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③] 공익법인을 대하는 韓日 엇갈린 행보, 법제도 뜯어보기

일본과 한국, 공익법인제도 차별점 분석 

 

일본의 NPO관련 법제도는 시민사회와 함께 성장해왔다. 특히 1980년대 시민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일본내 공익법인제도의 개선이 단계별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과거 일본의 민법상 공익법인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법인형태로 설립되는 것이 매우 까다로워서, 법인격 없는 단체로 활동하는 곳들이 많았다. 이에 법인격 없이 비영리 활동을 하던 단체 대표들이 개인 명의로 직접 은행 계좌 개설, 사무실 임차, 은행 융자 등 금융 거래를 할 수 밖에 없어 개인적인 부담과 책임이 커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시민사회활동을 제약한다는 비판과 함께 비영리법인 지원 법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특히 1995년 64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한신·이와지 대지진을 기점으로 일본 공익법인 지원 법제도가 적극적으로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봉사활동으로 지진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 작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영속적인 활동 지원을 위한 법제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이에 1998년 특정비영리활동촉진법(일명 ‘NPO법’)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이 법은 2008년 공익법인제도 개혁 3법 시행 이후에도 그대로 존속,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당초 일본 정부는 공익법인 제도 개혁을 검토하면서 해당 법을 폐지하려했으나,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폐지하지 못했다. 

NPO법에 규정된 특정비영리법인들은 우리나라의 시민단체(사회의 공공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비영리 조직)와 유사한 반면, 일본 민법에 의한 공익법인은 정부 주도하에 설립된 법인이 대다수다.  또한 대부분 소규모로, 재단법인 형태가 없다.

NPO법이 제정되도록 앞장섰던 비영리법인 ‘시즈(Civil Society, 시민활동을 뒷받침하는 제도를 만드는 모임)’는 이후로도 일본 정부의 지원없이 일반 대중의 후원을 통해 일본 NPO제도 및 회계기준의 제정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NPO단체들은 자체적으로 회계기준을 제정하고, 이러한 기준이 법적으로 인정되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NPO회계기준의 보급을 위해 전국 단위의 NPO 회계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공익법인 제도는 2008년 개혁3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구(舊)민법 34조에 의해 운영돼왔다. 각 주무관청별로 공익법인의 설립 허가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도감독 기준은 모든 주무관청이 공통된 기준을 적용해 공익법인의 불필요한 절차적 낭비를 줄였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일본의 구(舊)민법을 적용해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각 주무관청이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을 맡고 있지만, 운영 기준은 일본과 달리 제각각이다. 심지어 각 주무관청이 제정한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이 30여개에 달한다. (국가법령센터에서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소관부처별로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이 달라 비영리법인들 사이에선 설립허가가 어렵지 않은 부처를 찾아다닌다는 ‘주무관청 쇼핑’이란 우스갯소리까지 생겨났다. 

반면 일본은 2008년 개혁3법의 제정으로 각 부처가 공통으로 적용하던 공익법인의 지도 감독 기준이 폐지됐지만, 2007년까지도 내각부(우리나라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기능)에서 각 주무부처와의 협의체를 운영해 공익법인 지도감독기준을 제정하고, 이를 모든 부처 업무에 적용하도록 했다. 공통 기준을 만들어 모든 부서에 적용했음에도 각 부처의 재량행위가 많다는 비판을 들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각 소관부처별로 각자 다른 규칙을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 다른 재량권을 행사하고 있고, 정보 공유 및 개선의 노력도 다소 부족해보인다. 

일본의 구(舊)민법과 우리나라 민법 및 ‘공익법인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관계를 비교해보자. 일본의 구(舊)민법 34조는 ‘공익법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공익목적이 아닌 비영리법인의 설립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90년대 초 중간법인(공익법인과 영리법인의 중간형태 법인) 제도를 도입했다가 2008년 폐지하고, 일반 사단법인 및 재단법인과 공익 사단법인 및 재단법인 제도로 변경했다. 

반면, 민법 제32조에 ‘비영리법인의 설립과 허가’를 규정한 우리나라는 1975년 민법상의 비영리법인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공익법인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익법인법)’을 새롭게 제정했다. ‘민법’상 비영리법인 관련 조항을 보완하기 위해 규정된 것으로, 공익법인법은 민법의 특별법으로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요즘 비영리법인 또는 공익법인의 허가와 관련된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무관청에서조차 일반법(민법)과 특별법(공익법인법)의 구분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다.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민법 또는 공익법인법 중 하나의 준거법을 선택하라고 하는 사례도 있고, 비영리단체 역시 둘 중 유리한 법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특별법을 우선 적용해야함에도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민법과 공익법인법 내용을 보면 시대에 맞지 않는 조항도 많고, 관련 법령과 상충되는 내용도 많아 개정이 필요하다.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 정부는 1996년부터 매년 ‘공익법인에 관한 연차보고(공익법인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각 주무부처별로 허가를 받기 때문에, 비영리법인(사단법인 및 재단법인) 현황을 통합해 발표된 자료가 현재까지도 없는 상태다. 심지어 기부금 공제대상이 되는 공익법인 명부도 정리된 것이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총리실에서도 각 부처와의 협조를 통해 비영리법인(및 공익법인)의 설립 및 운영실태를 요약해 국민들에게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부처별 운용실태의 요약 및 비교는 우리나라 비영리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배원기 교수는 1978년부터 2010년까지 32년간 회계사 삼일회계법인, 삼정KPMG 등에서 32년간 회계사로 일했고, 2010년부터 홍익대 경영대학원에서 세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약 15여년 전부터 비영리단체 4~5곳의 비상근 감사직을 맡으면서 공익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후 비영리 공익법인 회계기준의 제정과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1년 1월 '비영리법인(NPO)의 회계와 세무'라는 책을 펴냈고, 홍대 경영대학원에서 “비영리법인의 회계와 세무” 등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 세무그룹의 고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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