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장애인이 극본 쓰고 연기하는 특별한 무대

호주 장애인극단 ‘백투백시어터’ 방한

호주 장애인극단 '백투백시어터' 방한 지난 15일 오후 4시 서울역 KTX 승강장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떠나고 도착하는 기차들,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채 바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끊임없이 세상의 이동을 설명하는 역사 안내 방송 사이로 스티브는 20여분의 시간을 그저 조용히 서 있다. 이 순간 스티브는 "내가 느끼고 감지했던 감정, 항상 알아왔던 감정"에 빠져들며 "나 자신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속삭인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귓속으로 스며든다.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게 나의 임무"라고. 스티브의 옆에는 그런 스티브가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켜보고 있는 친구 게리가 있다. 스티브와 게리는 이 시간을 갖기 위해 3000달러가 넘는 거래를 거절한다. 돈을 얼마든 주겠다는 유혹과 거래를 거절하면 불행해질 것이라는 위협,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저주는 중요하지 않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 초청작으로 호주에서 초청된 '작은 금속 물체(small metal objects)'의 두 주인공 스티브와 게리 역할을 맡은 사이먼 라허티씨와 소냐 테우벤씨는 지적 장애인이다. 그리고 '작은 금속 물체'를 공연한 백투백시어터(Back to Back Theatre)는 6명의 장애인 배우가 극본을 함께 쓰고 연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백투백시어터의 앨리스 나쉬 대표는 "이 극에 스티브나 게리가 장애인이라는 표현은 어느 곳에도 없다"며 "사이먼과 소냐 역시 자기의 느낌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표현할 뿐 이들을 장애인으로 특별히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오히려 스티브와 게리가 집중하고 있는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보길 권했다. "이 극의 극본은 우리 극단이 경제와 인간가치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다 즉흥적으로 나온 이야기들을 엮어서 만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보면 스티브가 나약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혹은 3000달러짜리 거래를 망친 바보로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스티브는 결국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내는 위대한 측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착한 사업가인 게리는 이런 스티브를 돕고 우정을 쌓아나가죠. 경제와 화폐의 세계에서 인간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극은 이런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로 독특한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극장을 통째로 들어 일상생활이 벌어지는 공간에 옮겨 놓았습니다. 무대, 배우, 관객과 함께 작품을 구성하는 이곳의 대중들, 이들의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인 흐름과 참여가 우리 극을 완성합니다. 때로는 관객의 눈에 대중이 배우가 되고 때로는 대중의 눈엔 관객이 배우가 되죠. 이런 장치들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호주 장애인극단 ‘백투백시어터’ 방한
지난 15일 오후 4시 서울역 KTX 승강장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떠나고 도착하는 기차들,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채 바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끊임없이 세상의 이동을 설명하는 역사 안내 방송 사이로 스티브<사진>는 20여분의 시간을 그저 조용히 서 있다.
이 순간 스티브는 “내가 느끼고 감지했던 감정, 항상 알아왔던 감정”에 빠져들며 “나 자신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속삭인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귓속으로 스며든다.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게 나의 임무”라고.
스티브의 옆에는 그런 스티브가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켜보고 있는 친구 게리가 있다. 스티브와 게리는 이 시간을 갖기 위해 3000달러가 넘는 거래를 거절한다. 돈을 얼마든 주겠다는 유혹과 거래를 거절하면 불행해질 것이라는 위협,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저주는 중요하지 않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 초청작으로 호주에서 초청된 ‘작은 금속 물체(small metal objects)’의 두 주인공 스티브와 게리 역할을 맡은 사이먼 라허티씨와 소냐 테우벤씨는 지적 장애인이다. 그리고 ‘작은 금속 물체’를 공연한 백투백시어터(Back to Back Theatre)는 6명의 장애인 배우가 극본을 함께 쓰고 연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백투백시어터의 앨리스 나쉬 대표는 “이 극에 스티브나 게리가 장애인이라는 표현은 어느 곳에도 없다”며 “사이먼과 소냐 역시 자기의 느낌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표현할 뿐 이들을 장애인으로 특별히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오히려 스티브와 게리가 집중하고 있는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보길 권했다.
“이 극의 극본은 우리 극단이 경제와 인간가치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다 즉흥적으로 나온 이야기들을 엮어서 만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보면 스티브가 나약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혹은 3000달러짜리 거래를 망친 바보로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스티브는 결국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내는 위대한 측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착한 사업가인 게리는 이런 스티브를 돕고 우정을 쌓아나가죠. 경제와 화폐의 세계에서 인간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극은 이런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로 독특한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극장을 통째로 들어 일상생활이 벌어지는 공간에 옮겨 놓았습니다. 무대, 배우, 관객과 함께 작품을 구성하는 이곳의 대중들, 이들의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인 흐름과 참여가 우리 극을 완성합니다. 때로는 관객의 눈에 대중이 배우가 되고 때로는 대중의 눈엔 관객이 배우가 되죠. 이런 장치들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15일 오후 4시 서울역 KTX 승강장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떠나고 도착하는 기차들,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채 바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끊임없이 세상의 이동을 설명하는 역사 안내 방송 사이로 스티브<사진>는 20여분의 시간을 그저 조용히 서 있다.

이 순간 스티브는 “내가 느끼고 감지했던 감정, 항상 알아왔던 감정”에 빠져들며 “나 자신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속삭인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귓속으로 스며든다.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게 나의 임무”라고.

스티브의 옆에는 그런 스티브가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켜보고 있는 친구 게리가 있다. 스티브와 게리는 이 시간을 갖기 위해 3000달러가 넘는 거래를 거절한다. 돈을 얼마든 주겠다는 유혹과 거래를 거절하면 불행해질 것이라는 위협,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저주는 중요하지 않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 초청작으로 호주에서 초청된 ‘작은 금속 물체(small metal objects)’의 두 주인공 스티브와 게리 역할을 맡은 사이먼 라허티씨와 소냐 테우벤씨는 지적 장애인이다. 그리고 ‘작은 금속 물체’를 공연한 백투백시어터(Back to Back Theatre)는 6명의 장애인 배우가 극본을 함께 쓰고 연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백투백시어터의 앨리스 나쉬 대표는 “이 극에 스티브나 게리가 장애인이라는 표현은 어느 곳에도 없다”며 “사이먼과 소냐 역시 자기의 느낌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표현할 뿐 이들을 장애인으로 특별히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오히려 스티브와 게리가 집중하고 있는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보길 권했다.

“이 극의 극본은 우리 극단이 경제와 인간가치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다 즉흥적으로 나온 이야기들을 엮어서 만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보면 스티브가 나약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혹은 3000달러짜리 거래를 망친 바보로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스티브는 결국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내는 위대한 측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착한 사업가인 게리는 이런 스티브를 돕고 우정을 쌓아나가죠. 경제와 화폐의 세계에서 인간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극은 이런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로 독특한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극장을 통째로 들어 일상생활이 벌어지는 공간에 옮겨 놓았습니다. 무대, 배우, 관객과 함께 작품을 구성하는 이곳의 대중들, 이들의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인 흐름과 참여가 우리 극을 완성합니다. 때로는 관객의 눈에 대중이 배우가 되고 때로는 대중의 눈엔 관객이 배우가 되죠. 이런 장치들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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