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失明은 宿命이 아니라 열악한 안과 서비스 때문

[특별 기고]
김만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안과교수
김만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안과교수

우리는 세상을 인지할 때 상당 부분을 시각에 의존한다. 시각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람의 경우 반사된 빛이 망막에 투영되는 세상의 크고 작은 모습들을 평생 경험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시력을 잃어 앞을 못 보게 되었다”는 뜻의 실명(失明)이라는 단어를 풀어보면 ‘빛’을 잃었다는 의미이니, 실명한 사람은 물리적으로 ‘빛’이 없이 살아가는 셈이다.

실명은 숙명일까?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실명예방기구(IAPB)에 따르면 전 세계 시력 장애 인구(Visual Impairment), 즉 시력 교정을 받았지만 시력이 10분의 3(0.3)보다 낮은 사람은 약 2억8500만명이다. 이 중 3900만명은 시력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인 실명(Blindness)에 이르렀고, 나머지 2억4600만명은 실명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저시력(Low Vision) 상태다.

놀라운 사실은 시력 장애 인구의 80%는 치료나 수술을 통해 예방하거나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시력 장애 인구의 90%가 저소득, 저개발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WHO와 IAPB의 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저개발 국가 안보건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안과 인프라 및 전문 인력의 부족, 낮은 의술 수준,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 인식 부족 등으로 안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하트하트재단의 실명예방사업 자문위원 자격으로 처음 방글라데시에 방문했을 때, 저개발 국가의 열악한 안과 서비스 체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안과의사로서의 35년 경험과 전문 지식을 조금 더 공유해 달라는 현지의 요청에 따라 두 차례 더 방문하여 방글라데시 정부병원 및 대학병원과 하트하트재단 MLOP(안과준전문인력) 양성센터에서 안과 관련 강의 및 기술 전수를 진행했다. 저개발 국가에서 지속 가능한 안보건 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을 하트하트재단과 함께해온 것도 이 사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동감했기 때문이다.

시력 장애는 타고난 운명이 아니며, 비교적 작은 노력으로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금년 ‘세계 눈의 날(World Sight Day)’이 표방하는 ‘모두를 위한 안과 서비스(Eye Care for All)’가 저개발 국가에서도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빛’을 잃은 사람에게 ‘빛’을 되찾아주는 것은 ‘어둠으로부터의 회복’을 뜻한다. 저개발 국가의 많은 사람이 실명(失明)에서 복명(復明)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하트하트재단을 비롯해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노력이 하나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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