입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느 선 이하로 유지하겠다’는 등 기준을 마련해 후원자와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선영·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

☞[비영리 부동산 대해부] 서울 시내 NPO 건물지도 기사 보기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