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화)

“소원 이룰 때, 그 찰나의 행복… 풍경 사진? 비교도 안 돼요”

인천국제공항공사, 특별한 사내 봉사활동

지난 10일 오전 8시, 인천국제공항공사 건물 5층 중회의실은 이른 시간부터 시끌시끌했다. 직원 서넛은 풍선을 불고, 한쪽에서는 기타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들은 모두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이하 메이크어위시재단)(Make a Wish Foundation)과 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이뤄주고 있는 사내 봉사단 ‘위시팸’. 분주하게 움직인 덕분에 업무 시작 전 삭막하던 회의실은 근사한 파티장이 됐다.

점심시간, 부모님과 위시팸 아저씨들을 만나러 온 줄만 알았던 윤주(가명·15)양은 회의실에 들어서자 어리둥절해했다. 잠시 후, 직원들이 건넨 선물 상자를 열어보고 환하게 웃었다. 소원이었던 노트북이었다. 오전 내내 긴장하던 위시팸 회원들은 윤주양과 식구들의 웃음을 보고서야 표정이 밝아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진 동아리 ‘에어뽀또’가 사내 메이크어위시재단 봉사모임 ‘위시팸’의 활동을 촬영한 사진. /한국메이크어위시 제공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진 동아리 ‘에어뽀또’가 사내 메이크어위시재단 봉사모임 ‘위시팸’의 활동을 촬영한 사진. /한국메이크어위시 제공

◇팀 구성부터 실행까지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사내 봉사단 ‘위시팸’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은 자율적으로 팀을 꾸려 메이크어위시재단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내 재단 봉사단인 위시팸만 총 6개로, 직원 30여명이 활동 중이다. 홍기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회공헌팀 담당자는 “단순히 회사가 재단에 기금만 후원하는 경우와 직원들 스스로 봉사에 참여하는 경우를 비교해보면, 사내 ‘나눔 문화’의 깊이와 지속성이 차이가 난다”며 “이 때문에 지난해 재단 후원과 봉사단 구성을 동시에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팀을 이루고, 환아들의 소원 성취를 위해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스스로 만들어가니 자원 봉사 참여도 더 적극적이다. 정승욱 법무팀장이 속한 위시팸 역시 윤주양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한 달 가까이 머리를 맞댔다. 그러면서 윤주양 가족 사정도 더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정 팀장은 “윤주양 중심으로 가정환경이 돌아가다 보니, 동생이 충분한 관심을 받기 어려워 항상 소외감을 느끼더라”고 말했다. ‘어떻게 조금이라도 위로를 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정 팀장은 동생만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고, 다른 동료 회원은 마술 도구를 가져와 마술을 보여주기도 했다.

◇직원들 협업으로 연말 환아 인식 개선 사진전 개최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이 메이크어위시재단과 아이의 소원을 이뤄주는 ‘위시데이(Wish Day)’를 진행할 때면 사내 사진 동아리 ‘에어뽀또(Air Photo)’도 현장을 찾아 난치병 환아·가족·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참여한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사진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다.

이날 역시 에어뽀또 회원인 김정애 자산정보팀 대리가 아침 일찍부터 위시팸이 위시데이를 준비하는 모습부터 윤주양과 가족이 마지막으로 웃는 모습까지,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참 안 웃으시네. 자, 저를 따라서 다 같이 ‘김치'(웃음).” 수줍음이 많고 말이 없던 김정애 대리는 사진기만 들면 넉살 좋게 현장 분위기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그녀는 “소원을 이루는 행복한 스토리를 사진에 담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며 “예쁜 풍경을 찍을 때는 느낄 수 없는 ‘맛'”이라고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 연말, 한 해 동안 에어뽀또가 촬영해온 아이들의 소원 성취 모습과 위시팸의 활동사진을 대중에 전시할 예정이다. 환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홍기민 사회공헌 담당자는 “밝은 모습의 환아들, 이를 위해 애쓰는 자원봉사자들의 즐거움이 담긴 사진들을 통해 아픈 아이에게 소원 성취가 얼마나 값어치 있는지 알려지고 더 많은 어른들이 활동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이 위시(My wish)사진展 보러오세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후원하고 메이크어위시재단이 개최하는 환아 인식 개선 사진전, ‘마이 위시(My Wish)’는 12월 2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위시팸’ 활동 사진과 유명 사진작가들이 재단에서 수년간 재능기부로 촬영해온 아이들의 사진도 볼 수 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등의 포스터를 촬영했던 권영호 작가, 드라마 ‘신사의 품격’ 등의 포스터 사진을 맡았던 황영철 작가, 미국 패션잡지 ‘쉬즈(She’s)’의 사진디렉터를 역임한 박경일 작가, 예능 ‘1박2일’의 사진을 전담했던 전명진 작가 등의 작품이 등장한다. 9년째 재능기부를 해온 권 작가는 “방해가 될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진을 찍어 와 아이들의 꾸밈없는 사진이 많다”고 했고, 황 작가는 “아이들의 행복한 ‘찰나’를 사진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박 작가는 불치병 아이의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가족여행을 찍은 잊지 못할 경험 등을 사진에 담았다. 전 작가는 “사진전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할 권리를 누려야 하고, 거기에 더 많은 어른들이 동참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의 :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02)3453-0318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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