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영어 못하는 이민자 부모 걱정 사라집니다”

美 비영리 스타트업 토킹포인츠 임희재 대표

“미국은 한국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빈부 격차가 학업 성취도에 큰 영향을 미쳐요. 저소득층 부모의 경우 학교의 교육 참여도는 부유층의 절반 이하예요. 부모의 아이 교육 참여 여부에 따라 학습 성취도가 2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SK행복나눔재단

미국 실리콘밸리의 비영리 스타트업 ‘토킹포인츠(https://talkingpts.org)’ 임희재(31·사진) 대표가 부모와 교사 간의 양방향 소통을 도와주는 번역 플랫폼을 개발한 이유다. 교사가 토킹포인츠 웹사이트 혹은 앱을 이용해 학부모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구글 번역 시스템을 활용한 플랫폼을 통해 학부모의 모국어로 번역돼 전송된다. 학부모도 간편하게 모국어로 문자메시지를 써서 교사에게 전송하면 된다. 굳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토킹포인츠가 설립된 지 올해로 3년 차, 현재 영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아랍어 등 22국 언어에 대한 번역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만 45개 주에서 약 8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지난 18일, SK행복나눔재단의 사회혁신가들의 네트워킹 프로그램 ‘SIT(Social Innovators Table)’ 강연 발표자로 방한한 임 대표를 만나 비영리 스타트업 대표로서의 경험을 물었다.

임 대표가 다문화 교육 문제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정적인 계기는 스탠퍼드 대학원에 다니면서 근처의 저소득층 밀집 지역인 이스트 팰로앨토의 공립학교를 방문하면서였다. 교실에 히스패닉계를 비롯해 다양한 언어를 쓰는 친구가 많았고, 학부모 미팅에도 통역사를 부를 정도였다. 캘리포니아주 고등학생의 43%가 집에서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임 대표는 2014년 오클랜드에서 열린 ‘스타트업 위크앤드 에듀케이션(Startup Weekend Education)’에서 ‘토킹포인츠’ 아이디어를 처음 발표했다. 이후 학교에 다니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어 스탠퍼드대 경영전문대학원의 ‘사회적 혁신 펠로’와 글로벌 NPO 자금 지원 단체인 ‘에코잉 그린(Echoing Green)’의 ‘에코잉 그린 펠로’로도 선정됐다. 이 지원금을 바탕으로 2015년 ‘토킹포인츠’를 설립했고, 구글 임팩트챌린지 샌프란시스코 지역 대회에서 Top10에도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6 30세 이하 지도자’에도 선정됐다.

현재 토킹포인츠 직원 7명 중 4명이 개발자다. IT를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으로 투자를 받으며 크게 성장할 수 있는데도, 비영리법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임 대표는 “미션에 충실하고 싶어서”라고 강조했다. 토킹포인츠의 핵심 타깃인 저소득층 및 이민 가정이 구입력이 낮아, 미션을 달성하면서 수익을 올리기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또 다른 특징은 임 대표를 비롯한 직원 4명이 이주나 이민 경험이 있으며, 아이비리그 졸업생 등 고학력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임 대표는 영국 옥스퍼드대 학사, 런던정경대(LSE)와 스탠퍼드대에서 석사를, 맥킨지컨설팅 런던 사무소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도 있다. 연봉을 거의 반 토막 내고 한발을 내디딘 비영리 섹터, 이제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고, 펀드레이징을 하는 것도 임 대표의 역할이다.

“미국 캔자스주에 토네이도가 온 적이 있었어요. 이 지역은 농장이 많아서, 스페인어를 쓰는 멕시칸 노동자 자녀가 많았어요. 학교에서 경고 방송을 하는데, 아이들이 ‘부모님들이 제대로 대피했는지 모르겠다’고 너무 불안해했대요. 그래서 한 교사분이 토킹포인츠를 사용해서 ‘대피하라’고 문자를 보내서 큰 도움이 됐대요. 우리 팀원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뛰어요. 비영리단체에서는 미션이 돈입니다. 미션을 파는 것이 제 직업이고, 제 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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