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생협VS공정위…생협법 개정안 두고 시끄러운 내막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생협법 개정안, 시끄러운 내막 

아이쿱생협은 23만 조합원에게 공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_일러스트_다툼 와글와글

“6년 넘게 기다렸는데 뒤통수 맞은 격이에요.” (A 생협 관계자)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공제사업을 할 수 있는 주체를 ‘생협전국연합회’에 국한하겠다는 것입니다. 공제사업이란 조합원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손해를 당했을 때 공제조합, 노동조합, 협동조합 등이 각 조합원으로부터 받은 출자금을 자본으로 공제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일종의 보험업과 비슷하지만, 조합원만이 가입자이고 공제 금액에 소정의 한도가 있는 것이 차이입니다. 

사실 아이쿱생협, 한살림 등 생협연합회들은 오래 전부터 조합원의 사고시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제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습니다. 이에 어렵게 2010년 생협법이 개정되면서 ‘생협 연합회도 공정위의 인가를 받으면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반영(생협법 제4절 제54조 3항)됐습니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공정위가 6년 넘게 구체적인 시행령(인가 기준 및 감독 규정 등)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현장에선 발목이 묶여있었죠.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서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의 행보에 대해 지적하자, 그제서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금년 말까지 (시행 규정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7일 뒤늦게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개정안에는 금융위와 협의해 공제사업 감독 기준을 마련하고, 내부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하는 등 구체적인 인가 기준 및 감독 규정도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현장은 더 뿔이 났습니다. “공정위의 생협법 개정안 입법예고는 사실상 공제 사업 거부”라고 강한 반발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요? 

각 생협별 공제 사업 금지, 전국연합회로만 공제 사업 가능

생협들이 ‘뿔난’ 이유는 이렇습니다. 현재 생협연합회는 두레생협연합회, 아이쿱생협연합회, 한살림생협연합회 등 총 6개가 있습니다. 기존 법안에 따르면 각 생협별로 공제사업을 할 수 있었지만, 시행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속앓이만 하고 있었죠. 오랜 기다림끝에 개정안이 나왔는데, 갑자기 “각 생협별로는 공제사업을 할 수 없다”며 기존안을 뒤집어버렸습니다. 생협들이 모여 전국연합회를 구성해야만 가능하다는 제한 규정을 신설한 것이죠. 생협관계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조속히 기준을 마련해 조합원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더니, ‘당신들은 이제 공제사업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공정위가 공제사업의 주체를 전국연합회로 한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정위는 수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의 조직도 중앙회만이 공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말하고 있습니다. 공제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제료 수입액이 각 생협이 운영하는 다른 경제사업으로 유입되는 것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한살림, 두레, 아이쿱, 행복중심 등 지역생협연합회와 대학생연합회는 유통망을 가지고 경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즉, 공제료 수입액이 생협연합회의 다른 경제 활동 추진의 자원으로 활용돼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공제 사업을 안정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이유로 공정위는 별도의 전국중앙회 형태로만 공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국연합회를 구성하면 되지 않나요? 

물론 전국연합회를 구성하면 공제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전국연합회는 인가를 받은 전체 조합의 50% 이상 동의를 받아 설립되는데, 현재 인가된 생협 수의 약 70%를 의료생협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의료생협은 공제 사업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그 외의 생협만으로는 전국연합회 설립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개정안은 의료생협과 그 외 생협을 분리해 전국연합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정위는 “현행보다 전국연합회를 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생협측이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생협 측은 ‘생협의 공제 사업=보험업’이라고 생각하는 접근이 잘못됐다고 말합니다. 생협마다 역사가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전국연합회를 구성해 통일된 상품을 만들면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합니다. 각 생협별로 조합원 특성에 맞는 상품을 구성하는 것이 공제사업의 목적이란 것이죠. 예를 들어 아이쿱생협에서는 매년 1~2만명의 조합원들이 도농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이 과정에서 안전 관련 공제 상품이 필요해집니다. 생협연합회의 규모, 조합원의 필요에 따라서 적정한 상품을 개발해야하고, 최종 결정은 조합원들의 몫이란 것이죠. 생협 측에서는 협동조합 자율성에 기초해 공제 사업도 다양하게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합니다. 전국연합회를 구성해 상품을 일원화하는 것은 기존 공제사업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란 것이죠. 

정리해보겠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무려 23만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는 아이쿱생협조차 공제 사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한살림, 두레, 행복중심 등 다른 생협과 ‘전국연합회’를 꾸려야하고, 논의를 통해 전국연합회의 통일된 상품이 만들어져야 가능합니다. 공정위는 “공제가입자를 위한 안정적인 재원과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생협 조직들은 “개정안은 기존 공제사업의 취지를 흐리고 관리, 감독을 편하게 하기 위한 ‘꼼수'”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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