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2일(수)

“앞으론 단순한 호소 아닌 성과 보여주는 비영리활동 펼쳐야”

비영리 콘퍼런스에서 만난 존 로카

지난달 29일 아름다운재단이 주최하고 재단법인 해피빈이 후원한 비영리 콘퍼런스에서 만난 The Rensselaerville Institute의 존 로카(John Rocca·사진)씨는 비영리조직의 활동과 관리에 있어 성과기반적 사고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성과기반적 사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로카씨는 간단한 예를 들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비영리조직들에 당신의 조직에서 성공한 사업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하면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아마 한국도 비슷할 겁니다. 예를 들면 우리 조직은 1년간 초등학생 50명에게 1억원을 들여 읽기교육을 시켰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성과(outcome)가 아닙니다. 그냥 행동일 뿐입니다.”

미상_사진_비영리콘퍼런스_존로카_2011로카씨는 성과에 대해 더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정의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 조직은 지난 1년간 초등학생 50명에게 읽기교육을 진행해 그 성과로 그 중 30명이 같은 학년 수준의 읽기능력을 보였다”는 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카씨는 사업을 기획하고 시작하는 단계에서 미리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명료하게 밝히고 조직원들이 이 성과를 향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루어내야 할 성과가 명료하고 구체적일수록 조직원들은 더 정확하게 자기의 역할을 이해하고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비영리조직의 체질에 성과중심적인 사고를 덧붙일 경우 과거에 비영리조직이 사용하던 개념도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활동은 결과로, 서비스는 변화로, 자금제공자는 투자자로, 제안은 목표계획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기부자도 마찬가지다. 로카씨는 기부를 하는 사람은 단순히 돈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어떤 변화를 원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이를 평가할 수 있는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찾아내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기회에 대해 세 가지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구입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얻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이것이 예산의 가장 효율적인 사용인가. 기부자도 투자자처럼 자신이 기부하는 돈에 대해 세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할 겁니다.”

기자는 이렇게 성과와 평가를 강조하면 프로그램의 성과 측정이 너무 양적인 측정에만 치우칠 우려는 없는지 질문을 던졌다. 로카씨는 구체적인 목표 설정을 통해 질적인 평가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한 학교에서 연극을 통한 아이들의 자존감 향상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경우 자존감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존감 중 일부인 커뮤니케이션 기술 향상을 목표로 정의를 하면 평가가 됩니다. 무대 위의 아이들에게 몸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공연을 한 후, 이 아이들이 공연 후에 상대방과 눈을 마주 보며 대화를 하는지, 발음이 정확해졌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고 있는지 등 여섯 개의 평가지표를 만들어서 성과를 측정했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20명의 아이 중 12명이 최소 3개 이상의 지표에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개선되었다’는 식으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자존감 향상이라는 큰 미션의 달성에 도움을 줄 겁니다.”

로카씨는 평가가 어려워 보이는 사업이나 분야일수록 성과를 명료하게 정의해야 투자나 기부를 잘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가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두꺼운 보고서일 필요도 없습니다. 사실 평가보다는 ‘확인’이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내가 목표를 설정했다면 내가 진행한 프로그램에서 그 목표가 달성되었느냐를 보는 것입니다. 이 달성의 여부를 보여줄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로카씨는 성과기반의 사고방식에 근거한 호소와 사업기획도 강조했다.

“5초마다 한 명씩 영유아가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부를 하는 것이 점점 설득력을 잃습니다.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니 기부자들의 피로감이 생깁니다. 이제 성과를 보여주며 모금을 유도하는 방식을 병행해야 합니다.”

인터뷰의 말미에 로카씨는 격려도 있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성과를 강조하던 그였지만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실패로부터 제대로 배우려면 성과기반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단지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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