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토)

人性 점수화 줄 세우기 안돼… 교과목 전반 인성교육 접목해야

[특별 기고]
유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부장
유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부장

인성은 한순간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가정, 학교, 지역사회 내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이다. 하지만 현 세태와 같은 입시 위주 교육 환경에서 인성 교육의 책임을 학교 현장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인성교육진흥법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지 우리보다 앞서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해외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종합적인 인성 교육을 통해 민주적인 시민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인성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80년대 이후 학교 내에서 폭력과 총기 사건이 급증하면서 인성 교육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1994년 ‘미국 학교의 개선을 위한 법(Improving America’s Schools Act)’을 제정한 이후 ‘인성 교육 파트너십 프로그램(Partnerships in Character Education Program)’이 승인되었고, 2001년 ‘낙오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을 제정해 인성 교육을 강화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협력하고, 지역사회와 민간이 주도하여 수준별 창의 인성 교육을 진행 중이다.

핀란드 역시 학생들이 리더십, 협동성, 책임감 등의 인성 요소를 갖추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장려한다. 모든 학생이 인적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협동 교육을 추구하고 있으며, 초·중등 교육과정 관련 문서에 대인관계, 자기관리, 시민의식 등 인성 교육이 추구하는 바가 내재되어 있다. 일본 또한 1998년 교육과정을 개편하며 도덕교육을 강조했고, 2009년에는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해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발달 단계에 따른 종합적인 도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에서 각종 매뉴얼과 지침을 제정해 자원봉사활동이나 자연체험 등 체험학습을 통해 자신을 개발하는 인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 현장에서 도덕, 예절 교육 등의 이름으로 다양한 형태의 인성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인성 교육이 효과적으로 시행되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미국 인성 교육의 대표적 전문가인 코언 박사가 자신의 책(Educating Minds and Hearts·1999)에서 ‘초등학교 5·6학년만 되면 인성 교육이 위선임을 안다. 어른들 스스로는 실천하지 않으면서 아동들에게만 요구하는 인성 교육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 것처럼 우리 어른들이 먼저 올바른 인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인성 교육이 교과과정 전반에 연계되어 실시될 수 있도록 역사, 사회, 문학 등 타 교과와 접목이 필요하다. 대상에 맞게 인성 교육의 수준이나 제공 방식에 융통성이 있어야 하고, 학부모·지역사회 민간단체를 인성 교육의 파트너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법 제정이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특히 법 제정 취지와 달리 인성을 점수화하여 줄 세우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더불어 현장에서 질 높은 인성 교육을 지속적으로,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여기에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온 정성을 다하게 되면, 우리 아이들의 인성은 마음의 텃밭에 건강한 뿌리를 내리며 온전하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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