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2박3일간 심리치료·댄스 테라피… “이제 조금 숨통 트인 느낌”

굿네이버스 상담원 소진예방 프로그램
상담원 71%가 2년 미만 근무… 트라우마 치료 지원 필요

“가끔 동네를 걷다가 두려울 때가 있어요. ‘너 죽이겠다’ ‘퇴근길 조심하라’는 말은 수없이 들어요. 학대하는 아이 떼놓았다고 사무실로 쫓아와서 행패 부리는 분도 한둘이 아니고요. 괜찮다가도 문득 불안하죠. 그만두는 직원들이 많은데, 안타까워도 막지를 못해요. 저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고요.”(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A)

“업무량도, 정신적 스트레스도 갈수록 너무 심해요. 10시, 11시쯤 퇴근하면 ‘오늘 좀 빨리 퇴근했네’ 해요. 보통 새벽 2~3시까지 아동학대 신고 현장 출동하고, 학대아동 상황 보고서 기술하다 보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요.”(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B)

학대아동 보호의 최전선,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의 호소다.

2016년 6월 발간된 ‘지역 아동보호 전문기관 업무량 분석’에 따르면, 2년 미만 근무한 상담원이 전체 상담원의 71%에 달한다. 상담원들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금세 지쳐 떠나는 것이다. 김선희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동학대 사건을 계속 접하는 사회복지사나 전문가가 적시에 심리정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학대 피해자와 비슷한 괴로움에 시달리는 등 심리적인 외상을 입는다”며 “미국 등 해외에서는 사회복지사의 소진을 예방하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상담을 중시하는데,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굿네이버스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을 대상으로 2박3일간 소진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굿네이버스
지난 7월, 굿네이버스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을 대상으로 2박3일간 소진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굿네이버스

이에 지난해 굿네이버스에서는 상담원 소진예방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김지연 굿네이버스 복지사업부장은 “상담원들은 줄줄이 현장을 떠나는데 법인 차원에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작년부터 기획해 두 차례 소진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했다”며 “아동보호 전문기관 총 근무 경력 5년 이상 된 이들 중에서 2년 연속 근무한 61명을 대상으로 2박3일간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했다. 2박3일에 걸쳐 스스로의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짜였다. 심리치료를 활용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도록 돕는 것.

소진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상담원들은 “숨통이나마 트인 느낌”이라는 반응이다. 올해로 7년 8개월째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한 정선우(가명·29) 상담원은 “2박3일간 댄스 테라피, 숲 트레킹, 감정경영 기술 프로그램 등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일에서 분리돼 나를 돌아보고 감정을 살피는 시간을 갖는 게 마음을 추스르는 데 힘이 됐다”며 “이 일을 하면서 고비는 계속 있었지만, 다시 동기를 부여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5년 6개월째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는 이근우(가명·30) 상담원은 “아동학대라는 게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일이라 늘 휴대폰을 붙잡고 살아야 하는데, 법인 차원에서 이 기간은 아예 전화를 하지 말고 쉬도록 공식적으로 배려해주셔서 감사하면서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참가했다”며 “짧은 시간이나마 쉼을 가지니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는데, 굿네이버스 외에 다른 법인에서 일하는 상담원들에겐 기회가 없다는 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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