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부모의 의견 존중’이 청소년 인성에 최대 영향

[굿네이버스 공동캠페인] 국내 아동 9000명 인성 실태 발표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인터뷰

 

인성이란 여러 가지 역량이 모인 일종의 ‘역량 집합소’예요. 단순히 착한 사람을 인성이 좋다라고 여길 수 없는 이유죠.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많은 사람이 인성을인의지예신(仁義禮智信)’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훨씬 넓은 범주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절제력, 목표 설정, 공감 능력 등도 인성의 척도에 속한다. 김 교수는특히 아동·청소년 시기의 인성은 변화무쌍하다면서어떤  환경에 노출되고 어떤 교육을 받는지에 따라 좋은 인성을 갖출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일 교수는 한국아동청소년상담학회 회장, 한국교육심리학회 차기 회장과 서울대 특수교육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했다. 김 교수와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는 지난해부터 1년 동안 국내 아동·청소년 9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아동 인성 실태조사 연구를 진행해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7일 만난 김동일 교수에게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성 교육이 필요한 이유와 방향성을 물었다.

 

◇“인성 교육이 문제 행동 예방하는 지름길

‘자기 관리 역량’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세계시민 역량’. 김 교수는 인성에 크게 3가지 요소가 속한다고 정의했다. 자기 관리 역량은 성실성과 자신의 욕구와 감정, 행동 등을 통제하는 것을 말하며,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은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지, 타인에 대한 배려심 등을 뜻한다. 세계시민 역량은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지구촌 문제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지와 공동선을 창출하기 위해 타인과 협력하는지 등을 측정한다.

지난 17일 서울대학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동일 교수. ⓒ굿네이버스

“인성 교육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불필요한 욕구를 조절하며 타인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하는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요소들이 모두 집합해 있는통합적 과정입니다. 따라서 인성 교육을 통해 학교 폭력, 부모와의 불화, 인터넷 중독 등 다양한 문제 행동을 개선할 수 있죠. 실제 연구 결과, 인터넷 중독을 예방하는 데 인성교육을 통해 자기 관리 역량을 높여주는 것이 부모의 과잉보호보다 24배 정도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굿네이버스에서 아동 인성 실태조사 연구를 진행한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김 교수와 연구진들은 학교 및 가정에서의 인성 교육을 체계화하기 위해 연구를 시행했다. 인성 교육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아동·청소년 문제들을 해결하고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판단한 것. 연구팀은 지난 한 해 동안 사회복지학, 아동학, 교육학 전공의 교수들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를 수차례 거쳐 연구를 기획, 전국 16개 시·도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중학교 2학년 학생 약 9000명과 보호자 9000명에게 설문 조사를 한 달 동안 실시했다.

 

◇부모의 의견 존중이 인성에 큰 영향…소득 계층에 따라 인성 역량 차이

김 교수는대개 인성은 타인과의 관계와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데 그중에서도 부모와의 관계, 평소 부모의 행동과 교육을 통한 자연스러운 학습이 가장 1차원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구 결과, 인성 발달에 있어서부모의 의견 존중변수가 아동의 인성에 가장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기 관리 역량 부분에서 부모의 의견 존중은 부모의 소득 수준보다 16배나 영향력이 컸다.

“높은 인성 수준을 갖춘 아이들은 제3세계 어려운 이웃들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포항 지진 피해자들이 내 눈 앞에 없어도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배려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친구들은 평소 부모와의 의사소통이 활발하고 관계가 돈독합니다.”

굿네이버스 아동 인성 교육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 ⓒ박정인 작가

소득수준에 따라 인성 역량이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결과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낮은 가정일수록 인성역량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김 교수는소득수준이 낮다고 해서 그 집단 전체의 인성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인성 교육의 균질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소득수준이 낮을 경우 시간적, 경제적 이유 때문에 아동 방임과 같은 극단적인 수준에 이르는 가정도 있다. 하지만 가정환경이 어려워도 부모와의 관계가 좋고 인성 교육이 잘 이뤄지는 모범적 가정이 있는 등 그 편차가 심하다는 것. 이에 김 교수는 학교의 교육 수준은 가정에 비해 비교적 균질적이기 때문에 소득 계층이 낮은 가정일수록 가정환경 요인보다 교사와의 관계, 학교 풍토와 같은 학교의 영향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부모도 같이 성장해야…학교는 학제 정비가 우선

그는 인터뷰 내내인성 교육은 가족 소통의 일환이어야 하며, 성공적인 인성 교육의 전제는 부모와 학교, 사회의 인식 변화와 노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 부모의 인성 교육 수준도 발전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아이는 커가는데 초등학교식 인성 교육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어요. 독립심을 키우고 자기 주도력을 높여야 할 시기에 부모의 과잉보호는 도움은커녕 인성 발달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이어 그는소득수준에 따른 인성 교육의 격차 또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이는 부모와 학교, 사회가 연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부모는 가정에서 기본적인 인성 교육을 담당하고, 표준화된 교육을 하고 있는 학교가 인성 교육의 현장이 되며, 사회가 이를 지원하는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 다만 김동일 교수는 입시 교육 위주로 돌아가는 학교 커리큘럼 특성상, 인성 교육이 진행되기 힘들다는 것을 지적하면서일선 학교에서 주요 교과와 시험 위주로 돌아가는 학제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는빼기의 교육 개혁이 이뤄진 뒤에 인성 교육이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열린 ‘2017 굿네이버스 아동권리 포험’ 현장. 포럼에는 정부기관 및 아동단체 관계자,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굿네이버스

한편, 김동일 교수가 수행한 아동 인성 실태조사 연구 결과는 지난 23일 열린 ‘2017 굿네이버스 아동권리 포럼에서 학계, 정부 및 이해 관계자, 일반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아동의 인성 역량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포럼에서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 사회에서 요구될 인성 역량과 아동 인성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토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동일 교수가 기조 발표를, 신원영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 연구원이 주제 발표를 이어갔고 도승이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김봉제 서울대 학부모정책연구센터 연구교수 등 전문가들이아동의 인성 역량 발전 방향을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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