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작지만 강한, 强小 NPO]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여울돌

[작지만 강한강소(强小) NPO]⋅⋅⋅희망을 만들어가는 여울돌 

Image courtesy of Nutdanai Apikhomboonwaroot at FreeDigitalPhotos.net
Image courtesy of Nutdanai Apikhomboonwaroot at FreeDigitalPhotos.net

2014년 11월, 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가 향한 곳은 엄마의 품이 아니었다. 링거와 바늘, 온갖 기계를 몸에 단 채 아이는 중환자실로 향했다. ‘심실중격손을 동반한 폐동맥 폐쇄증’. 아이의 병명이었다. 심장에서 폐로 전달되는 통로가 막혀있다고 했다. 엄마의 뱃속에서 심장이 고장 난 아이, ‘다온이’. 엎친 데 덮친 격, 출생 직후 이뤄진 정밀 검사에서 다온이는 ‘밀리디커신드롬(염색체 돌연변이로 인한 선천성 기형)’이란 생소한 진단까지 받았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위급한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다온이에게 희망이 찾아왔다. 다온이를 향한 수많은 이들이⋅도움이 손길을 내민 것. 11일만에 990만원이 모금됐다. 무려 1654명의 기부자들이 참여한 것. 다온이는 호흡과 음식의 섭취는 돕는 수술을 받았고, 꾸준한 재활치료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똑바로 눕는 것조차 어려웠던 다온이에겐 장애인용 특수 유모차와 보장구도 생겼다. 희망조차 없어 보였던 다온군에게 찾아온 작은 변화, 그 뒤에는 사단법인 ‘여울돌’이 있었다. 

◇ 14 30 후원⋅⋅⋅희귀질환 아동 후원단체 여울돌

여울돌 제공
여울돌 제공

여울돌은 희귀난치성 질환 아동을 후원하는 단체다. 2002년12월 5일 설립 이후 총 30여명의 아동들이 여울돌과 인연을 맺었고, 2016년 현재 20명(해외 환아 1명 포함)의 아동들이 여울돌의 후원을 받고 있다. 박봉진 여울돌 대표는 단체명 ‘여울돌’의 뜻을 “여울을 건널 수 있게 도와주는 돌”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희귀질환 어린이들과 후원자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울돌의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7살때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 장면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선천성 면역 결핍증에 걸린 소녀 ‘원경이’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울린 것. 박 대표는 원경이를 돕기 위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희귀 난치병 환아 모금을 위한 거리 공연도 진행했다. 7개월만에 원경이를 응원하는 회원은 8만명을 돌파했다. 그 해 12월 5일, 박 대표는 더 많은 희귀질환 아동을 돕기 위해 여울돌 사이트를 오픈했다. 처음엔 콘서트와 출판 등 문화행사를 기획, 환아 지원금을 마련했다. 희귀질환 아동과 가족의 사연을 담은 도서 ‘엄마, 아파서 미안해!’를 발간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2003년 4명의 아동을 후원한 이래 매년 2~3명의 환아를 추가 지원해왔다.

“2006년엔 환아의 아버지와 단둘이 국토대장정1,500km에 도전했습니다. 당시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의료 보험 특례법이 존재하지 않았거든요.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전국을 돌며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해 알리고, 제도 개선을 위한 서명을 받았습니다. 이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죠.”

박 대표의 노력은 2009년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특례법 제정이란 결과를 낳았다. 현재 희귀질환 특례코드는 151종으로 늘었다.

수혜자의 수보다는 지속적인 지원에 중점

사단법인 여울돌 박봉진 대표
사단법인 여울돌 박봉진 대표

여울돌의 아동 후원은 공개 사연 접수를 통해 시작된다. 연령, 특례코드 등 후원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직접 해당 가정을 방문한다. 아이의 건강상태와 부모를 만나 직접 사연을 듣는 것. 박 대표는 “보호자의 소득은 보지 않는다”고 했다. 희귀질환은 치료제가 없는 병이라 완쾌되기까지 필요한 병원비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여울돌은 다수의 아이를 위한 일회성 후원보다는, 소수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후원을 택했다. 실제로 여울돌의 도움으로 골수 이식 수술을 받은 한 환아가 완치돼 대학에 입학한 사례도 있다.

“여울돌은 한 번 후원을 시작한 아동은 만 18세가 될 때까지 꾸준히 지원합니다. 희귀병을 앓는 가족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버티는 것’이에요. 환아들은 각종 합병증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합니다. 특히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위급한 상황에 자주 놓이게 돼요.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없으면 제때 수술과 치료를 받기 어렵습니다. 여울돌이 수혜자의 수보다 지속적인 도움에 중점을 두는 이유죠.”

여울돌은 환아 가정의 소통 창구 역할도 한다. 1년에 한 번씩 환아 가족들과 문화 콘서트, 바자회, 가족캠프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 환아 가족들은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모금에도 앞장선다. 도움이 필요한 환아 가정이 나타나면 TV 프로그램,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모금 창구를 활용해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것.  

“환아 가족분들은 사람과의 소통을 꺼리십니다. 아이의 건강 문제를 부모 탓으로 돌리는 일부의 편견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는 후원자가 아니라 가족으로 다가갑니다.”

여울돌은 모금된 금액 100%를 환아 가정에 전달한다. 기부금 전부를 수혜자에게 전달하다보니, 사단법인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건 사실이다. 박 대표는 “전담인력을 둘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 현재 여울돌의 모든 운영진들은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서 “되도록 아이들을 돕고자 하는 후원자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드리고 싶다”는 신념을 전했다.

“저희 같은 기관 하나쯤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기관이 안정되고 후원자들이 많아지면 더 많은 아이들을 돕고 싶습니다. 희귀난치병 환아들과 여울돌, 함께 응원해주세요(웃음).”

이기욱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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