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장애인 부부 “13년만에 제주도로 첫 신혼여행 떠나네요”

강원랜드 행복더하기 희망여행… 제주로 떠난 130명의 장애인가족

“여보, 여기 좀 봐요!” 휠체어에 앉은 아내가 신이 난 목소리로 남편을 불렀다. 아내 옆에는 말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무서워”를 외치면서도 연신 손을 뻗는 아내가 사랑스러운지 남편은 아내를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찰칵’ 소리가 커질수록 부부의 웃음 소리도 커져갔다. 결혼 13년 만에 제주도에서 맞는 부부의 첫 신혼여행이다. 남편 최병철(49·지체장애 3급)씨와 아내 김정숙(55·지체장애 1급)씨 부부는 1992년 경기도의 한 교회에서 처음 만났다. 깨가 쏟아지는 부부지만 만남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정숙씨의 거절 때문이다.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열아홉 살 때부터 못 걸었어요. 내 몸 하나 가누기 힘든데 누구를 만나요. 그런데 이 사람이 8년을 쫓아다니더라고. 평생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병철씨의 끈질긴 구애 끝에 2002년 봄 두 사람은 결혼했다. 하지만 부부에게 제주도는 늘 가슴 아리는 곳이었다. 아내가 너무 아픈 바람에 제주도 신혼여행을 포기해야 했다. 부부는 “항상 마음속으로만 그리던 꿈을 이루게 돼서 기쁘다”며 두 손을 꼭 맞잡았다.

지난 10월 27일부터 3박 4일 동안 여성장애인 가족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참가자들은 “꿈에도 생각못한 제주도 여행인데 사랑하는 가족들과 오게 돼서 정말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제공
지난 10월 27일부터 3박 4일 동안 여성장애인 가족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참가자들은 “꿈에도 생각못한 제주도 여행인데 사랑하는 가족들과 오게 돼서 정말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제공

지난 10월 27일부터 3박 4일 동안 여성 장애인 가족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강원랜드가 지원하고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진행하는 ‘2015 강원랜드 행복더하기 희망여행’을 통해서다. 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 지긋한 노부부와 딸(정신장애 3급), 갱년기를 겪는 아내를 위해 여행을 결심한 로맨티시스트 남편(지체장애 1급) 등 43가구 130여 명은 여미지식물원, 주상절리, 성읍민속마을 등 제주 구석구석을 즐겼다.

“문화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여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죠. 특히 여성 장애인들은 여성과 장애인 두 영역에 겹쳐 있어서 더 소외받아요.” 박장우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사무차장이 목소리에 힘을 줘 말했다. 실제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2.3%, 고용률은 60.4%인데 장애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8.3%, 고용률은 36.0%다. 지난 2010년부터 강원랜드가 중증 장애인 가족의 희망여행을 전액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가족들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버스를 준비한 것은 물론, 가족마다 한 명 이상 자원봉사자도 함께했다. 올해는 특별히 강원랜드의 사회봉사단원들도 참여했다. 휠체어를 타는 부부와 아들 1명을 둔 가족과 동행한 강정인(49·강원랜드 사회봉사단)씨는 “다른 가족들이 질투할 정도로 가족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고 있다”며 “새 가족이 생긴 느낌”이라고 했다.

장애인 엄마들이 모이자 특별한 공감대도 형성됐다. 이원신(뇌병변1급)씨는 “흔히 장애인 부부가 아이를 낳는다고 하면 손가락질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런 편견 속에서도 행복한 가정을 꾸린 분들과 함께 왔다는 게 의미가 크다”며 “장애인 가족과 함께 같은 경험을 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주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