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후원금 3553억원, 희망학교 100곳…희망TV SBS가 걸어온 길

희망TV SBS 20년, 무엇을 바꾸었나

 

탄자니아 마엔델레오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우굼바(19)양은 뇌수종으로 매일 극심한 두통을 앓았지만 돈이 없어 병원 문턱조차 못 넘어봤다. 이런 우굼바양의 소원은 학교에서 마음껏 공부하기’. 하지만 뇌수종 때문에 집 밖을 나설 수 없었고 마을에 학교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굼바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희망TV SBS의 지속적인 후원 덕분에 치료를 받아 뇌수종이 점점 호전된 것. 그리고 마을에 8번째 희망학교인마엔델레오 중등학교’가 설립됐다. 현재 탄자니아 명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우굼바양은 반에서 1·2등을 앞다투며 회계사라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

우굼바양과 같은 세계 곳곳의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국내 대표 모금 방송희망TV SBS’(이하 희망TV)가 올해 20년을 맞이했다. 1997년 기아체험 24시를 시작으로 2012년엔 아프리카에 학교 100곳을 짓는희망학교를 시작해 올해 모두 완공했으며, 얼마 전부턴 빈민 자립 지원 프로젝트인희망 사다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년의 나눔 발자국을 되돌아봤다.

 

◇‘기아체험 24바통 이어받아희망학교지어

지난해 희망TV에 출연, 아프리카 말라위로 봉사활동을 떠난 배우 문근영씨가 아이를 보고 웃고 있다. ⓒ희망TV

1997, 방송을 통해 모금하는 기아체험 24가 처음으로 SBS 전파를 탔다. 97년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성영준 희망TV PD는 “당시 대학교 운동장, 실내체육관 등에 모인 참가자들은 방송 당일 24시간을 굶으며 유명인들의 저개발국 봉사활동 영상을 보고 ARS(자동응답전화) 후원을 했다면서 “첫해 모금액이 194000만원에 달하는 등 당시 모금 방송계에 파란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10년가량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과 함께 진행해오다, 2008년부터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굿피플 등 6개 비영리단체로 파트너십을 늘렸다. 이듬해부턴 기아체험 24시를 종영, ‘희망TV’로 프로그램을 새로 단장했다. 비영리단체들의동반 성장에 대한 이슈가 제기됐을 뿐 아니라 비영리단체의 급성장 등 공익생태계의 다변화를 방송에도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김형욱 SBS 편성본부 PR팀 부장은 “가을에만 방영되던 방송이 2006년부터 봄·가을 한 번씩 연 2회로 늘어났으며 일시 후원뿐 아니라 정기 후원 모집까지 더해 모금 방식도 다양해졌다면서 “모금 방송의 포맷은 각 비영리단체의 연예인 홍보대사가 해외 빈곤국의 현장을 찾는 모습이 10분 단위로 편집돼 후원을 독려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희망학교 짓기에 참여한 배우 김현주 씨와 아이들. ⓒ희망TV

2012년 이후 프로그램엔 구체적이고 분명한목표가 생겼다. 5년 동안 약 220억원을 들여 아프리카 100곳에 학교를 짓는희망학교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희망학교는 20주년을 맞는 올해 1월 탄자니아 잔지바르에 100호 희망학교를 지음으로써 5년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희망학교에 입학한 현지 학생 수는 51000여명. 희망TV 자료에 따르면, 향후 5년간 57000여명이 학교에 들어올 예정이며 10년 후에는 87000여명의 졸업자를 배출하게 된다. 성영준 희망TV PD는 “가난을 이겨낼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교육이라면서 “실제로 교육을 통해 꿈을 이루는 친구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게 바로 진정한 자립이며 변화라고 이야기했다.

 

◇기부 피로도 극복하고 장기 프로젝트 육성해야

20년 동안 지속적인 모금을 통해 단체들이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 희망TV의 가장 큰 성과입니다.”(윤성우 밀알복지재단 미디어홍보부장)

희망TV 20년간 모금 방송계에 뿌리내린 성과는 남다르다. 방송 모금액은 6개 비영리단체가 함께 참여한 2009 125억원, 다음 해 196억원을 달성했다. 2011년에는 모금액 350억원을 달성했으며, 2013년에는 463억원으로 최고 모금액을 찍었다. 이후 2015년과 지난해 각각 460억여원을 모았다. 20여년 동안 누적된 후원금이 무려 3553억원이다. 후원금은 국내 소외된 이웃 및 희귀난치병 환아들의 의료 지원과 해외 빈곤층의 구호 및 자립 지원 등에 사용됐다.

안정은 굿피플 미디어팀 과장은 “예전에는 단체들이 각개전투해서 후원금을 모금하고 사업했기에 막막했던 부분이 있었지만, 희망TV를 하면서부터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움직이고 있다면서 “수시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정보 공유를 하는 과정들이 단체에 큰 힘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남겨진 과제도 있다. 모금 방송 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시민들의 기부 피로도도 높아진다는 것. 이에 희망TV와 참여단체들은빈곤 포르노를 이용하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좀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김형욱 SBS 편성본부 PR팀 부장은 “젊은 층의 시선을 끌기 위해 다음카카오의 같이가치 소액 모금 등 다양한 모금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올 상반기에만 같이가치 소액 모금에 47000여명이 참여해 약 3000만원이 모아졌으며 앞으로도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모금 방식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100호 희망학교인 ‘콰라라 투마이니 중등학교’에는 TV스튜디오, 라디오 스튜디오, 편집실 등이 갖춰진 희망미디어교육센터도 갖춰져 있다. ⓒ희망TV

장기 프로젝트 육성도 풀어야 할 숙제다. 희망TV는 희망학교 후속으로 학교 100개가 세워진 마을에 교육 및 자립 프로그램을 지원하는희망 사다리를 향후 5년간 시행할 예정이다. 김하나 월드비전 미디어팀 과장은희망 사다리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다양한 교육 및 자립 프로그램이 동반되어야 한다면서 “더욱이 자립은 단시간 이뤄지지 않기에 최소 5, 길게는 10년의 기간을 두고 사업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헌 굿네이버스 미디어팀장 또한 “사업의 일시적 성과가 아닌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모습을 보여야 시청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서 “희망 사다리 사업이라는 후속사업을 통해 개인과 지역 사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SBS는 희망TV 20년이라는 사회공헌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희망내일포럼을 오는 9 20일 목동 SBS 13층 대강당에서 개최한다. 미디어와 사회공헌, 글로벌 사회공헌 사업 전개를 위한 파트너십 구축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6 NGO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KOICA 등 유관기관,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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