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 제6강 사회성과 평가와 CSV 측정, 어떻게 해야하나?

제6강 기업의 사회성과 평가와 CSV 측정  

 

“제 키가 177이라고 해보죠. 177이란 수치는 ‘측정’한 것이지만, 키가 크거나 작다고 하는 것은 ‘평가’입니다. 평가를 하면 ‘가치관’이 들어갑니다. SK는 사회적기업을 평가하는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사회성과 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이하 SPC)’입니다. 사회적기업이 사회문제를 얼마만큼 해결했는지를 측정해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입니다. 단순히 금전적으로 지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가치 있고 교환이 되는 상품을 만들어내려는 현장의 실험입니다.” 

지난 11월 9일, 한양대 제2공학관에서 열린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 현장. 이날 특강을 맡은 박성훈 SK SUPEX PL의 이야기에 수강생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가치와 임팩트 측정이 화두다. 국내에선 최초로 사회적기업의 임팩트를 측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SK의 사례가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 6번째 강의를 통해 소개됐다.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CSV(공유가치창출) 전문가 양성과정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산업정책연구원과 임팩트스퀘어가 개최했으며,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미디어 파트너로 함께 했다.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 강의실에 들어서는 한 수강생. ⓒ임팩트스퀘어

 

◇SK 사회성과 인센티브 성과 공유…박성훈 SK SUPEX PL 

 

SK의 사회성과인센티브(이하 SPC)는 사회적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된 것처럼, 사회적기업에게도 ‘잘한 만큼 인센티브를 받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를 위해선 ‘측정’이 필수적이었다. 자연스레 ‘얼마만큼 잘했는지’ 측정할 수 있는 지표 및 기준 개발로 연결됐다. 박성훈 PL은 “지난 3년간 사회적 가치 측정을 통해 사회적기업에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이들의 성장과 성공 가능성이 커져 더 많은 창업이 일어난다는 가설을 검증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3월 SPC 추진단 출범을 시작으로 사회적기업 137곳에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사회적기업이 만들어낸 임팩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수 있습니다. SPC에 참여한 기업 중 서울시 전체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사회적기업이 있어요. 예전에는 플라스틱·가전제품을 그냥 버렸다면, 이젠 수거한 뒤 정해진 공정에 따라 재활용·재사용·폐기 등으로 분류하는 절차가 만들어졌습니다. 최종적으로 버려지는 쓰레기양이 굉장히 줄었습니다. 환경적 임팩트가 엄청나겠죠. 그러나 이를 사회적기업만의 성과라 말하긴 어려울 겁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과 지자체 담당자, 시민단체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죠.” 

사회적가치에 대한 가치관이 다양하기에 SK는 △사회적기업이 비즈니스를 통해 직접적으로 창출한 성과 △정부 및 영리기업 대비 부가적으로 창출한 성과 △시장에서의 미보상 성과 등 사회적기업이 합의할 수 있는 최소 수준을 ‘사회성과’로 정의했다. 그리고 사회성과는 철저하게 ‘화폐 가치’로 측정했다. 시장가격에 기반을 둬야 수요자의 니즈가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 박 PL은 “화폐 가치로 측정하면 반복 측정이 가능하고 업종 구분없이 성과 비교도 가능한 반면, ‘어떻게 좋은 일을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면서 장단점을 언급했다. 

SK는 미션과 사회성과 창출 방법에 따라 사회성과를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영역별 측정원칙(표준 측정식)을 만들었다. 사회서비스 성과, 고용 성과, 사회생태계 성과, 환경 성과 등 영역별로 사회문제를 해결한 임팩트를 측정하는 표준식을 개발한 것. 사회적기업이 로데이터만 넣으면 자동으로 사회적가치가 계산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성과 관리 시스템(SPAS)’도 만들었다. 

사회성과 관리 시스템 (SPAS)

 

제2회 SPC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회적기업은 총 93곳으로, 전년(44곳)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고 이들이 1년간 만들어낸 사회적가치는 무려 201억원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은 사회성과 201억원의 25% 수준인 약 50억원을 인센티브로 지급했다. 기업별 성과도 긍정적이었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동부케어’는 인센티브를 계기로 투자를 받아 요양병원 병상 수를 2배로 늘렸고, 이듬해 사회성과가 6억3000만원에서 13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돌봄서비스 전문 사회적기업인 ‘도우누리’는 인센티브를 활용해 고용을 확대하고 부채를 상환해 전년 대비 사회성과를 2억5000만원 증가시켰고, 노인전용극장을 운영하는 ‘추억을파는극장’은 3억8000만원의 사회성과를 증가시켰다. 박 PL은 “상위 3개 기업이 1차년도 인센티브를 수령한 후 취약계층 210명을 신규로 고용했다”면서 “대기업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우리는 ‘큰 단위의 정책적 실험’을 통해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정부가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굴러갈 수 있는 인센티브 시장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사회성과 인센티브 어워드’ 현장 사진 ⓒSK그룹

 

◇사회성과 평가와 공유가치창출 전략 측정…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빈곤은 모든 시대에 걸쳐 존재해온 사회문제입니다. 반면 청소년 자살은 한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이지만, 스페인에선 자살 문제가 100위권 밖의 이슈입니다. 에이즈 문제는 한국보다 미국 10대들에게 더 심각한 이슈로 논의되고 있죠. 이처럼 사회문제는 고정불변하지도 않고 만국 공통도 아닙니다. 사회, 시대, 지역에 따라 다르고 지속적으로 변화됩니다. 

뒤이어 강연을 이어간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사회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사회적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가치는 곧 사회문제의 해결량을 의미하기 때문에, 논의의 출발을 사회문제로부터 하지 않으면 어떤 이슈이든지 ‘사회적가치가 있다’고 설명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는 “다수가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 애쓰는 이슈라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서 “소수에게만 사회문제로 여겨지는 이슈에 뛰어든 사회적기업들도 있었는데, 사회적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일단 공감도 얻지 못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걸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회문제와 사회적가치의 연결고리가 핵심이라는 것. 

“모든 기업은 가치를 창출합니다. 우리가 아이폰을 사는 이유는, 제품이 어떤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아이폰은 더 나아가 사회적가치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개선한 부분이 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90%가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안드로이드폰은 버전과 크기가 달라 다루기에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폰과 사회적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가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출발점을 ‘사회문제’로 놓고 볼 때 사회적기업은 ‘고통받고 있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반면, 아이폰은 출발점과는 상관없이 행복과 효용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해당 기업의 출발점이자 목적인지, 일시적·부수적·우연적인 것인지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죠.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목적’이 있고, 그에 맞는 전략과 인재, 비용이 투자돼야 합니다.” 

강연 중인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임팩트스퀘어

도 대표는 사회적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투자를 받았다면 그만큼 성과를 보여줘야 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상품의 가치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살이 얼마만큼 빠졌는지 몸무게를 재는 것처럼, 사회적가치를 지속적으로 확인 가능한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련 사례로 아모레퍼시픽과 아름다운재단이 저소득 한부모 여성 가장의 창업을 돕는 마이크로크레딧(소규모 사업 지원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 지원 프로젝트인 ‘희망가게’를 소개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2004년 한부모 여성 자립을 위해 50억원을 기부했는데, 놀랍게도 배분사업 형태가 아니라 마이크로크레딧 방식으로 지급했습니다. 한부모 여성이 소상공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죠. 사업이 10년차에 이르렀을 때 ‘희망가게’ 프로젝트는 2가지 의문에 직면했습니다. ‘그냥 돈으로 지원하면 편한데 빌려주고 다시 돌려받는 형태로 어렵게 가는 이유가 무엇이냐’, ‘사업은 잘했지만 전문 인력을 투입하고 실행을 위해 운영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희망가게는 다소 과도해 보이는 운영비를 투입해 소상공인으로의 성공을 위한 지원을 매우 잘해냈고, 그 덕에 폐업률이 매우 낮았습니다. 그 결과, 상환율도 높았고 기금 수명이 늘어 더 많은 이들에게 지속적인 혜택을 줄 수 있었죠. 이런 평가는 구체적으로 사회적가치를 계산해보지 않으면 알 수도, 옳은 방향을 분석해 설계할 수도 없는 종류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CSV(공유가치창출) 역시 사회문제를 해결해 주요 결과로서 사회적가치를 창출한다. 전략 과정에서 사회적가치를 고객 만족과 비즈니스 가치로 바꾸는 단계도 거친다. 도 대표는 “네슬레는 개도국 농민들의 언어능력을 높일수록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통계 수치를 보유하고 관리하고 있다”면서 “비영리단체들도 이러한 사회적가치 측정을 통해 과학적 접근과 그에 따른 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회적가치에 있어서 ‘목적’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사회적 기업들의 사업기획서를 들여다보면 ‘목적’이 명료하게 적혀 있는 곳은 10%가 안 됩니다. 비영리 프로젝트도 비슷합니다. 사회적 비즈니스 모델을 디자인하려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합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명료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이 뒷받침될 때 사회적가치 성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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