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일자리·재료공급·납품 조합끼리 서로 도와 다함께 뭉쳐야 지역이 산다

19개 협동조합 활동중인원주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원주에서 개최된 사회적 경제 한마당의 모습. 지역의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들이 주민들에게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작은 사업이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의 시작이다.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제공
원주에서 개최된 사회적 경제 한마당의 모습. 지역의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들이 주민들에게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작은 사업이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의 시작이다.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제공

지난 2009년 65차 UN총회는 2012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2008년에 발생한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로 발생한 경제위축을 협동조합이 보완하고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국내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이 공포되었다.

아직은 생소한 협동조합. 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은 협동조합을 영리기업과 비교해 설명했다.

“영리기업은 출자자·운영자·소비자가 분리되어 주주가 단시간에 빠르게 돈을 벌기에는 적합합니다. 하지만 기업이 돈을 잘 벌기 위해선 임금을 낮춰야 하고, 상품의 가격을 높게 책정해야 합니다. 소비자와 노동자에겐 불리합니다. 협동조합의 모델은 그 반대입니다. 협동조합은 소비자가 출자자이고, 운영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품 가격을 높이거나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을 낮추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협동조합의 형태를 잘 보여주는 모델은 이탈리아의 트렌토다. 트렌토는 인구가 50만명인 도농복합도시인데 이 중 23만5000명이 협동조합의 조합원이고 협동조합이 536개가 있다. 트렌토의 시민들은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품을 협동조합을 통해 구매하고 자기가 생산한 것도 협동조합에 판매한다.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사업의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가 아니라 공급자와 소비자, 운영자가 상호 신뢰의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이 오래 지속되는 것에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배추 파동이 났을 때, 소비자협동조합은 배추 파동 전과 비교해 차이가 별로 없는 가격으로 배추를 판매했습니다. 그 비결은 간단합니다. 소비자협동조합은 미리 생산자와 가격을 합의해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계약이 된 수량을 정해진 가격에 구매합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수입을 미리 예상하고 마음 편하게 좋은 배추를 기르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협동조합의 조합원인 소비자는 조합을 통해 안전하게 생산된 먹거리를 안정적인 가격에 구매합니다. 배추 가격을 시장에 맡기는 게 아니라 생산자·소비자·운영자가 합의하는 겁니다.”

협동조합은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클럽으로 발전한 FC바르셀로나, 썬키스트, AP통신도 협동조합이다. 기획재정부는 “협동조합기본법 공포로 다양한 형태의 소액·소규모 창업이 활성화돼 취약계층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늘려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숙제도 있다.

원주는 국내에서 협동조합운동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 중 하나다. 19개의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들이 모인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의 회원 수를 합하면 3만5000명가량으로 원주 인구의 10% 수준이다. 조합원은 몸이 아플 땐 의료생협에서 치료받고, 금융거래는 밝음신협을 통하고 식자재는 한살림에서 구매할 수 있다.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의 김선기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의 시작은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60년대와 70년대를 지나며 고리사채에 시달리던 농민과 소상공인들이 모여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었고, 고물가에 시달리던 광부들이 모여 공동구매를 할 수 있는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협동조합운동은 도시화를 겪으며 ‘도농직거래 형태의 협동조합’으로 발전하게 된다. ‘모두가 사는 경제’라는 기치로 “생산자는 친환경유기농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도시의 소비자는 안전한 먹거리를 먹고, 더불어 환경을 지키는 운동”을 벌인 것이다.

이후에는 지역의 육아문제, 노인문제,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협동조합과 같은 문제를 고민하는 복지기관, 공동체들이 지역에 생겨났다. 그러던 것이 IMF 경제위기를 지나며 개별 협동조합과 조직들의 분리된 활동으로는 지역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

“결국 협동조합이나 협동조합을 지향하는 기관들이 협동을 해야 합니다. 지역에 새로운 협동조합의 경제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원주의 사회적기업 ‘행복한 시루봉’은 장애인과 고령자를 고용해 친환경 떡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행복한 시루봉은 지역의 가톨릭 농민회와 삼도생협에서 저렴하게 친환경 원재료를 공급받고, 매출의 70%를 원주한살림에 납품해 초기 판로를 안정화할 수 있었다. 협동조합들의 협동의 결과다.

원주의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속의 사업조직들이 낸 매출액은 연간 184억원 수준이고 이들 업체의 고용인원은 388명이다. 기업과 비교해도 작지 않은 ‘경영’적인 성과이지만 김선기 국장은 “협동조합의 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의 운동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 조합원들이 얼마나 잘 참여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협동조합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주민이나 조합원들의 삶이 협동조합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는 것, 이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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