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책 읽기도 공부도 마음껏 할 수 있어요”

하트하트재단, 독서확대기 지원

저시력 장애인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학습과 독서다. 개인의 눈 상태에 따라 일상생활은 크게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사람들조차도 글씨를 읽는 것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저시력 아동들의 경우 어느 정도 시력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원활히 받지 못하면 안마사나 침술가 같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진로를 선택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2살 때부터 안경을 꼈던 박성희(20)씨에게도 학습과 독서는 ‘하고 싶지만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선천적 미숙아 망막증으로 2급 시각장애인인 박씨는 어릴 때부터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어깨가 부딪힐 정도가 되어야 간신히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시력이었지만 칠판 글씨를 망원경으로 보면서 공부하고, 돋보기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가 있지만 시력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저시력인들은 점자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잘 활용하지도 않는다. 박씨는 “책을 워낙 좋아해서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며칠이 걸리더라도 코를 박고 읽었다”며 웃었다.

학업에 대한 열의를 잃지 않았던 박씨는 올해 이화여대 특수교육과에 진학했다. 중학교 때부터 꿈이었던 맹학교 특수교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박씨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은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 고3 때 사회복지법인 하트하트재단에서 독서확대기를 지원받은 덕이 크다고 했다.

“고3 때는 공부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지는데, 독서확대기로 보면 글씨가 커져서 눈이 덜 피로하더라고요. 도움이 많이 됐어요. 돋보기로 책을 읽으면 한 번에 한두 글자씩밖에 못 읽는 데다 글씨가 휘어져서 보기 힘들거든요”

지난해 하트하트재단을 통해 독서확대기를 지원받은 또다른 저시력 아동 호현(14)이의 어머니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호현이의 어머니는 “독서확대기가 100만원이 넘는 고가라 구입할 엄두를 못내 예전에는 한국실명예방재단에 가서 매번 빌려 쓰고 가져다줬다”며 “독서확대기를 지원받고 나니 한결 편하고, 중학교에 들어간 호현이도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하트하트재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시력 아동에게 독서확대기를 지원한다. 전국 초·중·고에 재학 중인 만 18세 미만의 아동 110명에게 휴대용 독서확대기 100대와 탁상용 독서확대기 10대를 지원한다. 하트하트재단 김진아 부장은 “일상생활이 어렵지만 지원을 받기도 어려웠던 저시력 아동들이 많이 신청해서 독서확대기를 활용해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하트하트재단에서 독서확대기를 지원받고 싶으신 분들은 홈페이지(www.heart-heart.org)나 전화(02-430-2000)로 문의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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