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미래 미소(美小) 캠페인⑤ 외국인노동자에 50만원까지 담보 없이 대출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본다

미래미소(美小) 캠페인_아시안프렌즈의 무담보 소액대출 ‘SOS무지개은행’

미상_사진_미래미소캠페인_아시안프렌즈대출_2012태국에서 온 노동자 얀레이(가명)씨와 친구들이 한국에서 일을 한 지는 4년이 되었다. 이들이 받는 임금은 한 달에 120만원 수준이다. 회사에서 숙소와 점심을 제공하는 조건이다. 120만원을 받으면 얀레이씨와 친구들은 100만원을 고향에 보낸다.

“만약에 이런 분들이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일자리를 잃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사단법인 아시안프렌즈의 김준식 이사장은 외국인노동자들이 놓여 있는 사각지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얀레이씨 등이 일하던 건설회사는 지난해 3월 초에 부도가 났다. 얀레이씨 등은 순식간에 직장을 잃고 임금이 체불되는 상황을 맞았다. 당장 잠을 잘 숙소는커녕 생활비도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손을 벌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이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긴급자금이 필요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의 삶은 곧 고향에 있는 가족 전체의 삶과 직결된다. /아시안프렌즈 제공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의 삶은 곧 고향에 있는 가족 전체의 삶과 직결된다. /아시안프렌즈 제공

㈔아시안프렌즈는 이들에게 재취업을 하기 전까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인 1인당 20만원을 긴급대출했다. 소액대출이지만 무보증무이자로 이루어졌다.

“4월 8일에 이분들이 저희 아시안프렌즈에 처음 찾아왔고, 열흘 만인 4월 19일에 대출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9월 15일에 이분들이 대출금을 상환하러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아무런 담보가 없이 이루어진 대출이었지만, 이들은 어려울 때 자신들을 도와준 아시안프렌즈를 잊지 않았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 생활을 안정시키고 다시 고국에 돈을 보내면서 조금씩 돈을 모아 대출금을 갚을 돈을 마련했고, 조금 더 돈을 모아 감사의 마음을 표시할 과일 바구니를 장만해 아시안프렌즈를 찾아왔다.

지난 2009년 7월 첫 대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사단법인 아시안프렌즈의 ‘SOS무지개은행’을 통해 12건의 긴급자금 대출이 이루어졌다. 예산이 1000만원가량으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수에 비해 대출 건수가 적다. 하지만 예산 대비 성과는 높다.

“적은 돈이지만 본인이나 자녀가 아픈데 병원비가 없는 사람, 직장을 잃어 생활비가 없는 사람 등 소액대출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는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아시안프렌즈의 SOS무지개은행은 기부와 대출 사이에서 탄생한 한국형 소액대출의 모델이다.

“사실 상황이 워낙 열악하신 분들에게 대출이 되다 보니 반쯤은 이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돈을 주면 자선에 그치고말고, 이 사업의 지속가능성도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무보증무이자의 소액대출이라는 형태로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지금까지 대출이 된 12건의 건당 회수율은 70%, 금액 회수율은 50% 정도 된다.

“담보가 없이 대출을 하다 보면 대출을 받아간 분들이 돈을 갚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뿐 계속해서 대출금 상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에는 SOS무지개은행을 통해 긴급자금 50만원을 대출해갔던 여성이 대출금 50만원을 갚으면서 기부금 2만원을 보내왔다. 2만원은 시중 은행의 대출이자보다 싼 돈이지만 외국에서 온 노동자가 최소한 이틀은 생활할 수 있는 돈이다.

“만약 SOS무지개은행의 1000만원을 단순 사업이나 전시성 사업에 사용했다면 그 효과가 애매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이 돈은 꼭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보증무이자로 사업을 하면 대출신청을 하는 이들 중에는 이자가 없는 현금을 노리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사기꾼도 있을 수 있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준식 이사장은 차분하게 반문했다.

“그런 리스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절박한 사람에게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이자수익을 노리고 돈을 대출한다면 시중의 은행과 다른 점이 무엇이겠습니까?”

미상_사진_미래미소캠페인_SOS무지개은행_2012SOS무지개은행은 전국적으로 다양한 다문화 센터, 외국인노동자 시설과 네트워크를 유지해 이 센터의 실무자들로부터 1차적으로 대출신청을 받는다. 이들은 한국의 이주민 사이에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확보해 그들의 상황을 파악해 적절한 사람들을 추천한다. 그 후 아시안프렌즈의 실무자가 집중 면접을 통해 다시 대출의 적절성에 대해 심사를 한다. 금융전문가는 아니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문화 전문가들이 대출 접수와 심사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사기성 대출을 피할 수 있다.

다른 다문화 전문 기관이나 프로젝트들과의 연계는 더 큰 나눔의 전개에도 유효했다.

“작년 8월 몽골 노동자 부부 사이에서 1.2kg의 조산아가 태어났습니다. 인큐베이터 비용과 치료비가 필요했는데 저희의 힘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당시 치료비 3600만원을 SOS무지개은행, 사랑과 행복나눔재단, 아름다운재단 다솜이 작은 숨결 살리기, 세이브더칠드런, 안암병원이 같이 마련했습니다. 지난 10월 아이는 3.08kg으로 자라서 건강하게 퇴원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SOS무지개은행처럼 현금을 대출해주는 사업이 없다면 긴급대출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답은 ‘빈곤의 악순환에 빠진다’이다.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서 도는 고리의 사채가 있습니다. 만약 SOS무지개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다면 이 사채를 빌려서 사용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분들이 사채를 사용했다면 한국의 지하경제가 활성화되고 빈곤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시안프렌즈는 SOS무지개은행 사업 외에도 여행을 통해 해외 나눔사업을 개발하는 나눔여행, 몽골과 미얀마 등에서의 해외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을 모국의 NGO활동가로 성장시키는 사업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준식 이사장은 외국인노동자 등 이주민들에 대해 한국사회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살피지 못하면 건강한 다문화사회는 요원한 일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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