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2016 체인지온 현장을 가다] ② 인공지능이 안겨 줄 도전과 과제

 다음세대재단_비영리미디어_체인지온_2016_현장스케지

◇인간을 지배하는 인공지능, 인간을 구원하는 인공지능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인간만의 영역은 더욱 치열해질 것”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부 교수

2011년 미국ABC 방송사의 퀴즈쇼 ‘제퍼디!’를 아시나요? 세계 최고의 퀴즈왕을 가리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이 퀴즈쇼의 왕중왕전에 인공지능 ‘왓슨’이 참가합니다. 왓슨을 개발한 IBM은 “사람이 10문제를 맞추는 동안 기계가 3문제 정도만 맞춰도 괜찮은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인공지능 왓슨이 압도적인 점수차로 퀴즈쇼에 참가한 인간을 이긴 것이죠.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왓슨의 진짜 가치는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프로젝트를 주도한 IBM 홍보팀은 퀴즈쇼가 끝난 후 왓슨을 박물관에 전시하려고 했으니까요. 1997년 인간 체스 챔피언을 이긴 ‘딥블루’가 그랬던 것처럼요. 애초에 왓슨은 IBM의 기술력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홍보 수단이었을 뿐, 퀴즈를 잘 푸는 기계는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그런데 왓슨의 활약을 본 미국의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SKCC)’가 IBM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왓슨의 알고리즘에 연구논문과 환자기록을 넣으면, 의사를 돕는 인공지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이듬해 왓슨은 MSKCC에서 폐암·간암 케이스를 위주로 항암제 선택에 대한 학습을 시작했습니다. 6개월의 테스트 후, 성과는 놀라웠습니다. 왓슨의 진단이 인간 전문의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IBM은 1조원을 들여 왓슨의 운영체제(인공지능)에 붙일 빅데이터 리서치 회사와,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의료뿐만 아니라 세무·법무 등에서도 인공지능이 크게 활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 영역의 공통점은 바로 ▲전문가가 정제한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돼있으며 ▲논리가 복잡하고 ▲정답이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이 여전히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반대입니다. 정제된 데이터가 없고, 정답이 없으며, 인간의 감정에 의존하는 것이지요. 마치 지금 우리가 일하고 있는 비영리와 비슷하지 않나요?

인공지능이 함께하는 사회가 되면, 비영리와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시대도 함께 올 겁니다. 하지만 그 말이 인공지능이 우리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자리 잡은 영역에 지금보다 더 많은 ‘인간 능력자’가 들어올 테니까요. 잘하지 않으면 결국 경쟁에서 밀려나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 발달로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옵니다. 전 ‘신기술이 일자리를 없앤단 말은 언제나 있었지만, 그 때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고 답하겠습니다. 실업은 역사적으로 장기문제가 된 적이 없었고, 삶의 수준은 언제나 올라갔습니다. ‘존 헨리의 전설(굴착기와 터널 뚫기 대결을 한 남자 존 헨리가 승리 후 끝내 사망했다는 이야기)’이 주는 진짜 교훈은 ‘기계와 경쟁하지 마라’입니다.

우리는 변화의 흐름을 막을 수 없습니다. 결국 인공지능과 인간이 같이 살아가는 사회가 되겠죠. 하지만 두려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도구로서의 AI를 잘 쓰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 비영리도 함께 해야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주체성을 지킬 수 있을까요?"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가 체인지온 컨퍼런스에서 강연하고 있다. /다음세대재단제공
“산업의 복잡성이 높아질 수록 ‘독접하는 기업’이 생존할 겁니다. 4차 산업혁명을 리드하고 있는 소수의 조직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평생을 한 기업과 함께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가 체인지온 컨퍼런스에서 강연하고 있다. /다음세대재단제공

“우리는 계속 주체(Subject)일 수 있을까”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캐나다의 두 과학자가 히치하이킹을 하는 인공지능로봇 ‘히치봇(Hitchbot)’을 만들었습니다. 2014년, 집을 나선 히치봇은 운전자에게 말을 걸고, 발광다이오드로 감정을 표현하며 차를 얻어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캐나다 횡단에 성공했죠.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신뢰를 보여준 겁니다. 이 히치봇 실험이 지난해 여름 미국에서 같은 방법으로 진행됐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요? 2주 만에 히치봇은 처참히 부서진 채 발견됐습니다. .

우리가 인공지능을 ‘주체’로 생각할 수 있을까요? 동물을 인간과 같은 주체로 보는 ‘생태주의 운동’은 종종 윤리적 질문(지구상에 하나 남은 호랑이와 나의 딸 중 하나만 살릴 수 있다면?) 앞에 무력해집니다. 아무리 사람과 닮은 인공지능라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로봇이 외로운 사람을 위로하고, 노인과 어린이의 보호하더라도 인간과 같은 주체로 생각하기란 쉽지 않겠죠.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에게 닥친 진짜 도전은 ‘인간의 주체성 유지’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할 때 예상되는 몇 가지 위험한 시나리오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자율주행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 때 인공지능이 운전자에게 말합니다. ‘나에게 운전대를 맡기면 당신과 동승자 둘 중 한 명은 살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이 제안에 자율주행 대신 ‘직접운전’을 선택을 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을 조금 다르게 바꿔봤습니다. ‘나에게 운전대를 맡기면 당신과 동승자 둘 중 한 명만 죽습니다’ 이 제안을 받은 사람의 상당수가 직접 운전대를 잡는 대신 ‘자율주행’을 선택했죠. 둘 중 하나는 산다, 둘 중 하나는 죽는다. 같은 뜻이지만 AI가 던진 질문의 프레임에 따라 사람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이 상황에 대해 ‘주체적’인 결정을 내린 걸까요?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할 시기가 오면 문제는 더 커질 겁니다. 자율주행 시스템에 따라 교통경찰, 신호체계를 비롯해 관련 행정부처의 구조도 바뀌겠지요. 기술이 제도와 정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지경에 이르는 것입니다. 그동안 민주주의에 입각해 투표로 세상을 결정하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 결정권 자체가 자꾸 기술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4차 산업 지원을 위해 법과 행정체계를 적극 개편하고 있으니 싱가포르에 투자하라’는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모든 교통체계를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에 맞춰 혁신하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반면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인터넷 망을 가장 잘 통제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높은 복잡성을 가진 산업 영역에서 생존하는 방법은 ‘독점’이기 때문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IBM….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이 극소수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자리를 기계가 대체할 때, 우리가 잃는 것은 일자리뿐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공동체와 사회를 결정할 권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는 계속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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