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기부 그 후] 낯선 언어, 문화 속에 있는 중도입국청소년들의 고민

태어나 한평생 살던 곳을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어떨까요?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하지 않을까요? 한국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들어온 ‘중도입국 청소년’입니다.  

◇ 중도입국청소년을 아시나요? 

중도입국청소년은 부모의 재혼 또는 취업으로 한국에 오게 된 미성년 자녀들을 말합니다. 국제 결혼 자녀나 이주노동자 가정의 자녀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태어난 나라에서 어느 정도 성장한 뒤 한국에 들어 온 아이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한국말이 서투르다보니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국내 교육을 못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불안정한 환경은 중도입국청소년들을 정서적으로도 취약하게 만듭니다. 부모를 따라 온 아이들은 아빠나 엄마가 한국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2~3년간 친척집을 전전합니다. 그러다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하고 방어적인 성격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한국에 들어온 후에도 적응하긴 쉽지 않습니다. 관광 비자를 받은 아이들은 3개월에 한 번씩 본국에 다녀와야 하고, 낯선 한국인 계부나 이복형제들 때문에 가정내에서 정을 붙이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삶 꿈꾸는 아이들

그래서 대부분의 중도입국청소년들은 ‘국적 취득(귀화)’을 준비합니다. 한국 국적을 얻으면 국내에서 대학을 가거나 정식 취업을 하는 등 보다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국적을 취득하려면 법무부 주관의 귀화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시험은 한국어 능력, 대한민국의 역사와 풍습, 애국가 등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을 평가하는데,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은 편입니다.

글로벌비전_기초한국어반
글로벌비전의 기초한국어반에서 공부중인 아이들 ⓒ글로벌비전

이에 국제구호개발기관인 사단법인 글로벌비전은 인천 중도입국청소년들의 한국어 공부와 국적 취득을 위한 공부 전반을 돕고 있습니다. 이곳 아이들 대부분이 부모가 인천 남동공단에 종사하는 취약계층 자녀이기 때문이죠. 글로벌비전은 대안학교처럼 한국어 및 역사 수업을 진행하고, 모의 면접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역사 과목에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낯선 언어로 실제로 본 적도 없는 것들을 외우려다보니 쉽지 않았던 것이죠.

중도입국청소년들이 우리 역사책에 나오는 유적을 직접 보고 느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에 지난 2016년 1월, 글로벌비전은 아이들과 경주로 역사 기행을 가기 위한 네이버 해피빈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약 한 달의 짧은 기간 동안 네티즌들과 신한은행 임직원들의 따뜻한 손길로 507만3300원이 모였습니다. 

◇ 더 많은 중도입국청소년들이 문화체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경주에서 돌아와 면접 연습을 했어요. 제 차례 때 선생님이 경주에 있는 문화재를 말해 보라고 하셨죠. 저는 기다리지 않고 불국사와 석굴암을 말했어요. 불국사 안에 있는 다보탑과 석가탑도요. 전보다 훨씬 자신감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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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안압지, 불국사, 석굴암 등 경주 역사유적을 돌아보는 아이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글로벌비전

지난 2016년 5월 26일~28일, 약 45명의 중도입국청소년이 경주 역사기행을 떠났습니다. 2박3일간 아이들은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김유신 장군묘 등 사진으로만 보던 역사 유적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참여하며 공부했습니다. 모국과 한국의 역사를 비교해보는가 하면, 모르는 말이 나오면 바로 사전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자세히 체험할 수 있도록, 문화해설사 선생님도 함께했습니다. 

역사기행을 다녀온 뒤 아이들은 공부에 열의를 가지게 됐습니다. 2박 3일간의 공동체 생활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던 아이들도 한층 밝아졌지요. 많은 아이들이 “한국에 와서 처음 놀러 가봤다”며 정말 좋아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여행 에피소드를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경주 역사기행을 다녀온 아이들이 직접 보내온 손편지. ⓒ글로벌비전
경주 역사기행을 다녀온 아이들이 직접 보내온 손편지. ⓒ글로벌비전

하지만 여전히 중도입국청소년들에게는 이런 체험의 기회가 부족합니다. 대부분이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데다,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모자란 실정이지요. 올해 아이들은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부여 문화단지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중도입국청소년들이 우리 역사를 경험하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으로 지켜봐주세요.

▼중도입국청소년들이 올해도 역사기행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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