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사회공헌 전문가로 제2의 인생, 아이들 위한 ‘人性 교육’ 하고파

‘홀로하팩토리’ 송경애 공동대표
연 3300억원 매출… 기업 출장 전문 회사 ‘BT&I’ 창업주 출신
기업·NGO 사회공헌 기획·컨설팅, 수익금으로 자살 예방 캠페인

기업 경영 30년차 CEO가 돌연 소셜벤처 공동대표가 됐다. 정장 대신 청바지를 입고, 고급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탄다. ‘돈과 명예가 아닌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신념 때문이다. 25세에 자본금 250만원으로 여행사를 차려 지난해 항공권 판매 매출액만 3300억원의 국내 대표 기업 출장·마이스(MICE: 기업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회사로 성장시킨 여성 창업 신화의 대표 주자, 송경애(55) BT&I 창업주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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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행복교육박람회’에서 송경애 ‘홀로하팩토리’ 대표는 함께 운영하는 NGO ‘홀로하’의 활동들을 소개하기 위해 참석했다. / 홀로하 제공

지난 18일 서울 역삼동 청년창업센터 ‘마루180’에서 만난 송경애 대표는 개인 사무실도, 책상도 없었다. 청년 창업가들과 함께 사용하는 테이블 하나가 전부였다. 검은 가죽 재킷 차림의 그녀는 직접 커피를 내려주며 “오랜만에 가슴이 떨린다”고 했다. 30년 전 창업할 당시로 돌아간 느낌이란다. 그러나 난이도는 훨씬 높아졌다. 단순히 돈만 버는 벤처가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 단체에 수익금을 기부하는 소셜벤처이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무급 CEO로 자신의 재능을 100% 기부할 뿐이다. 국내 최초 전문 사회공헌 MICE 회사 대표로 인생 2막을 시작한 그녀에게 계기를 물었다.

“기부가 출발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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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와 사회공헌 전문가로 제2의 인생을 연 송경애 대표.는 “매일이 가슴 뛴다”고 연신 밝은 웃음을 보였다./홀로하 제공.

송 대표에겐 꼬리표처럼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그녀는 졸업식, 성년식, 생일 등 특별한 날마다 기부해 ‘날마다 기부하는 여자’로 불린다. 예를 들어 2010년 자신의 생일인 2월 14일에 2010만214원을 기부하는 식이다. 2011년엔 여성 CEO 최초로 1억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고, 그해 포브스에서 선정한 아시아 기부 영웅 48명에 이름을 올렸다.

“예전에 소년소녀 가장인 아동들과 함께 홍콩에 간 적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최고의 여행을 선물하고 싶어 자비도 보태고 열심히 준비했죠. 그런데 아이들이 고마움이라든가 배려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았어요. 차라리 그때 개도국의 어려운 아이들을 도우러 갔더라면 더 좋았겠다며 반성을 했죠. 그때 깨달았어요. 남을 돕는 것도 정말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한 일이란 것을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故) 김석산 회장과 북한에 다녀온 인연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사가 된 그녀는 본격적으로 비영리 단체에 발을 디뎠다. 생일 등 즐거운 날 기부하자는 ‘기쁜 기부 캠페인’을 기획했고, 국내 여성 CEO들과 에이즈 퇴치운동을 위해 1억원가량의 모금 활동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몇몇 기업과 NGO들이 사회공헌 행사 기획 및 활동에 대해 조언을 부탁하기도 했다.

‘홀로하팩토리’와 자살 예방 활동에 주력하는 NGO ‘홀로하’를 설립한 임민택 대표와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됐다. 홀로하팩토리는 지난해 설립된 국내 최초 사회공헌 MICE 회사다. 쉽게 말해 기업, NGO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컨설팅·진행·홍보하는 곳이다. 사회공헌 시장은 커졌지만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송 대표는 임 대표의 숨은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며 홀로하팩토리와 홀로하 운영을 도왔다. 그러면서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한다.

 “사실 회사 대표직을 내려놓으며 주위의 오해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30년간 매일 14시간 이상 일하며 건강에 적신호가 왔고, ‘더는 안 되겠다’ 싶어 회사 직함만 남긴 채 업무를 후배들에게 물려준 상태였어요. 그런데 블로그 등에 ‘회사를 그만두니 무슨 일이 있나보다’ ‘뭔가 잘못됐나보다’ 등 개인 신상에 대한 험담들이 돌았습니다.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말이 이해가 됐죠. 공교롭게도 당시 주변 지인들의 자살 소식들을 많이 접했어요. ‘내 기준만 앞세워 개개인의 힘든 상황을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한 게 아닌가’ 자책도 들었고, ‘단 한사람의 생명이라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홀로하가 자살 예방을 위한 문화 공헌과 교육을 하는 NGO인만큼 이곳을 위해 남은 인생을 헌신하겠단 결심을 했죠.”

소셜벤처나 비영리 단체 운영은 처음이지만 자신은 있다. 송 대표는 30년간 VIP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는 물론 다양한 공익 활동들을 이끌었다. 여기에 자살 예방이라는 미션까지 더해졌다. 그녀는 “홀로하팩토리와 홀로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의 정확한 ‘교집합’같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활동을 이벤트 업체가 맡아 ‘보여주기식’ 행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회공헌의 취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감동 포인트를 선사하는 회사로 키워나갈 거예요. 물론 아직은 임 대표와 제가 구성원 전부지만요(웃음).”

기부자로 시작해 비영리 단체와 소셜벤처 대표로서 새 출발하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각오를 물었다.

“아이들을 위한 인성 교육을 꼭 하고 싶어요. 사람을 살리는 일에 관심이 생기자 더 나은 세상이 되려면 아이들이 바뀌어야한다는 생각이 더 들더라고요. 나도, 너도, 우리도 똑같이 소중한 사람들이란 걸 알려주고 싶어요. 두렵냐고요? 전혀요(웃음). 내가 무언가 얻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나누면서 채워질 거라 생각해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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