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화)

“난치병 어린이 위한 나눔 영상… 상업 광고들보다 신선해요”

난치병 어린이 소원 이뤄주는 메이크어위시 재단
인천공항이 나서서 홍보 적극 도와
30초에 1000만원짜리 미디어통로 공간 기부
CJ파워캐스트는 홍보영상 무료 제작
공항 이용객 수 비례한 기부금 5억… 일반인들도 호평

화면 속 아이의 모습이 확 달라졌다. 휠체어에 앉아 치료받던 여자 아이는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고, 백혈병 환아는 비행기를 운전하는 파일럿이 됐다.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지하 1층. 입국장에 들어서자 65m 길이의 초대형 미디어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무빙워크 옆면 벽을 따라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5분 간격으로 난치병 환아들의 희망을 담은 애니메이션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지하 1층 입국장에는 65m 길이의 초대형 미디어통로가 있다. 인천공항공사와 난치병 환아의 소원을 이뤄주는 비영리기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Make a Wish Foundation)’이 만든 난치병 환아 인식 개선 홍보 영상이 지난 11일부터 한 달간 이곳 미디어통로에 상영된다. /정유진 기자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지하 1층 입국장에는 65m 길이의 초대형 미디어통로가 있다. 인천공항공사와 난치병 환아의 소원을 이뤄주는 비영리기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Make a Wish Foundation)’이 만든 난치병 환아 인식 개선 홍보 영상이 지난 11일부터 한 달간 이곳 미디어통로에 상영된다. /정유진 기자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비영리기관 ‘메이크어위시재단(Make a Wish Foundation)’의 홍보 영상이다. “미디어통로로 사람이 지나갈 때만 환아의 모습이 가수, 소방관, 파일럿 등으로 바뀝니다.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 화면이 바뀌도록 제작했거든요.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나눔이 있을 때 아이들의 소원이 이뤄진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홍기민 인천공항공사 사회공헌팀 담당자가 무빙워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에 미디어통로가 설치된 건 4년 전. 상업 광고들이 자리하던 이곳에 비영리 단체 홍보 영상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 평균 3만여명이 오가는 이곳의 월평균 광고료는 30초 기준 1000만원. 광고 단가도 높고 경쟁이 치열해 인천국제공항의 미디어통로 광고는 비영리단체들 사이에서 ‘하늘의 별 따기’로 불렸다. 그런데 지난 2월 인천공항공사는 메이크어위시재단에 공간 기부를 제안했다. 공항 이용객들이 자연스레 기부·나눔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사회공헌 파트너기관인 메이크어위시재단의 마케팅·홍보를 돕고자 한 것이다.

첫 시도인 만큼 오랜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인천공항공사 사회공헌팀은 내부 관리 부서를 설득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메이크어위시재단과 함께 광고 사업자인 CJ파워캐스트를 만나 홍보 영상 콘셉트를 논의했다.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참여가 일어났다. CJ파워캐스트는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며 무료로 영상을 제작해줬고, 인천공항공사 조직 내에서도 ‘기업의 자원인 공항 시설을 활용해 난치병 인식 개선 캠페인을 해보자’며 사회공헌 홍보에 적극 동참한 것. 이렇게 지난 7월 초 완성된 홍보 영상은 오는 8월 11일까지 한 달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설치된 미디어통로에서 실시간 재생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부터 공항 이용객 수에 비례하는 소원 성취 기금을 적립·기부하는 등 메이크어위시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해왔다. 지금까지 난치병 환아를 위한 비용으로 기부한 금액만 약 5억원에 달한다. 인천공항공사 임직원들은 30명씩 자발적으로 팀을 꾸려 난치병 환아의 소원을 이뤄주는 자원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인천공항공사 사진 동아리 ‘에어뽀또(Air Photo)’는 아이들이 소원을 이루는 ‘위시데이(Wish Day)’ 현장을 직접 찾아가 난치병 환아·가족·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이광재 메이크어위시재단 사무국장은 “미국 광고회사 ‘라마 애드버타이징(Lamar advertising)은 2011년부터 미국 메이크어위시재단 코네티컷 지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무료 홍보 영상을 띄워주는 등 해외 기업의 경우 공간 기부가 활발하지만, 한국에서 이렇게 공항 시설을 활용해 인식 개선 캠페인을 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사람들이 오가며 난치병 환아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단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항 이용객의 만족도도 높다. 이날 오전 무빙워크를 지나던 김소연(가명·22)씨는 “보통 공항 스크린엔 상업 광고들이 대부분인데 난치병 환아를 위한 나눔 영상이 나오니 신선하다”면서 “메이크어위시재단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봤다”고 말했다. 최동영 인천공항공사 사회공헌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공항 내에 미디어 매체나 통로를 개발해 해당 공간을 랜드마크로 개발하는 것이 트렌드인데, 대부분 상업 광고를 위한 미디어 매체나 모금함을 별도로 운영하는 데 그친다”면서 “인천공항공사는 앞으로도 공항 내 시설을 활용해 다양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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