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①누가, 왜 기부를 했을까?… 기빙코리아 2016 분석

기빙코리아 ‘기부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로 분석해보니

지난 한 해, 어떤 이들이 기부했을까. 이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기부 확대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기빙코리아 2016’ 결과가 나왔다. 기빙코리아가 시작된 지는 올해로 16년째. 짝수 해에는 개인 기부를, 홀수 해에는 기업 기부를 조사해왔다. 올해는 설문 방식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기존 1000명이던 표본도 2500명으로 늘리고, 모금 실무자 207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도 진행했다. ‘기부자가 바라보는 모금’과 ‘모금가가 바라보는 기부’ 간의 간극을 찾아보고자 하는 첫 번째 시도다. 기빙코리아 데이터와 노연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송헌재(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의 2차 분석을 통해, 비영리단체가 짚어봐야 할 ’10가지 핵심 이슈’를 뽑았다.

Getty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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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있어야 나눈다? 나눌수록 나눈다

소득이 높을수록,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기부액이 증가했다. 응답자 2500명 중 지난 한 해 기부했던 1140명(45.6%)을 대상으로 연령·성별·교육 수준·소득수준 등의 사회경제적 요인과 함께 분석한 결과다. 다만 나이와 기부 액수, 기부 참여는 반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나이가 어릴수록 기부 액수는 작지만, 기부 동참 비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꼭 ‘있어야’ 나누는 건 아니었다. 1인당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가구별 소득구간을 1분위(최저생계비 이하), 2분위(차상위계층)부터 8분위까지 나눠보니,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에 해당된다고 분류된 27명의 기부자는 평균 12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분석됐다. 총 소득 대비 기부액으로 환산하면 30%에 달한다. 고액기부자 수치를 포함한 8분위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2. “불쌍해서 도울 듯” vs “개인 만족·사회적 책무”

사람들은 왜 기부할까. 기부의 동기를 두고 모금 실무자와 일반 시민 간에 ‘온도 차’가 있었다. 기부자들의 경우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30%)’ 기부한다는 이들의 비율이 ‘남을 돕는 것이 행복해서(29.6%)’ ‘시민으로서의 책무(29.3%)’와 비교해 크게 차이가 없었다. 다양한 동기로 기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모금 실무자들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할 것 같다는 응답(41%)이 가장 높았다. ‘남을 돕는 것이 행복해서(25.6%)’ ‘시민으로서의 책무(23.2%)’ 응답은 낮았다. 2011년과 2013년에 발표된 ‘기빙코리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책임감’으로 기부를 한다는 이들의 비율은 ‘동정심’으로 기부한다는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이 증가했다. 기부자들의 인식 변화를 모금 실무자가 민감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외부적 요인'(사회적 책임감·세제혜택 등)으로 기부하는 이들은 내적 동기(동정심·자기만족)에 의한 기부자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을 냈다. 기부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환경 변화, 모금 교육 등이 기부 저변을 넓힐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3. ‘투명성·신뢰’ 소통하는 게 중요

기부자들은 기부처를 어떻게 선택할까. 기부자와 모금 실무자 모두 ‘단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단체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다만 기부자들은 ‘투명성과 신뢰성(51%)’ ‘기부단체의 활동 분야나 수혜자에 대한 관심(27.1%)’이 주요 선택 이유이고 ‘기부단체의 인지도(8.2%)’는 그리 높지 않았다. 반면, 모금 실무자들은 ‘투명성과 신뢰성(35.7%)’ ‘기부단체의 인지도(29%)’를 주요 요소로 예측했다. ‘수혜 대상에 대한 관심’ 즉 비영리조직의 활동에 대한 관심으로 단체를 선택했다고 응답한 이들이 가장 많은 액수를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단체의 인지도를 높이거나 지인을 통해 기부를 권유하는 것보다는 미션을 중심으로 활동을 꾸려나가며, 그 과정에서 투명성과 신뢰도를 소통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4. “기부 방법을 모르는 듯” vs “여력 없다”

기부를 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지난해 기부를 하지 않은 1360명(54.4%)의 비기부자 중 대다수는 ‘기부할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54.8%)’ 기부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기부단체를 신뢰할 수 없어서(18.2%)’를 선택한 이들이 둘째로 많았다. 그에 비해, 모금 실무자들은 ‘기부에 관심이 없어서(38.6%)’ ‘기부단체나 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20.3%)’ 같은 이유로 기부하지 않는 것 같다고 응답했다. 비(非)기부자 중 ‘기부단체나 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기부하지 못했다는 이들은 9.4%에 불과해, 비기부자와 이들을 바라보는 모금 실무자의 시선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언젠가 기부를 할 의향이 있을까. ‘신뢰할 수 없다’ ‘기부 정보가 없다’고 응답한 이들 중 ‘이후 기부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각각 21.8%, 36.7%에 달했다. 그러나 ‘경제적 여력이 없다’거나 ‘기부에 관심이 없다’는 이들은 이후 기부를 하겠다는 의향도 9.7%, 17.4%로 전자에 비해 낮았다.

5. 기부금 세제 혜택, 홍보 필요해

기부금 세제 혜택은 기부 문화에 도움이 될까. 답은 ‘그렇다’이다. 기부자의 경우 77.4%가 세제 혜택을 알고 있었지만, 비기부자의 경우 53.2%만이 세제 혜택을 알고 있었다. 더불어 세제 혜택을 인지하는 기부자의 기부총액은 평균 ‘66.5만원’으로 인지하지 못한 기부자의 기부총액인 ‘21.2만원’에 비해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제 혜택이 확대되고 인지도가 높아질 경우 기부금액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누가, 왜 기부를 했을까?… 기빙코리아 2016 분석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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