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목)

도시의 지속가능성? 이상적인 큰 그림 가지고 접근해야

건축가 김석철 교수 인터뷰
도시·농촌의 효과적 융합이 우선 지역단위 문화시설 확충 필요해… 억지 개발보다 좋은 기획부터…

고대권기자_사진_도시_김석철교수_20112011년 현재 한국의 도시화율은 90%를 넘는다. 전체 인구 중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의 비율이 90%를 넘는다는 뜻이다. 1960년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도시화’라는 개념을 떠올려야 한다. 농촌과 지방에 거주하던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면서 1차 산업이 2·3차 산업으로 대체되었다.

기자는 ‘도시화’라는 화두를 통해 한국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해보기 위해 김석철(67) 교수를 만났다. 김수근과 김중업에게 사사하고, 29살이 되던 해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작성했고, 39살이 되던 해 예술의 전당 국제 현상에 당선되는 등 15차례에 걸쳐 국내외의 도시 설계에 참여했던 그라면 적절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지난 19일, 가회동에 있는 사무실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에서 그를 만났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일까?

“요즘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에너지 절감이나 환경 정화 같은 것들을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다음 세대도 우리가 가진 가능성을 다 가지고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소박한 바람 정도로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에너지를 절감하고 대기를 정화하는 것은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오히려 이상적인 도시가 무엇인가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이것에 접근해가는 것이 지속발전이 가능한 도시가 아닐까.”

―이상적인 도시란 무엇인가?

“서울이 인구 천만 명을 유지하면서 전기자동차를 운행한다고 해서 발전한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툴루즈는 인구 50만명 정도의 도시다. 그런데 이 도시가 시애틀과 함께 세계 항공업을 양분하고 있다. 툴루즈 주위의 가론 강과 미디운하 주변에 인구 2만명, 3만명, 1만5000명 정도의 군소도시들이 모여 있고 이러한 중소도시와 농촌의 클러스터가 경쟁력을 갖는다. 이 클러스터는 대도시와 경쟁하면서도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고 있다. 도시와 농촌이 효과적으로 융합하는 형태가 미래의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것이다. 우리도 먹을거리의 위협을 받고 있지 않은가.”

―중소규모의 도시가 장점이 있을까?

“미래는 소프트파워의 시대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운다. 역사를 보면 천재는 한꺼번에 무리지어 나타난다. 몽마르트르 언덕을 중심으로 후기 인상파의 천재 화가들이 한꺼번에 같이 활동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농촌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떨어져 살고 대도시에서는 서로 단절된다.”

―사실상 국토 개발 전략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겠다.

“소수 도시가 과도하게 팽창하면서 지가도 과도하게 상승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이 결합한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어 이들이 농촌과 연계되어 한반도 안에 잘 분포되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소도시들의 연합은 소프트 인더스트리를 살리고 대도시는 국제화, 대량산업, 대량고용의 기능을 담당하게 될 거다. 한반도가 역사상 가장 경쟁력이 있었던 것은 삼국시대다. 고구려·신라·백제가 서로 경쟁하며 내실을 다졌다. 균형발전을 위한 억지 토목 공사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좋은 기획이 없을 때는 좋은 기획을 만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국토와 국부의 분배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는 플랜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은 도시와 농촌,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의 격차가 너무 크다.

“지역이 살아나려면 도시에 못지않은 교육과 공공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우수한 교사들이 지방 곳곳에 좋은 교육을 해야 하고, 지방의 국립대학이 육성되어야 한다. 지역 단위의 문화시설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사랑할 수 있는 공간, 함께 문화활동이 가능한 시설 말이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런 게 문화 인프라다. 이게 있어야 도시 못지않은 창의력과 생산력이 생긴다.”

―도시 내부에도 많은 격차가 존재한다.

“기적적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가 역사적으로 6개 정도 있다. 스페인·네덜란드·영국·미국·독일·일본. 그런데 이런 나라보다 한국이 더 빠르게 성장했다. 우리의 문제는 국부가 커지면서 빈부격차도 커진 데 있다. 국민 간의 소득격차는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혁명적인 변화가 없으면 혁명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강제 분배나 국부를 더 키우겠다는 얘기보다는 다음 단계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서울은 어떤가?

“나는 서울을 보면 아프다. 강남과 강북, 중심과 변두리의 차이가 너무 크다. 뉴타운 이런 게 대안이 될 수 없었다. 결국은 원주민을 내쫓고 조금 더 부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아파트를 짓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가장 급한 문제는 변두리에 있다. 광화문광장 같은 일을 할 때는 아니다. 광화문광장은 서울의 사대문 안에 제대로 된 국가의 상징 가로를 만든다는 큰 취지 아래에서 시행될 때 의미가 있을 거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도시와 국토라는 문제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지방의 일꾼들을 위한 도시경영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의 석학들을 초빙해 극장식 강연을 해보면 어떨까 한다. 인터넷 강의와 병행하면 가능할 거다. 또 서남해안 쪽에서 섬진강과 영산강을 운하로 연결하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섬진강·영산강·다도해가 연결되는 거대한 섬이 되니 말이다. 지금의 4대강 사업과는 다른 사업이다. 4대강 사업에도 진정한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전문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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