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왜 지금은 협력이 중요한가

픽사베이_출처안밝혀도됨_친환경에너지_그린에너지_SDGs_지속가능성_2016지난주 한 사회혁신 관련 포럼에서 발표를 했는데, 청중이 질문했다.

“왜 예전과 달리 지금은 협력과 파트너십이 중요한가.”

그에 대한 답으로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관한 예를 들었다. 1996년 6월 5일자 각 언론사 사회면 톱에는 ‘정부 산아제한 정책 35년 만에 폐지’라는 기사가 실렸다. 1960년 6명이던 출산율이 35년 만에 1.75명으로 떨어져 정책목표가 달성됐다는 것이다. ‘딸아들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와 같은 각종 선전구호가 말해주듯이, 당시 정부는 ‘공무원 3자녀 불이익’과 같은 강력한 정책까지 밀어붙였다. 지금은 어떨까. 지난 10년간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위해 무려 150조원의 정책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1.2명으로 더 떨어졌다. 앞으로 2020년까지 198조원을 더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정부 힘만으로 해결될까?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기업문화, 청년실업 해소,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 해결 등 각종 실타래가 함께 풀려야 하는데, 이는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저출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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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일찌감치 ‘정부 주도’가 아닌, ‘파트너십의 힘으로’라는 기조가 뚜렷하다. 영국은 캐머런 전 총리시절 이후 아예 ‘빅 소사이어티(Big Society)’를 표방하고 있다. 정부가 시민사회가 함께 나라를 끌고 가겠다는 협치와 ‘빅 거버넌스(Governance)’를 주장한다. 영국은 비영리단체 17만개, 사회적기업 19만5000개까지 합치면 제3섹터에 고용된 직원 수가 2382만명으로, 영국 국민의 절반(3100만명)이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한다. 제3섹터 전체 자산규모만 해도 318조원이다. 자선단체·사회적기업·기업의 사회공헌·공익재단·자원봉사단체 등을 통합 지원하는 ‘제3섹터청(이하 OCS·The Office of Civil Society)’까지 있다.

미국 또한 시민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비영리단체 수는 160만개가 넘고, 기부금 총액은 335조로 우리나라 한해 예산과 맞먹는다. 비영리 부문은 영리 못지않게 경쟁도 치열하고 혁신도 거듭된다.

낙후된 지역을 재생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있다고 하자. 영국에선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 이 사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는다. 시민사회섹터와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이 주체가 되어 사업을 한다. 런던시 외곽에 위치한 타워햄릿(Towerhamlets) 자치구도 그 사례 중 하나다. 인구 28만4000명, 75% 이상이 다인종인 런던의 최고 낙후지역이다. 그런데 이곳에 통합형 도서관 ‘아이디어 스토어(Idea Store)’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는 영국 웨스터민스터사원이나 빅벤과 같은 유명 관광지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다. 그 비결은 바로 ‘주민참여형 모델’이다. 2013년부터 9개월간 모든 가구를 상대로 한 설문과 심충인터뷰(FGI) 끝에 주민이 원하는 도서관 모형이 만들어졌다.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도서관 12곳을 허물고, 대신 직업 훈련과 보건교육, 심리상담 등 통합서비스가 이뤄지는 도서관 5곳으로 재탄생시켰다. 민관협력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때, 이런 변화가 얼마든지 가능함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시민사회섹터가 기업과 만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 유나이티드웨이(United Way)는 미국 최대의 비영리단체인데, 모금액만 5조원이 넘는다. 역사가 130년을 향해가고 있고, 기부자 숫자는 1100만명, 자원봉사자 수는 300만명이다. 유나이티드웨이 기부금의 85%가 파트너 기업의 종업원들이 내는 페이롤기빙(payroll giving, 직장인들이 급여의 일부를 내는 기부)인데,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월마트, P&G, UPS 등 대다수 기업이 참여한다. 이들의 협업은 어떤 임팩트를 낼까. 유나이티드웨이는 10년 연구 끝에 삶의 질을 개선하는 기초가 되는 교육(Education)·소득(Income)·건강(Health) 분야를 핵심 어젠다로 정했다. 그 중 교육분야 목표(‘고교 중퇴 방지’)를 보니, 1998년 71%였던 고교 졸업률은 2010년 78%까지 높아졌고, 2018년에는 87%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어찌 보면 정부가 할 일인데, 기업의 후원을 받은 전문성 있는 비영리단체가 앞장서고 있었다.

유나이티드웨이_사진_NGO_리브유나이티드캠페인_2014

국내에서도 최근 ‘사회혁신’ ‘임팩트’ ‘협력과 파트너십’ ‘지속가능성’과 같은 이슈들이 몇 년 째 지속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방식도 바뀌고 있다. 최근 구글에서 실시한 ‘임팩트챌린지’와 삼성-공동모금회의 ‘나눔과 꿈’ 등의 공모전 방식이 등장한 것도 결국 ‘사회변화’와 ‘임팩트’를 보겠다는 것이다. 구글 임팩트챌린지에서 5억원의 지원금과 멘토링 기회를 얻은 비영리단체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직원수 5명 미만의 신생 비영리단체다. IT기술을 이용하거나, 문제해결방식을 거꾸로 뒤집어보거나, 한 분야를 오랫동안 파고드는 등 전문성과 기술, 혁신 등이 그 비결이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와 같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맞이하게 될 미래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당장 무인자동차와 공유차량 ‘우버’와 같은 서비스로 인해 택시기사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플랫폼을 가진 1% 슈퍼파워그룹과 실직과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99%그룹이 만들어진다면? 사회문제의 패러다임이 바뀐 이상, 해결방식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을 쓴 세계적인 석학인 기소르망은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비영리 단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정신’이야말로 해답을 제공할 수 있다. 새롭게 도전하지 않으면 죽은 비영리단체나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시민사회를 둘러싼 지형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SNS를 통한 시민운동,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을 통한 문제해결,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한 모금과 임팩트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해결 플레이어(player)들이 점점 다양해지고 새로워지고 있다. YWCA를 포함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시민사회단체에겐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문제해결의 전문성을 지니고, 그 임팩트를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보여줌으로써, 팬층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기업과 함께 파트너십이 가능하도록, 시민사회의 전문성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맏언니 역할도 꼭 필요하다.

*이 글은 2016년 10월호 <한국YWCA>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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