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동네 분식집이 다문화 청소년 돌봄센터로… “공부하고 간식도 먹어요”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돌봄센터를 개소하게 돼 기쁩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겠죠?”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어린이청소년 꿈·사랑 돌봄센터(이하 센터)’ 앞 공원. 130여 명의 주민이 모인 가운데 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센터 운영을 맡은 김성기 예수마음교회 목사는 “할렐루야 교회, 이랜드재단 등 여러 기관의 도움 덕분에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며 말했다.

지난 24일 ‘어린이청소년 꿈·사랑 돌봄센터’ 개소식에서 김성기 예수마음교회 목사가 이랜드재단이 지원하기로 한 탁구·태권도 장학생을 소개하고 있다. /예수마음교회
지난 24일 ‘어린이청소년 꿈·사랑 돌봄센터’ 개소식에서 김성기 예수마음교회 목사가 이랜드재단이 지원하기로 한 탁구·태권도 장학생을 소개하고 있다. /예수마음교회

센터는 다문화 청소년들이 자주 모이던 분식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심리 상담, 영어 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지역 다문화 청소년은 누구나 들러 간식을 먹고 쉬었다 갈 수 있다.

개척교회인 예수마음교회는 지난 8년 동안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에서 다문화 청소년을 지원해왔다. 공원, 놀이터 등 다문화 청소년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아웃리치 활동을 주로 했다. 가정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해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엇나가지 않도록 보살피기 위해서였다. 김성기 목사와 자원봉사자들은 축구나 농구 같은 운동을 함께하고, 일주일에 두어번 떡볶이를 사주며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가까워진 아이들에게는 교인들 도움을 받아 영어 강의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회 규모가 작고 재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활동을 지속하는 데 늘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센터 개소로 예수마음교회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가로 진행하면서 그동안 실천한 아웃리치형 상담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센터 개소를 위한 협력이 물꼬를 튼 건 지난 3월 이랜드재단이 주최한 ‘다문화가정 지원기관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김 목사는 김한수 할렐루야 교회 사회복지 팀장을 처음 만났다. 둘은 다문화 청소년 지원을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김성기 목사는 김한수 팀장에게 센터 구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도움을 요청했다. 중대형 교회인 할렐루야 교회는 예수마음교회에 비해 재원, 인력 등 자원을 동원할 여력이 컸다. 예수마음교회는 현장 밀착형 지원으로 다문화 청소년에 대한 전문성이 높았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개소한 ‘어린이청소년 꿈·사랑 돌봄센터’. /예수마음교회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개소한 ‘어린이청소년 꿈·사랑 돌봄센터’. /예수마음교회

두 교회가 협력하기로 뜻을 모은 이후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할렐루야 교회는 센터 공사 비용을 부담했다. 매달 20만원씩 운영비도 지원할 예정이다. 김 팀장은 “두 교회가 협력하면 시너지가 클 것 같아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이번 협력을 마중물 삼아 예수마음교회와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숨은 조력자 역할은 이랜드재단이 했다. 재단은 가정밖 청소년, 다문화 청소년 등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청소년 당사자들을 직접 돕지는 않는다. 이랜드재단 지원의 핵심은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것이다. 전문성을 갖춘 민간조직들이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재원, 멘토 교육, 네트워킹 기회 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열린 ‘다문화가정 지원기관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도 민간조직 간의 네트워킹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재욱 이랜드재단 본부장은 “민간조직들이 각개전투 식으로 활동하다 제풀에 지치다 보니 지원이 단기적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조직 간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동반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네트워킹을 촉진하기 위해 펼친 재단의 노력이 돌봄센터 개소라는 결실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이랜드재단은 청소년에게 장학금도 전달했다. 탁구와 태권도 꿈나무들에게 6개월간 레슨비를 지원한다. 태권도 장학생 정태환(16)군은 “경찰이 돼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 태권도를 시작했지만, 코로나19와 경제적 사정 등이 겹쳐 그만둬야 했다”며 “이번 지원 덕분에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랜드재단은 민간 지원 조직과 기업, 교회, 멘토, 위기 청소년 당사자 간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플랫폼 구축 사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정영일 이랜드재단 대표는 “앞으로도 더 많은 관계자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승훈 인턴기자 poja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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